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 가서 옷을 갈아입는데 전화소리로 탈의실이 시끄러웠습니다.

약간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상황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A씨가 B씨의 집을 샀나 봅니다. 잔금을 마져 치루기 위해서 A씨가 열쇠를

받아들고 B씨의 아파트에 가보았다고 합니다. 아래는 제가 재구성한 대화입니다.

 

A> 저 안녕하세요. 열쇠 잘 받고 아파트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청소도

    잘 되어있었습니다. 근데 다 좋은데 그 안방 벽에 붙은 부적 있지않습니까 ?

 

B> 예, 아 그거요.. 식구들 건강하라고 점집에서 10만원 주고 사온겁니다.

 

A> 예, 그것 좀 어떻게 해주세요.

 

B> 그냥 떼 내시면 됩니다. 혹시 교회나 절에 다니세요 ?

 

A> 아니요. 제가 다른 사람들 부적에 손을 대지 않거든요. 집사람도 그렇고

    죄송하지만 좀 와서 그것 좀 어떻게 주세요.

 

B> 예 말씀은 알겠는데, 여기가 강릉이거든요. 부산까지 가기가 좀 그렇네요.

     그냥 두셔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냥 떼어 내고, 다시 도배하시면 됩니다.

     아니면 그냥 그 위로 도배해버리면 됩니다. 아무런 문제없는 부적입니다.

 

A> 아니요. 기분이 안좋아요. 색깔도 그렇고 하여튼 제 손으로 할 수는 없어요.

 

B> 아니 그 종이 하나 때문에 강릉에서 부산까지 내려오라는 말이신가요 ?

 

A> 종이가 아니잖아요.  안방 부적은 어떻게 해주셔야죠.

     쓰레기라면 제가 얼마든지 치울 수 있지만.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세요.

 

B> 저는 그냥 도배해버립니다.

 

A> 처리해주실때까지는 ....

 

B> 아니 그러면 그것 때문에 잔금을 어떻게 하시겠다는 말인가요 ?

 

대략 이런 대화였습니다. 욕탕에 들어가서도 이 상황이 얼마나 웃기는지,

실실 웃음이 나왔습니다. “믿음”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과의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A씨는 B씨가 다른 사람을 시켜서 떼는 것도 원치 않는 것 같았습니다. 결자해지를 해라..

이런 뜻인듯. 오래전 경험인데 , 이전에 집사러 돌아다닐 때 좀 싼 집이 있어서 계약할까 했습니다.

다행히 그 근처 아파트에 동기녀석을 만나서 알게된 사실이었는데요.

그 집은 정신착란의 아들이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신은 목을 메고

죽은 집이라고 하네요. 그 전전 주인도 부부가 같이 비명횡사하고.

시가보다 거의 3000-4000 정도는 더 싼 것 같았는데. 비워둔지가 오래된 이유가 나름있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보니 2층에 그늘진 그 집 창문이랑 입구의

메마른 나무가 그렇게 섬뜩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은 말로는 이성적이니 하지만 정말 가장 감정적인, 상징적인 동물이 아닌가 합니다.

 

이 부적문제에서 저는 어떻게든 원 주인이 해결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의학자 융(Jung)의 의견에 의하면 사람만이 유일하게 상징을 사용하는 동물이라고 했습니다. 친노, 닝구, 꼴보수 이런 특정하는 문제로 지나치게 싸우는 것은 집착이 만들어낸 상징체계의 일반현상이 아닐까 합니다. 돈 1000만원 들여서라도 아버님이 남겨준 유품 시계를 찾고 아끼고 가꾸는 것은 비경제적, 비이성적 행동이지만 상징에 대한 집착이 가져다주는 심리적인 성취감이라는 면에서 인간에게는 매우 중요한 행동이죠. 이게 인간사회의 특징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제가 믿고있는 가치체계에 대해서 어떤 경우에 큰 회의가 들때도 있습니다.

 

질문> 부적은 누가 어떻게 해주어야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