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의 꿈이 <뽀르노 스타>인 사람이 있으랴 :
코블렌츠님의 원 글입니다. 이 덧글에서 제가 picket님께 덧글로 답을 달아 드린다고 공언했었는데, 아무래도 그 시점과의 시차가 크고 코블렌츠님의 글에서 제기된 주제와는 점점 벗어나는 것 같아 따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picekt님께는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려야겠네요. 다들 시간이 없으신 줄은 알기 때문에 따로 핑계대기가 정말 저도 마뜩치 않습니다만.. 원래 인터넷 사용 시간이 적은 편이었는데 아크로 활동 때문에 약간 늘었던 것이 학기 시작하고 나서 다시 감소해서요.. 음, 그리고 댓글에서 스켑렙에 유사 주제로 토론이 있었다는 것을 언급하셨는데, 시간이 되면 읽어보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너무 늦어질 것 같아서 글을 먼저 쓰게 되었습니다. 혹시 논의가 별로 진척되지 못했다면 제 탓입니다.

(이 글에서 제시된 모든 분류와 이론적 논의는 순전히 제 입장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과도한 단순화나 일반화 등이 감지되신다면 기탄없이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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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성노동자의 정의
우선 제가 계속 사용하고 있는 '성노동자'라는 범주를 조금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다 보니 성노동자라는 개념이 매매춘 관련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을 지칭하는 것처럼 되어 버렸는데, 제가 '성노동자'라는 개념으로 지시하고자 하였던 것은 (1) 대가성이 있는 성적 서비스 형태를 직접적으로(자신의 육체를 상품으로 해서) 판매하는 사람입니다. 이때 단서로, (2) 그 수요자는 상당한 수준의 근접성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이 경우의 근접성은 수요자가 주관적으로 판단할 때의 근접성입니다.

 '성적 서비스 형태'라는 것은 물론 일정하지 않고, 시대와 관습에 따라 천차만별의 유동성을 가집니다. 그중 가장 부각되는 유형으로는 '포르노 비디오'와 '매매춘'이 있습니다. '근접성'이라는 것은 (1) 공간적인 근접성과 (2) 시간적인 근접성으로 나뉘며, 수요자와 피수요자 사이에 성립하는 관계입니다. 이 중 제가 필수적인 것으로 보는 것은 시간적 근접성입니다. 저는, '시간적 근접성'의 주관적 큼(적어도, 얼마간 확정되어 있음)은 모든 형태의 성노동에 요구되는 조건으로 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추가로 논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공간적 근접성의 경우 여러 목적의 분류에 이용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포르노 비디오 형식의 성노동은 비교적 그런 근접성이 적으며, 매매춘 형식의 성노동은 근접성이 큽니다.

이런 근접성 범주를 도입하는 것은 제가 사실상 정의의 상당 부분을 직관에 의존하려 한다는 뜻이기도 한데요, 이런 근접성 개념은 상당히 모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노동이라는 범주에 대해 모두가 합의할 만한 필요충분조건을 제시하려는 시도는 여기서 별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지 않으므로(굉장히 힘들기도 합니다), 이 정도로 대충 매듭을 짓겠습니다. 그리고.. 원 글에서의 주제는 주로 포르노 배우에 관한 것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주제가 주로 매매춘 쪽으로 옮아간 것 같기 때문에, 이 글에서 대체로 매매춘에 관해 논의할 것임을 명시해 두겠습니다. 


1. 매매춘의 분류
매매춘은 몇 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습니다. 그 초기 접촉 형태의 기준 상 '공간적 근접성(R)'과 '집단성(C)'의 다(+)소(-)를 기준으로 하면, 크게 4가지 정도가 가능하지요. 이를 간략히 적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a) (R-, C-) : 주로 인터넷의 화상 채팅이나, 전화번호를 통해 개인 만남을 주선해 접촉하는 경우입니다. 수요자와 피수요자는 일정한 사이트 등에 회원 자격으로 소속되어 있을 수 있으나, 적어도 탈퇴와 가입 자체는 아무런 제약이 없고, 운영 규칙에만 합의한다면 추가적인 어떤 규제도 받지 않습니다.
(b) (R-, C+) : 매매춘 알선 조직이 배후에 존재하고, 수요자가 능동적으로 이 조직과 접선하여 피수요자를 구하는 경우입니다. 다만 이때 수요자는 조직이 피수요자를 보여 줄 때까지 피수요자와 접촉하지 못합니다. 조직의 영향력과 근접성 정도에 따라 '조직이 수요자에게 피수요자의 선택권을 주는 경우(O+)'와 '선택권을 주지 않는 경우(O-)', 또한 '수요자가 능동적으로 연락해야 하는 경우(M-)'와 '조직에만 접선하면 피수요자를 조직 차원에서 알선하는 경우(M+)'로 세분될 수 있습니다.
(c) (R+, C-) :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주로 거리에서 개인적 호객 행위를 통해 피수요자가 수요자를 끌어들이는 경우입니다. 범죄 등에 가장 취약하고, 피수요자의 상품성이 대체로 가장 적으며, 금전적으로도 별로 많은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대표적 예로 '박카스 아줌마'.
(d) (R+, C+) : c와 유사하지만 그 배후에 어떤 조직이 존재한다는 점에서는 다릅니다. 대체로 b의 경우보다는 피수요자의 조직 내 상대적 지위가 낮은 경우입니다.

