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인님이 "왜 20대에게 민주당 ㅄ이미지일까, 왜 20대에서 안철수 인기 쩔까"란 글을 썼다. 근데 사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드인님도 고소득 고학력 20대라는데 난 아직 학생이라 고소득은 아닌데 아마 고소득 올릴 거 같고 열라 고학력인데 말이다. 고딩땐 언론에서 존나 씹는 고등학교 다녀서 애들끼리 신기해 했는데 ㅋㅋ 물론 나보다 더 고학력이실 수도 있는데 그러면 깨갱해야하나? 근데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을 거 같기도 하고. 이건 드인님이 고학력 고소득 얘기를 하셔서 써본 거고 내가 하려는 말은 앞으로부터다.


정말 안철수가 20대에게 인기가 많나?

난 20대 중반의 학생이다. 난 나름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데 운동권은 네버 절대 아니다. 딱 한번 2006년 1학년 때 어떤 선배가 데려간 무슨 이상한 집회 가봤다가 그 집회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경험이 한번 있다. 무슨 연설 한 담에 꼭 "투쟁!"을 붙이는데 그걸 내 주변 애들이 다 따라해서 나도 따라하긴 했는데 너무 이상했다. 여튼 난 운동권, 데모꾼은 아닌데 진보임을 자처한다. 그런데 무슨 근거로?

1. 난 한나라당을 존나 싫어함
난 원래부터 한나라당을 싫어했다. 집에서 어릴 때부터 한겨레를 봐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여튼 난 머리 까지기 전부터 한나라당을 그냥 싫어했고 대입 논술 준비하면서 개인과 사회를 다루는 부분에서 억지로 국가보안법 철폐를 논하며 오바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서울대 논술 기출 중에 "준비되지 않은 개혁 반대"에 관한 지문이었던 것 같은데 암튼 친구들은 다들 준비 안된 개혁을 반대하는 지문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찬성하고 그런 내용으로 글을 썼는데 난 당당하게 논술 선생님한테 "선생님 이거 지문 내용에 무조건 찬성하는걸로 써야하묘?"라고 대항했고 인정받은 자랑스러운 경험을 했다.

이처럼 난 성향이 반한나라다. 논술 준비 당시 노무현 시절이었는데 이런 성향인데다가 뭘 잘 몰랐으므로 당연히 노무현을 좋아했다. 영패, 호남, 당내민주 이런 거는 전혀 관심없었고 그저 노무현의 간지 캐릭터에 끌렸다고 하는 게 솔직한 거 같다. 열린우리당이나 옛날 민주당 이런 건 관심 밖이었고 오로지 노무현의 퍼스널리티에 혹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노빠짓 따위는 안했고. 그럴 시간이 없었으니까. 아 그리고 김대중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었다. 큰 어른인 것 같기는 했는데 솔직히 김대중이 대통령 먹었을 때 내 나이가 12살이었으니..

2. 난 한나라당 찍은 적 없음
가끔 보면 한나라당 존나 씹는데 민주당도 개같고 기타 진보정당들은 선거 이길 가능성 없으니까 그냥 아무도 안찍는다는 사람도 있고, 그놈이 그놈이니까 힘 센 한나라당 찍는 게 낫다는 사람도 있다. 근데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내가 투표를 2006년에 처음 했다. 당시 노무현 엄청 씹힐 때고 내가 보기에도 졸라 허접해서 선거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그래도 처음 투표권 생겨서 투표하는거라 투표는 해야겠다고 느껴서 투표를 했다. 내 투표기준은 이거였다. "한나라당은 무조건 안찍음. 그 이외 정당 중에 이길 가능성 젤 높은 놈 찍겠음" 그래서 강금실 이하 기호 1번에 줄세우기 했다. 결과는 전패.

3. 난 복지확대에 찬성, 나중에 세금 더 내라면 일단 무조건 찬성, 공정한 경쟁, 재벌 개혁 등 모두 찬성함
공정이니 복지니 뭐가 얼마나 다른지 모르겠다. 그치만 일단 그런 거 다 동의한다. 시발 솔직히 그리고 나중에 세금 더 내라면 낼거다. 내봤자 얼마나 더 내겠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공정한 경쟁은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고, 재벌 개혁도 반대 왜 하나. 단지 이런 거 제대로 할 정당이 있나하는 의문이 있을 뿐.


