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씨의 높은 인기도는 정치혐오, 더 정확히 얘기하면 `정치인 혐오` 현상에서 기인합니다. 부패한 기존 정치인들과 정치판으로부터 오래동안 실망하고 깊은 불신감을 지닌 대중들이 정치권 밖에서 인물을 찾으려는 심한 갈증으로 인한 현상입니다. 이런 정치권 밖에서 때 안 묻고 신선한 인물들이 선거에 출마하면 마지못해 기존 정당후보들에 투표했거나 투표할 후보가 없어 기권했던 사람들의 표가 당분간은 그들에게 몰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이런 인물들이 기존 정치인과 다른 면모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제3의 정치세력이 되어 기존정치판을 바꿀 수 있을 지의 여부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장외인사들이 정치권에 들어와서는 기존정치인들에 동화되어 부패화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안철수씨의 경우 그가 깨끗한 이미지를 계속 유지할 거라 가정하더라도 이미지만 가지고 대중의 지속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청렴함은 정치인의 중요한 필수조건이지만 단지 기본조건에 불과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의 정치인들은 기본도 못 갖추고 있는 거지요.) 더 중요한 조건은 정치철학과 능력입니다. 안철수나 그 주변 인물을 볼 때 그 세력은 진보보다는 보수세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세력이 새로운 정치철학을 갖지 못하고 중도로 포장한 한나라당의 수구성을 그대로 지니게 된다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중간에 존재하는 어중간한 존재가 되어 조만간 양쪽에 흡수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이 성공하려면 새로운 이념적 대안을 갖고 나와야합니다.


아무튼 기존의 정치권과 정치구도에 워낙 희망이 안 보이니 이런 제3세력의 정치세력화 시도는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그들이 수구세력만 있고 진정한 보수세력이 없는 한국정치계에서 한나라당을 대체하는 건전한 보수세력이 된다면 상당히 바람직한 역할을 하는 겁니다. 나는 그런 가능성을 기대하며 이번 기회에 안철수와 비정치인들의 제3의 정치세력화가 성공하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