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지방 출장 중에 안철수의 양보 뉴스를 들었습니다. 그 뉴스를 듣고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였죠.
낡은집님의 말씀대로 이번 양보 건은 잠깐의 감동 뒤에 험악한 현실을 맞을 것으로 봅니다.
50%가 5%에 양보한 것을 통 큰 양보로 감동의 쓰나미를 이야기하지만, 그건 일부 민주당측과 박원순 세력에 해당되는 것이고 안철수를 지지했던 중도층과 한나라당 지지층은 한마디로 "이건 뭔 밍?"하는 기분일 것입니다. 50%가 5%에게 양보하는 것은 상식의 파괴입니다. 이것을 두고 누구는 아름다운 결단이라 할 수 있지만, 안철수를 지지한 사람 중 많은 사람들은 배신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내가 지지한 것은 넌데 왜 대리인을 내세우는냐, 그리고 50%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겨우 5%를 지지하는 사람에게 양보한다는 것은 50% 지지자들을 우롱한다는 생각도 들 것입니다. 마냥 아름다울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아름답게 보는 사람은 일부지만 우롱이라 느끼고 배신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안철수가 박원순을 지지하고 양보했다고 해서 안철수 지지표가 박원순으로 넘어가는 것이 어렵다고 봅니다. 안철수 지지자 중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 정도가 박원순으로 갈까 한나라당 지지층은 다시 한나라로, 무당파 지지층은 다시 관망으로 가거나 오히려 안철수 출마여부가 나오기 전보다 야권에서 멀어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박원순의 지지율은 그래서 원래의 5%에 안철수 지지자 중 민주당 지지층+알파 15%로 20% 내외가 될 것으로 봅니다. 이 지지율로는 한나라당 후보를 이기기 힘들  뿐 아니라 당장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도 살아남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야권이 단일화 과정을 거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서 한나라당과 1:1의 구도를 만든다 해도 한나라당에게 어렵다고 저는 봅니다. 단일화라는 말은 곽노현의 사퇴거부로 이미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는 상태로 대중들은 단일화에 감동하기 보단 꼼수의 이미지로 바라볼 것입니다. 
안철수 신드롬은 안철수가 가지고 있는 참신함과 기성 정당이 아닌 무소속이라는 두 가지가 시너지를 낸 것입니다. 단지 안철수의 참신함으로 50%에 이르는 지지율이 나오지 않습니다. 무소속이라는 것이 더해짐으로 인해 나온 결과죠. 박원순은 안철수의 양보가 있자 곧바로 문재인과 한명숙과 단일화에 대해 교감을 했습니다. 이 순간 안철수의 지지율에서 무소속의 프리미엄은 사라집니다. 안철수의 지지율이 박원순에게 넘어 갈 수 없는 이유이지요. 이젠 안철수가 아니라 박원순의 인물로 평가해야 하는데 안철수 지지자 중에 박원순의 인물 자체만으로 표를 줄 사람은 얼마 없어 보입니다. 결국 박원순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안철수 지지자 중 민주당 지지층에 적극적 반한나라당 야권 성향의 사람들이죠. 여기에 서울시장 보선에서 박근혜의 행보가 어떨 것인가를 보아야 합니다. 안철수가 무소속으로 나오면 박근혜는 움직이지 않았을 공산이 크지만, 안철수의 불출마 선언으로 어떤 식으로든 박근혜는 서울시장 보선판에 간여와 지원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박근혜를 만만히 보는데 박의 역할과 지원 강도에 따라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이 생각하지도 못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결정은 안철수의 신중함과 쓸데 없는 배려, 그리고 박원순의 과욕이 빚은 참극으로 끝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습니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나경원의 서울시장 당선 가능성을 훨씬 높여 주었다고 봅니다.
안철수가 정치에 입문할 생각이 있었다면, 안철수의 서울시장 출마-당선, 제3세력의 결집과 세력 확대, 내년 총선에서 박원순 등의 원내 진출로 국회 교두보 확보, 차기 대권에서 야권과 연대 모색, 차차기의 대권 도전의 스케쥴이 좋았을 것으로 보는데, 이번 양보는 다음의 기회가 찾아와도 지금의 반향을 일으키기 힘들어 쓸데없이 카드 하나를 써 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안철수는 어떤 생각으로 양보를 했는지 모르지만 판세를 오판한 것 같습니다. 바람이 불 때 연을 띄워야 합니다. 바람은 자기가 원한다고 불어주지 않습니다. 어떤 때는 원하지 않는 역풍이 불 때도 있지요. 안철수의 지지는 지금의 정치 상황이 가져온 것도 무시 못합니다. 오세훈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닭짓, 곽노현의 단일화 의혹과 사퇴거부로 어느 때보다도 기성 정치 그리고 좌우(진보/보수)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있을 때 안철수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이고 그것이 곧바로 안철수 지지로 이어진 것입니다.
정상적인 남성이라면 사정 후의 발기는 시간을 요합니다. 내년 총선이나 대선에서 다시 안철수가 나선다면 그 참신함이 대중에게 어필하는 것은 지금과는 다를 것입니다.  그 땐 대중들에게 보다 더 큰 자극을 주지 않으면 감동을 주지 못할 것입니다. 안철수는 이번에 참신함과 무소속이라는 자산의 반은 소진했습니다. 아직도 안철수는 단시간의 발기를 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 그리고 이미지는 갖고 있지만 2차 발기는 1차의 발기에 비해 그 강직도와 지속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내년에 벌어지는 정치판은 이번 서울시장보다 훨씬 큰 판이 되게 됨에 따라 대중들이 판의 크기와 안철수의 적합도를 계산할 것이라는 것도 결코 안철수가 만만히 보아서는 안됩니다.
이왕 이렇게 양보를 한 바에는 안철수는 본래의 위치로 돌아가 그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