이쯤이면 난 명백히 진보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이런 글까지 쓰고 이 사이트도 알 정도면 대단히 정치에 관심이 많은 20대 대학생임은 분명하다. 운동권도 아니고 그 외 학생회 활동 따위도 안하는, 잘 먹고 잘 살려고 공부하는 학생 중에 아마 가장 정치에 관심 많은 학생일거다. 아 그런데 난 안철수가 20대에게 인기를 끈다는 것에 대해 "뭔 소리?"라고 대답해주고 싶다.

아 물론 여론조사해보면 유명한 공적 인물 중에 안철수의 인지도가 높고 정치인으로서 조사해도 안철수가 매우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걸 안다. 근데 아 근데 말이야 나는 물론이거니와 내 주변 친구들만 일단 보면 그런 인기 전혀 실감 못하겠다.

일단 현실 세계에서 안철수 이야기 단 한번도 안해봤다. 박경철? 얘 모르는 애들이 더 많을 거 같은데? 주식 전문가 시골의사? 뭐야 ㅎㅎ안철수는 v3이랑 무릎팍때메 다 알긴 하는데 아...그게 다인 듯. 청춘 콘서트도 이번에 알았다. 이거 우리 학교에서도 했는지 안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거 찾아가서 보는 학생들 많은지 모르겠다. 그래도 20대에게 인기 많다는 조사가 나오는 거랑 청춘 콘서트가 20대에게 인기 있다는 기사가 나오는 걸 봐선 20대에게 어떤 인기가 있다는 건 인정하긴 해야겠는데, 아 그 인기의 규모부터 시작해서 성격에 대해 난 모두 의문이다.

길게 쓸 거 없이 내가 볼 때 안철수 인기는 연예인의 인기와 비슷하다. 적어도 20대에게선 그렇다고 본다. 물론 안철수를 존나 정치인으로 사랑하고 반드시 시장이나 대통령 먹게 하겠다거나 제3 세력의 상징으로 지지할 20대가 있을 거라는 걸 부정하는 게 아니다. 일반적인 20대의 안철수를 바라보는 태도를 말하는 거다.


우리가 김태희, 이효리, 소녀시대, 티아라, 유재석, 강호동, 노홍철, 송지효, 김민정, 현아, 지나 등 배우, 개그맨, 가수를 좋아하는 건 분명하다. 이들의 인기는 당연히 연예인으로서의 인기다. 그렇다면 이들이 인기있는 이유는 뭘까? 문화 평론가라는 사람들이나 기자들이 신나게 분석하지만 정답은 없다. 거의 같은 컨텐츠라도 유재석이 하면 재밌는데 다른 애가 하면 재미가 없다. 분명 현아나 지나, 이효리보다 더 섹시한 노래와 춤을 들고나온 여 아이돌이 많고 가창력, 댄스, 외모 후달리는 게 없는데도 현아 등보다 인기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김태희는 연기를 못하는데 인기가 많다. 이런 점에 대해 분석하는 사람들은, 김태희의 외모, 학력을 말하고, 유재석의 어떠어떠한 점, 인기 많은 여 가수들의 캐릭터, 마케팅 전략, 뭐 막 분석한다. 그런데 결국 가장 보편타당하게 받아들여질 설명은 이거 뿐이다. "매력"

서울대 출신의 예쁜 여배우여서든, 배려의 아이콘 유반장이든, 수수한 매력의 이쁘지효든 뭐라고 이유를 대든간에 어떤 연예인이 좋아하고 싫어함에 있어서 젤 중요한 건 그 연예인에게 호감을 느꼈나, 매력을 느꼈나이다. 근데 이 것도 정확한 건 아닌게, 비호감으로 떠서 인기를 끄는 연예인도 있다. 이처럼 대중에게 인기를 끄는 연예인의 인기의 이유, 성격에 대한 분석은 그냥 그 분석 자체가 얼마나 논리적으로 잘 읽히고, 시의적절하며 참신한지에 따라 설득력이 있냐 없냐가 가려지는 것 같다. 정답 따위는 없다는 말이다.


