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씨의 통큰 양보,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박원순-문재인-한명숙 회동에서의 단일화 발표 등으로 인해
과장 조금 보태 인터넷이 눈물바다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감동의 물결이 절절하게 넘쳐난다는 것이죠.

근데, 제가 원래 성격이 좀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지금 벌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좀 의아하기도 하고 
지금  벌어지는 이런 상황들이 과연 진보개혁 진영에 유리한 국면으로 흘러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상당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50%가 5%에 양보했다는 게 감동의 첫째 원인일텐데 그 감동에 그저 몰입할 게 아니라 
박원순이 가지고 있는 5%의 한계를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박원순의 5%가 단순히 인지도 부족에서 오는 한계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것은 박원순 씨 같은 경력의 정치신인을 대중들이 그닥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겠죠.

인권 변호사 출신 시민운동가는 이미 디제이정부 시절부터 숱하게 보아온 정치이력 중 하나죠.
참여정부 시절에는 그런 사람들이 주류로 다수 활동하기도 했었구요.
다른 사람보다 늦게 뛰어들었을 뿐 박원순 씨 같은 정치상품이 그닥 참신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시민단체 경력이 더이상 훈장이나 명예가 되지 않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죠.

안철수에 열광한 50%가 그대로 박원순으로 옮겨갈까요?
자신할 순 없지만 박원순의 지지율은 안철수의 통큰 양보에도 불구하고 15%를 넘기는 힘들거라고 봅니다. 
 
게다가 안철수 씨의 통큰 양보가 있자마자 박원순 씨는
득달같이 달려가서는 친노의 대표주자 문재인, 한명숙하고 회동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또다시 눈물콧물 흘리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저는 이 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들 왜 저렇게 눈치가 없나'라는  생각부터 먼저 떠오르더군요.

언론은 안철수에 대한 열광을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 대별되는 기성정치권에 대한 회초리라고 분석하지만,
그와 아울러 민노/진신/국참으로 대별되는 야권의 제반 정당들 모두와, 
이런저런 이름으로 활동하는 각종 시민단체들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얼마나 식상해하고 있었는지를
제대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박원순, 문재인, 한명숙이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을 보면서 새로운 정치의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새로운 정치세력의 탄생이 임박하고 있다는 희망적인 징후를 느끼셨나요?

제가 원체 이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그 사진을 보면서 참여정부 이후 한동안 숨죽이고 있었던 아마추어 3류 정치자영업자들이 
다시금 설치고 다닐 공간이 확 늘어나겠구나라는 불길한 예감부터 먼저 들더군요.

위에 주절거린 내용이 그냥 헛소리나 기우로 끝나버리길 바라지만
머릿 속에는 계속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라는 노랫말이 맴돌고 있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