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를 해보자는 의견이 있어서 한번 글을 써보려 했는데, 능력도 부족하고 시간도 없고 동기부여도 되지 않아서 못쓰고 있었는데, 마침 안철수가 나타나서 급하게 대충 씁니다. 나중에 차곡차곡 더 써야겠죠. 이 글은 그냥 생각나는대로 안철수와 엮어서 쓴 글입니다)

이명박정부도 끝나가는 마당에 참여정부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때늦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참여정부에 대한 큰 기대가 그만큼 큰 실망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참여정부에 가해진 수많은 비판과,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갑자기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함으로써 느닷없이 이루어진 참여정부 재평가 사이의 큰 괴리는 너무 컸습니다. 물론 이명박정부 출범 직후, 진보개혁세력의 새출발을 위하여 참여정부, 나아가 민주정부 10년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보려는 노력이 없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런 작업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지금까지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노무현 서거 이후 '최대한 선의로' 참여정부를 해석하고, '최악의 정부'인 이명박정부와의 비교를 통해 "할만큼 반성했다, 일단 정권부터 찾아오자"는 분위기가 대세가 된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열망에서 실망으로, 실망에서 분노로, 분노에서 (이명박에 대한) 증오로 이어진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는 노무현이라는 한 인물에 대한 감성적, 감정적인 접근이 우선된데에서 비롯된 정당하지 않은, 즉 진보개혁세력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평가라는 생각을 항상 해왔습니다. 분명 진보개혁세력이 한나라당에 정권을 내준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훗날 다시 정권을 찾아오기 위해서는 민주정부 10년을 '제대로' 성찰해야만 하기 때문이죠. 특히 지역, 이념적으로 태생적 소수파였던 김대중의 국민의정부가 그것을 극복하고 정권을 재창출 해낸 참여정부에 대해서는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정치적, 정책적, 이념적으로 더 객관적, 전문적, 대중적인 평가가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참여정부는 자신들이 정권을 획득할 수 있었던 이유로 '시대정신'을 들곤 했습니다. 그 시대정신이 무엇인지에 대해 당시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지금(2000년대 초반)의 시대정신은 몰상식, 부조리, 부패, 비합리 등에 대한 개혁이다"라고 말입니다. 참여정부의 탄생에 이바지한 사람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당시의 우리 사회의 문제를 '개혁'하는 것이 그 때의 시대정신이고, 참여정부는 바로 그 시대정신을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지역주의 청산에 집중한 사람들은 지역주의 타파를, 정당민주화에 집중한 사람들은 정당민주화를, 경제개혁(재벌개혁)에 집중한 이들은 재벌개혁을, 사회국가로의 이행을 강조한 이들은 복지확대와 노동권 확대를...IMF극복과 반이회창, 반한나라당이라는 거대한 흐름 안에서 잠재되어 있던 각종 요구들이 '시대정신'이란 이름을 각자 자기 나름대로 노무현에 투영해서 참여정부를 탄생시켰죠. 그리고 제 생각엔 참여정부는 자신을 탄생시킨 시대정신은 '정치개혁'이고, 이 정치개혁은 '정당 내부의 민주화를 통해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당질서를 해체함과 동시에 새로운 정치질서를 창조함으로써 민주정치를 완성'시키는 것으로 정의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참여정부는 당내경선에 반한 행동을 한 후단협에 대해서 '정당정치'를 훼손하는 세력이라는 인식을 널리 공유한 것으로 보이고, 그 근본 원인을 '지역주의', 즉 이념과 무관하게 지역에만 의존한 구태정치라로 보고 이것에 알레르기반응을 보였던 점에 비추어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러한 정당개혁을 통한 정치개혁의 추구는, '정치의 비효율성'에 대한 비판과 맞물리고, "기업은 2류, 정부는 3류, 정치는 4류"라는 이건희의 말이 먹히는 기성정치혐오의 분위기 속에서 집권여당을 쪼개고 새로운 정당,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는 정치실험으로 이어졌습니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수많은 비난, 비판, 옹호, 찬성의 논리를 그대로 여기서 반복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특히 호남배제, 영남진출을 과하게 추구했던 열린우리당의 과오를 또 논할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여기서 이야기할 것은 안철수에 대한 조국의 생각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집니다.