가장 일반적으로 별도의 단서를 붙이지 않고 '매매춘'이라고 할 때는 (b)타입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수요자의 시장 내 지위 측면에서, R은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장기적으로 덜 도움이 되는 특성이며, C는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더 도움이 되는 특성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 (a)의 경우 피수요자 측에서의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그 사회적 지위가 높은 경우도 있습니다.


2. 매매춘 원인론
매매춘의 원인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명 방식이 가능합니다. 크게 보아 경제적인 원인론과 사회적인 원인론으로 세분할 수 있습니다. 이외 도덕적 원인론―도덕적 타락에 의해 매매춘이 발생했다―이나 종교적 원인론―신 등이 노해서…― 등은 기각합니다. 문화적 원인론―매춘을 육성/숭배/묵인하는 고유의 분위기/관습이 존재했다―은 별로 결정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므로 따로 논의하지 않을 것입니다.(이하에서 제가 지지하는 주장은 앞에 #를 붙이겠습니다)

(a) 경제적 원인론의 경우 매매춘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 실업을 꼽습니다. 불황 등으로 일자리가 줄어들면, 소득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매매춘 시장으로 진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불황기에는 매매춘 수요 역시 감소한다는 것을 무시하고 있고, 현대 스웨덴 등의 선진 복지국가에서의 매매춘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 케이스에서는 불황기에 매매춘 시장이 축소되고, 경제성장기에 매매춘 시장이 따라 성장했습니다)에서 한계를 갖습니다.

(#a') 제 방식의 경제적 원인론은 실업보다는 (1)시간적 근접성과 (2)가정에 원인을 둡니다. 일부일처제 형식의 결혼제도가 '일반적으로' 정착된 사회에서(이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지만―합의에 의한 자유이혼가능―, 적어도 수요자의 행동이 그에 의해 제약된다는 정도는 의미합니다), 각 가정에서 충족 가능한 성적 욕구와 억제 가능한 성적 욕구의 합이 전체 욕구보다 작을 경우 매(買)춘행위가 발생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초과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할 경우 바람을 피우거나 나이트클럽 등에 가는 것보다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매춘을 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외도를 할 경우 의도치 않은 사회적 압력을 받을 위험성이 있고, 원나잇 등으로 대상자를 구할 경우 그에 대한 성공 여부가 확실치 않으며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위해 불필요한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매춘을 할 경우 시간적 근접성이 보장되므로 금전만 준비되어 있다면 언제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성병이나 피임 등을 잘 관리한다는 조건 하에 별 위험 부담이 없습니다.

(#a'') a'의 설명은 결혼제도의 외부에 있는, 즉 당사자가 능력이 없거나 그럴 필요가 없어 결혼제도의 내부로 편입되지는 않았지만, 성적 욕구는 충족시키고자 하는 경우가 발생할 때에도 비슷하게 적용 가능합니다.

(b) 사회적 원인론은 사회적 역학 관계에서 매매춘의 원인을 찾습니다. 전통적으로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사회적으로 많은 제약을 받아 왔고, 남성과 같은 직업을 가진다손 치더라도 그 직업 내에서 높은 지위를 갖기가 상대적으로 어렵습니다. 따라서 일을 해서 돈을 벌고자 하는 여성은 상대적으로 저노동 고임금의 고효율 시장인 매매춘으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이는 사실상 기반 없는 여성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반대급부로 낮은 사회적 지위를 감수해야 합니다. 이러한 설명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으나, 신체적 능력 차이 때문에 진입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면 직업에 대한 진입 장벽이 사실상 사라진 현대 사회에서는 비교적 적은 효과를 갖습니다. 승진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것은 여전하지만, 많은 경우 직위의 편제가 능력제화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장기적으로는 더 설명 효과가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b') 저는 매매춘 시장 종사자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저노동 고임금/사회적 차별 존재'의 측면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매체의 발달 때문에 거의 비주류로 밀려나 있었던 1-a 형식의 매매춘 형식이 발달하여 사회적 차별 장벽과 피수요자의 시장 이탈 장벽을 사실상 없애면서 저노동 고임금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불균형 때문에 매매춘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3. 매매춘 대책론
매매춘에 대한 대책론은 전통적으로 조세핀 버틀러 등의 1세대 페미니스트가 주장한 바에서 별로 나아가지 않은 '도덕주의'나, 약간 진보한 형태인 '온정주의' 정도가 주류를 이룹니다. 도덕주의는 '매매춘이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것이므로(혹은 사회의 미풍양속에 반하는 것이므로) 폐지되어야 한다'라는 주장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온정주의는 이보다 피수요자 억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1)매매춘은 피수요자를 억압하는 비인간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에 폐지되어야 하는 것이며', '(2)매매춘 시스템에서 이탈시킨 피수요자에 대한 사회적 재활 기관이 필요하다' 정도를 주장합니다. 때로 사회주의 계열에서는 '착취의 근원인 사유재산제를 없애면 그에 기반한 매매춘 역시 자연적으로 사라질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에 반해 '#현실주의' 계열이 존재합니다. 이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매매춘의 성격을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우입니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성 상품화의 구조가 그 자체로는 실질적으로 어떠한 도덕적 함축도 갖지 않으며,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는 상품화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적어도 어느 정도의 도덕적 함축을 가지며, 가능한 한 철폐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이 공히 동의하는 주장은, (1)현재의 매매춘 시스템은 많은 피수요자들을 억압하는 구조를 가진다는 것과, (2)매매춘의 시스템은 축소될 수는 있을 것이나 현재와 유사한 조건에서 철폐되기는 매우 어렵고, 무리하게 그런 시도를 한다면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3)적어도 현재에는 사회적 구조 조정을 통한 매매춘의 철폐 노력보다는 피수요자의 처우 개선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저를 포함해)이 대체로 매매춘이 장기적으로 철폐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들은, 그러한 상황 반전을 위해서는 적어도 몇 가지의 이상적 조건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저의 경우, 제 주장에 바탕하여 제가 제시하는 이상적인 조건들을 열거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가능한 한 양성이 최대로 동등한 수준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조건 창출, (2)일반적 가정 구조 내에서 해결이 어려운 초과적인 성욕의 매매춘 시스템이 아닌 고정적 분출구 마련, (3)매매춘 시스템의 구조 개선(저노동 고임금에서 평균적으로 노동 수준에 상당하는 임금으로), (4)성에 매우 개방적이어서 매매춘 시스템과 비슷한 시간적 근접성을 가진 성적 서비스 교류의 장 일반화.