난 안철수의 인기도 연예인의 인기, 셀레브리티의 인기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 이유가 뭐냐고?
드인님은 안철수의 20대와의 소통방식과 민주당 기타 야당의 20대와의 소통방식을 말했고, 어떤 분은 박경철의 '공감'을 이야기 하며 안철수, 박경철의 인기에 대해 나름의 설명을 하려 하고, 민주당 기타 정당의 비인기의 이유도 설명하려 한다. 그런데 말이다, 난 이게 뭔소리인지 모르겠다.

일단 난 안철수가 20대와 어떻게 소통하는지 모른다. 안철수가 무슨 말을 하고 있지? 전혀 모르겠다. 그냥 선한 인상의 얼굴에 서울대 의대 때려치고 IT 벤처로 성공했다는 점. 성공했는데 무료백신 뿌리고 국익을 위해 좋은 일 했다는 점. 끊임없이 이것 저것 도전했고 좋은 일 한다는 것은 알겠다. 무릎팍 도사를 봤거든. 근데 잘 기억이 안난다. 정치에 관심 많은 나조차도 이런데, 다른 20대는 어떨까? 안철수는 대부분 알겠지, 근데 안철수가 무슨 소리를 했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장담하는데 안철수가 v3만든 회사 창업했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20대한테 조사해보면 잘 모르겠다는 사람 비율이 꽤 많을 거다. "v3를 만든 회사 누가 만들었나요?"라고 질문하면 요즘이야 안철수가 너무 뉴스에 나와서 안철수요 라는 대답이 꽤 있겠지만, 이런 때 아닐 때 조사한다면? 아니 더 극단적으로 끌고 가면, 안철수가 뭐하는지 딱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할 20대가 얼마나 될까? 청춘 콘서트? 이거 아냐고 물어보면 얼마나 안다고 할까?

근데 희안하게 어쨌든 안철수의 인기는 많기는 하다. 나도 안철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 비호감 없다. 그런데 난 안철수가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비젼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나만 그럴까? 다른 20대 대부분, 안철수 지지한다고 답한 20대 대부분도 아마 그럴거다. 그럼 이게 무슨 정치적 지지인가? 아 물론 안철수가 뭐라 했는지, 그의 정치적 색깔을 완전히 파악하고 지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안철수만 그런게 아니라 노무현, 명박이, 박그네, 김대중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거다.  그런데 안철수의 인기를 기존의 정치세력을 대체할 새로운 정치적 사건으로 파악하는 입장 정도로 안철수의 인기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다른 정치인에 대한 열광적 지지나 안철수에 대한 지지나 또이또이니까 따지지 말자면 안되지 않나 싶다. 적어도 기존 정치구도를 재편하는 혁명적 정치사건의 상징이 안철수고 그런 상징에 대한 청년층의 지지를 말하려면 어느정도의 정치적 각성을 설명할 수는 있어야 하지 않나? 그리고 그러자면 안철수의 생애, 발언, 최근의 활동이 20대에게 보편적으로 알려져있고 그것이 (기존의 정치활동과는 다르지만) 어느 정도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었어야 하는데, 내가 볼 땐 전혀 그래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난 안철수의 인기를 팬텀적인 셀레브리티의 인기의 성격이 짙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 있는 20대(거의 없는 것 같지만)나 30대는 안철수가 뭘 하려하는지 알고 있나? 정치에 관심 많은 분들이 있으니 안철수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나 어떤 말을 어디서 했는지는 여러 링크기사를 통해 알고 있으신 것 같긴 하다. 나도 여기 링크 글을 통해서 많이 알게 됐으니까. 그런데 일단 난 그런 사실을 알긴 했는데도 안철수가 뭘 하겠다는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민주당 기타 야당들이 뭘 하겠다는 것인지는 상대적으로 더 잘 알고 있다. 멋대가리 없어 보이긴 해도 증세와 복지 대 무증세와 복지로 싸우고, 부유세를 얘기하고, 하도급 후려치기를 방지해야 하고, 일감 몰아주기에 증여세를 물려야 한다고 하는 등의 무미건조한 주장들을 민주당, 민주노동당이 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안철수는 뭘 한다고 했나?