조국은 한겨레에서 이번에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 움직임과 관련해서 안철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죠. 제 생각에 조국이 언급한 내용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 부분같습니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494813.html)

""현재로서 알 수 있는 점은 전문가들이 나서, 전문가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안철수 원장은 평소 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비전문가들이 너무 많은 결정을 한다. 전문가들이 나서야 한다’는 말을 했다. 일정 정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내가 정치는 모르지만 행정은 할 수 있다’는 그 말은 틀린 말이다. 무슨 말이냐. 행정과 정치가 구별되고, 정책전문가와 정치가가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와 정책이 결합하고, 정치와 행정이 결합하는 것인데, 정치는 아니고 행정은 잘할 수 있다는 말은 옳지 않다.

이분이 표방하는 정치의 색깔은 ‘전문가 정치’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정당과 정치와 세력을 그런 논리로 제치려 하고 있다. 그분이 내세우는 전문가 정치는 뒤집어 말하면 정치 혐오증이 된다.

대중정치를 활성화하는 것이 아니라 엘리트 정치로 가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오랜 대중 민주주의의 전통을 가진 사회다. 그 근본적인 힘이 민주화 운동을, 촛불을 만들어낸 것이다. 국민주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노력과 대중 민주주의가 우리 사회를 바꿔 왔는데, 그분들은 그걸 한계라고 보는 것 같다.

세 번째가 그들의 정치적 성향이다. 앞서 윤여준 전 장관과 박경철 원장의 정치적 이력을 이야기했지만, 그 들은 반한나라당이 아니다. 한겨레는 ‘반한나라, 비민주’라고 했는데 정확히 표현하면 비한나라당이다. 그들이 내세우는 정치적 구도는 ‘비한나라/비민주·진보다.

그들의 지향점을 정확히 봐야 한다. 그분들은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진보를 위한 흐름과 떨어져 있는 분들이다. 같이 한 적이 없다. 촛불이든 무엇이든 같이 한 적이 없다. 그 점은 분명하다. 보수도 문제가 있지만, 진보도 문제가 있다고 해서 전문가 정치로 대체하려고 한다. 그 전문가 정치를 같이하자는 친구를 봐야 하는데, 안철수의 친구 중에는 (진보적인 활동을 하는) 김여진씨도 있지만, 다수는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고 친한나라당 성향이 있는 분들이다. 그들과 함께하려는 기업가들이 몇 분이 있다. 그리고 그 조직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정통회를 보면, 정토회는 보수부터 진보까지 다 모여 있는 종교집단이다.""


우리는 흔히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는 '참여', 즉 국민의 참여를 강조한 정당, 정부를 추구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정부 이름부터 '참여'정부고, 정당 이름은 '열린'우리당이니까요. 그리고 열린우리당은 구민주당의 폐쇄성, 비민주적 의사결정구조에 반기를 든 정당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기존 정치질서가 대통령 중심의 행정부 우위로 인하여 정당이 정부에 끌려다니기 때문에 정당이 바로서지 못한다는 이유로 '당정분리'를 내세우며 정당의 독립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비효율적, 비전문적인 정치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전문성을 지닌 전문가 중심의 정치를 추구합니다. 정당은 전문성을 갖춘 정치인 중심의 원내정당화를 정부는 행정관료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외부 전문가를 초빙한 위원회정치를 주도한 것이죠.

자, 다들 아시다시피,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정치실험은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 이유로 여러가지를 듭니다만 저는 이번 글에서는 바로 윗 문단이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고, 지금 안철수의 정치관도 비슷한 이유로 (안철수 개인은 성공할 수 있지만) 불안하다고 생각합니다.