저는 (1)은 장기적으로 가장 쉽게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사회는 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얼마 되지 않아 사회적인 문제가 되지 않을 날이 올 것 같습니다. (2)의 경우는 조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인데, 만약 미래에 성적인 쾌감을 필요한 수준으로 획득할 수 있는 섹스 안드로이드 같은 게 시판된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4)의 경우 아마 뇌과학에 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서 성적 서비스에 대한 분위기와 그에 따르는 쾌감을 충분히 전이시킬 수 있는 사이버 섹스 센터 같은 게 생긴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지요. (3)의 경우 저는 실질적으로 매우 힘들다고 보는 입장인데, 만약 그렇지 않다면 굳이 차별 장벽을 감수하고 매매춘 산업에 진입할 가장 큰 유인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4. 보론: 매매춘 제도화가 현실주의자의 대안인가?
현실주의자의 경우 무턱대고 매매춘을 불법화하자는 주장을 반대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면 매매춘 제도화가 현실주의자의 대안이냐는 질문이 필연적으로 따라 나옵니다. 과연 그럴까요? 적어도 #저의 경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둘 다 반대합니다'.

매매춘을 제도화하자는 주장은 현실주의 진영에서 실제로 큰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 매매춘 제도화는 매매춘 피수요자에게로 향하는 또 다른 낙인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제도화 역시 반대합니다. 실제로 공창제 등을 통해 매매춘에 대한 합법적 통제를 시행하는 나라들은, 항상 그 낙인을 받기를 거부하고 미등록으로 매춘을 강행하는 피수요자들이 존재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때문에, 제가 주장하는 것은 매매춘을 합법화하되(적어도 명시적으로 불법화하지 않되) 그에 종사하는 피수요자들을 단순한 노동자의 한 종류로 취급하는 것입니다. 국가에 의한 등록이나 추가적 통제 등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s. 이번 글의 경우 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주가 되었기 때문에, 피켓님의 글에 대한 세세한 논의는 행하지 못했습니다. 가능하면 이 글로 옮겨서 추가적으로 논의되었으면 하는데, 우선 제 글에 대해 반대하는 점을 지적해 주십시오. 만약 별다른 언급 없이 원 댓글을 그냥 지정하신다면 제가 그쪽을 보고 댓글로 추가 변론을 하겠습니다.

p.s.2. 이번 글은 제가 충분한 퇴고를 거치지 못하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즉석에서 쓴 글이라, 여러 오타나 비문, 헛소리 등이 다른 제 글이나 댓글에 비해 비교적 많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이 보이신다면 댓글로 즉각적인 지적 부탁드립니다.

p.s.3. '근접성'에 대해 '적다' 와 '크다'가 무의식적으로 혼용되고 있습니다. '근접성'이라는 것이 수량적 개념인지 질적 개념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헛갈리는 것 같네요. 분명 거리에 관한 성질이라는 점에서는 수량적인 점도 있지만, 주관적으로 느끼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질적인 두루뭉술함도 개재되어 있는 것 같고요. '적다/많다'나 '작다/크다' 중 한쪽 쌍으로 일괄적 처리를 하려고 했는데 역시 좀 어색해서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습니다.

p.s.마지막. 또한 가능한 한 빠르게 피드백을 하도록 노력은 하겠습니다만, 제 시간상 다른 분의 댓글에 대해 즉시 피드백은 힘드니, 먼저 양해를 구합니다.

Sicut erat in principio, et nunc, et semper,
et in saecula saecul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