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드롬...

이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분석이 필요할 겁니다. 백수광부님의 주장처럼 신질서에 대한 요구일 수도 있고, 정치혐오주의의 반작용에 의한 깨끗하고 참신한 인물에의 욕구라 볼 수도 있고, 누군가의 말처럼 공감의 능력 때문일 수도 있고, 친노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한데, 저는 그 하나의 중요한 요인을 '강남성'에 대한 수요라고 봅니다. 강준만이 강남좌파론을 얘기하면서 이미 조국, 안철수에 대해 언급했죠. 이번 안철수 사건은 그 잠재성이 극적으로 표출된 현상으로 볼 수 있는 겁니다. 전에 바람계곡님과 얘기하면서 민주당도 도회적인 세련된 지성이라는 이미지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말을 했는데, 일종의 그런 것이라 할 수 있죠. 시대가 변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보입니다.

미국의 예를 보죠.

지미 카터 vs 빌 클린턴, 오바마, 힐러리
아버지 부시 vs 빌 클린턴, 앨 고어, 오바마, 힐러리

극적으로 대비되지 않습니까? 민주당의 경우도 이젠 지미 카터 같은 캐릭터로는 대선 후보가 될 수 없습니다. 낡고 고루한 구시대 인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캐릭터가 완전히 변했어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강남좌파의 원조는 박찬종이었죠. 강남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세련되어 보이는 인물이었습니다. 무균질로 상징되는 깨끗해 보이는 이미지, 고시 그랑프리에 빛나는 능력 등도 한몫을 했겠지만, 3김으로 대표되는 구시대스러운 인물들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세련된 강남좌파스러움이 상당히 큰 역할을 했을 겁니다. 당내 지지기반만 있었더라면 대통령이 되고도 남았을 겁니다. 

이인제도 그런 이미지를 어느 정도 갖고 있었고, (과거의) 김민석, 오세훈, 나경원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시민도 그런 이미지를 일부 공유하고 있고, 문재인 역시 비교적 세련된 이미지를 갖추고 있습니다.

박근혜의 아성은 견고해 보였지만, 안철수의 등장으로 그녀의 이미지는 한 방에 고루한 구시대 인물로 격하되어 버렸습니다. 안철수가 아니라 조국이 나왔더라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을 겁니다. 박근혜뿐만이 아닙니다. 순식간에 여야의 정치인들이 그런 식으로 낡은 인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번에 안철수가 박원순에게 후보를 양보했는데, 박원순은 안철수 신드롬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박원순은 안철수가 가진 그런 강남좌파 이미지를 거의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안철수로 인해, 다른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낡은 인물이 되어 버렸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시대의 요구가 변했기 때문에 안철수와 같은 잠재력을 가질 수 없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얼마 전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박성민인가 하는 정치 컨설턴트는 안철수나 조국 등의 강남좌파가 정치권에 들어오면 강남성을 잃을 것이라고 하던데, 빌 클린턴 등 미국의 예를 보면 꼭 그럴 것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클린턴, 오바마처럼 지자체장을 한 뒤 대선에 도전하면 훨씬 위험 부담이 적을 수 있다는 것이고, 그런 우회로도 있다는 것입니다. 여의도 정치권에 들어오더라도 그럴 가능성은 있습니다. 

이런 강남좌파 신드롬을 고려할 때, 민주당에는 강남좌파에 해당하는 정치인이 누가 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민주당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시대의 흐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빌 클린턴, 앨 고어, 오바마, 힐러리 같은 유능하고 세련된 강남좌파들을 적극 영입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마 한나라당에서는 이제부터라도 그런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이 경쟁에서 뒤쳐진다면 민주당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앞날이 어둡겠죠. 당장 이번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문제에서도 주도권을 전혀 갖지 못하고 있듯이...

안철수가 기업인이라는 것도 중요한 요인일 수 있습니다. 이명박이 집권한 건 경제에 대한 국민의 바람에 가장 잘 부응할 수 있다고 판단된 후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쓰나미를 몰고 온 안철수도 공교롭게 기업가 출신입니다. 이 시대에 경제는 가장 중요한 주제이며, 국민은 유능한 경제인을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전히 키워드는 경제라는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조국이 나왔다면 안철수만한 파괴력은 갖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안철수 신드롬에 대해서는 좀더 다각도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만, 어쨌든 민주당이든 민주당 지지자들이든 민주당이 잘 되려면 '당위'만을 요구할 게 아니라 시대의 흐름과 요구를 잘 읽어야 하겠지요.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프레임을 가져와서 시대를 선도해야 할 겁니다. 중요한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