안철수 지지자들은 그걸 알고 있나? 아~아직 안철수가 본격적인 액션을 보이지 않았으니까? 인터뷰 등에서 재벌의 횡포를 거부했고 한나라당을 응징해야 한다고 했으니까 대충 견적 나온다고? 그리고 안철수의 감동적인 생애를 보면 신뢰가 팍팍간다고? 에이...그럼 천정배는? 김근태는? 정봉주는? 안희정은? 아...얘들은 소통방식이 문제라고? 맨날 민주화 타령한다고? 그럼 천정배 등이 민주타령 안하면 되는건가? 내가 알기로 송영길 인천시장 같은 경우엔 레알 좌파들한테 욕먹어 가면서 적극적으로 '성장'정책을 수용하고 '개발'정책도 수용하면서, 대미대중외교를 깊게 공부하고 변호사 출신에 노동운동까지 한 광범위한 스펙트럼에 전문성과 현실성을 겸비하고 있는데 왜 이사람은 송트남에 폭탄주 아니면 노무현 배신한 386귀족, 신자유주의자로 치부되지? 소통방식의 문젠가?

그 놈의 소통방식!!! 이건 연예인의 매력이랑 같은 거 아닌가? 같은 노래라도 소녀시대가 부르면 더 황홀한데 다른 아이돌이 부르면 그 느낌이 아닌 것처럼. 논리적, 이성적 설명이 안되면 걍 아우라 같은 단어로 떼우고, 매력, 느낌, 필, 이런 걸로 설명되는 연예인의 매력이랑 소통방식이랑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청춘 콘서트라고 해서 무대 세련되게 꾸미고 조명 분위기 잡고 김제동 델따놓고 하하호호 웃으면서 안 유명하지만 실력 있는 밴드 불러다가 노래도 부르면서 하면 20대와 소통하는 거고, 민주당이나 다른 야당들이 미국 민주당의 타운홀미팅 차용해서 지역 돌아다니면서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건 민주화타령방식의 구시대 정치적 소통인가? 아 난 존나 이해가 안간다.

안철수가 좋은 삶을 살아왔고 뭔가 잘해보려 하는 건 당연히 수긍하는데, ㅅㅂ 솔직히 무릎팍도사 안나왔으면 이렇게 인기 많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걸 막을 수가 없다. 물론 무릎팍에 천정배가 나왔으면...존나 별로긴 했을 거 같다. 천정배가 "나 김앤장 국제변호사 때려치고~~"이랬어도 먼가 알 수 없는 개인적 매력이 천정배에겐 없다. 안철수의 "의사 때려치고 IT벤처사업하다가 경영도 공부해서 카이스트 교수하다가~~~"이러면서 늘어놓는 안철수 개인 삶 이야기가 더 재밌다. 천정배는 필연적으로 인권 변호사 이야기, 민주화 이야기, 김대중과 노무현과의 인연 이야기 등이 나오면서 뭔가 경직될텐데 안철수한텐 그런 거 없이 아내와의 러브스토리, 의사를 때려치다니!!!, 무료 백신 이야기, 갑자기 경영공부하게 된 이야기 등 더 친근하네.

아..글이 넘 길어졌다.
여튼 결론을 말해보자면, 안철수의 인기 많은 거 맞는데 그 인기는 셀레브리티의 인기다. 셀레브리티의 인기가 정치적 인기와 무관하다거나 정치적 인기와 구별된다거나 정치적 인기로 연결 안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 성격이 무슨 거창한 제3 세력의 창조 이딴 게 아니라는 거다. 언제나 있어왔던 기존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정을 극대화시켜줄 인지도 있는 인물이 상징적으로 나타났고 마침 오세훈 삽질에 여러 시기가 안철수에게 맞아떨어졌다는 거다. 이게 운이라는 게 아니라, 마치 어떤 연예인이 인기를 끌게 되는 그런 것과 비슷하다는 거다. 비같은 애가 월드스타라는데 얘랑 똑같이 생긴 애가 90년대엔 인기 없었을 거 아닌가. 근데 2000년대엔 인기 끌고...장동건 잘생겼는데 90년대에 큰 인기 못끌다가 2000년대 신성불가침이 된 것처럼. 분명 이유가 있는데 잘 설명되지 않는 그런 인기라는 거, 그래서 셀레브리티적인 인기라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