정치인들이 사실 정치를 가장 모릅니다. 대중의 지지를 근간으로 하는 정치인이 실상 대중의 마음, 민심에 가장 둔감하다는 역설이 있습니다. 민심으로부터의 고립은 대통령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닙니다. 대체로 정당-국회-행정부-청와대 순으로 민심과의 거리가 멀어지는것 같습니다.

청와대 처럼 완전히 민심과 멀거나, 행정부처럼 민심에 구애받지 않으면 모르되... 국회나 정당은 민심에 대해 어정쩡한 거리를 갖고 있어 문제가 됩니다. 민심을 읽는 답시고 헛다리를 짚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그들이 민심을 오해하는 가장 전형적인 예가 여론조사에 일희일비 하는 겁니다. 예상외의 여론조사, 돌출적인 정치 신인이 나타나면 문자 그대로 "혼비백산"을 해서 이리저리 반응을 합니다. 그들이 혼비백산 할때는 사실 이런 이해불가능한 흐름이 빨리 멈춰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론이 제자리로 돌아오면 그제야 안심을 하며 대한민국 국민, 혹은 대중은 정말 냄비 같은 존재라고 비웃는 겁니다. 아니면 국민의 뜻은 정말 알수 없다며 신비화를 합니다.

하지만 대중이나 여론이 처음부터 별로 움직이지 않았다는데 진실이 있습니다. 즉, 대중의 얕은 움직임을 과장되게 읽고 널뛰기를 한건 정작 정치인들인 겁니다.

대중은 정치에 대해 한 50%는 쑈라는 관점에서 접근 합니다. 특히 지도자를 선출하는 영역에서는 더욱 심합니다. 어쩔때는 정수기 광고밖에 한일이 없는 초선 국회의원도 뽑고, 어쩔때는 착해보이는 ceo 출신 '자칭 멘토"도 뽑고 그런겁니다.

정치인 입장에서는 이런식의 단기적인 여론이나 지지도가 상당부분 단순한 정치 흥행의 문제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합니다. 그건 그런 여론의 흐름을 반기는 쪽이나 거부하는 쪽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반대하는 쪽은 여론을 경멸하거나 증오함으로서, 찬성하는 쪽은 여론을 숭고화 함으로서, 여론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드러냅니다. 어느쪽이던 이런 단기적 현상에 그들이 깨닫지 못하는 신비한 정치적 맥락이 숨겨져 있다고 착각을 합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바람이 빠지면 거기에는 별로 정치적 맥락이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만 이미 그때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먹은 상태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인의 카리스마나 캐릭터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닙니다. 근대 정치에서 카리스마적 정당성은 법적 정당성 만큼이나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당 정치의 가치와 결합할때 의미가 있는 겁니다. 사실 우리 정치에서 정당 정치와 카리스마적 정당성을 가장 잘 결합하는 정당은 한나라당이고 가장 못하는 정당은 현재의 민주당입니다. 노무현의 성공은 두 가치를 조화시켰기 때문에 가능했고, 실패는 두 가치가 결별했을때 발생했는데, 성공은 김대중 덕분이고, 실패는 과격한 노빠들 때문이라고 해야 할것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와 같이 정당 정치가 뿌리내리지 않은 정치 현실에서 여론에 일희일비하는 정치권의 착각이 정당 정치의 안착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는 특히 민주 개혁 진영에서 책임 정치에 대한 개념이 없는 당외의 "자칭 시민사회 세력"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단기 여론을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정당 정치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이용한다는데서 드러납니다.

더큰 문제는 민주당이 책임 정치와 정당 정치를 회피하고 야권 단일화와 같은 당외의 정치에 임파워먼트를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임파워먼트는 그 자체로 민주당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일종의 자해 정치라고 할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정치란 대개 상징 자본, 혹은 상부 구조 그 자체를 키우고 줄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야권 단일화에 휘둘리는 딱 그만큼 민주당 자체의 볼륨은 줄어드는 겁니다. 당 바깥에 민주당이 캐내야할 민심의 노다지가 있는게 아닙니다.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그리고 십년후에나 변함이 없습니다. 정당을 강화하고 사회의 제 세력과 생태계를 구축하고 정책 역량을 강화하는 겁니다. 그리고 1일, 1주일, 1달 단위로 보는 것과 달리 1년, 5년, 10년 단위로 보는 민심(혹은 정당 지지도)이란 정당 그 자체의 교과서적인 역량에 추동되기 마련입니다. 만약 김대중이 위대하다면 그것은 민심에 대한 증오나 신비화라는 유혹을 물리치고 정당 정치의 가치에 충실했기 때문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