열린우리당은 당내 민주화를 위해 진성당원제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참여정부는 정당의 독립성을 위해 당정분리를 추구했죠. 그리고 정치의 전문성을 위해 정당과 정부는 전문가 정치(원내정당화, 위원회정치)를 했습니다. 원내정당화의 핵심은 정부를 비롯한 외부의 간섭에서 자유로운 정치인, 특히 그중에서도 원내에 있는 정치인인 전문성을 갖춘 국회의원의 정치이고, 이는 국회의 각 위원회(정부 위원회가 아니라) 중심의 정치를 말합니다. 국회 각 위원회에서 전문가 국회의원이 독립된 주체로서 정당으로부터도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것을 보장하려는 것이 원내정당화의 핵심이죠.

바로 이것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시민의 참여를 통해 정당 내부의 질서를 개혁하고, 시민의 목소리가 더 잘 반영되는 정당 내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진성당원제와 그와 공존하기 어려운 전문가 정치 중심의 원내정당화가 정당개혁으로 묶여서 한꺼번에 추진됐고, 당정분리라는 명목 하에, 정부는 '전문가'들의 위원회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당과 따로 놀게 되었고, 더 나아가 정부를 만들어줬고 지지한 국민들과도 접점이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정당이 국민의 소리를 수렴하지 못하고, 정당과 정부가 선거에서 뽑힌 이후 국민에게 책임을 안진다는 등의 이유로 추구된 진성당원제, 책임정치가 동시에 당정분리, 원내정당화, 전문가 정당론과 추진된 것이죠.

원내정당, 전문가 정당의 핵심인 '정당의 독립성'은 정부로부터의 독립성 뿐만 아니라 그 정당의 지지세력인 유권자, 나아가 정당의 핵심기반인 당원으로부터의 독립성까지 요구하는데, 한마디로 시예스 식의 전통적인 대의민주주의론과 유사한 생각이죠. 이것과 시민의 정당참여, 당원 중심의 당내질서, 책임정치는 상당히 이질적인데, 이질적인 두가지 정당정치개혁의 목표가 '정치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동시에 진핻된 것입니다.

결과는 널리 알려진대로, 집권여당과 청와대 사이의 불협화음의 생중계, 진성당원제를 둘러싼 불필요한 갈등 등으로 인하여 당정분리, 전문가 정치, 책임정치, 진성당원제 모두 원래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하고, 한꺼번에 묶여서 "참여정부의 정치실험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죠.


현재 안철수는 조국이 평한 것처럼 제가 보기에도 전문가 중심의 정치를 추구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묘하게도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를 탄생시켰던 정치개혁, 사회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안철수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의 성격도 비슷해 보입니다. 즉 기성정치에 대한 혐오와 사회문제를 해결할 참신하고 유능한 전문가 리더의 등장과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달라는 욕망이 안철수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노무현과 참여정부, 열린우리당에게 그러했듯이 말이죠.

다른 점이라면, 안철수는 노무현, 참여정부, 열린우리당과 다르게 책임정치, 당내민주화와 같은 것에는 일단 전혀 관심이 없어보입니다. 오히려 그는 행정과 정치를 분리시켜야 한다는 식의 제대로 된 '신자유주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사회 각 부문에서 정치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각 부문의 전문가 중심의 일처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면 전형적인 보수우파의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는 곧 민주주의이고, 이는 국민의 참여, 민의의 반영인데 안철수는 이명박처럼 이를 '무시'할 것 같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중시'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참여정부는 경제도 그렇지만 이렇듯 정치개혁에 있어서도 우왕좌왕했습니다. 과연 안철수는 어떻게 될까요? 10.26 재보선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안철수 개인은 성공할 가능성도 꽤 커보입니다. 하지만 안철수 식의 전문가 정치가 '진보'의 정치일 수 있을까요?



뱀발) 개인적으로 조국 교수의 이번 인터뷰를 보고 많이 배웠습니다. 그의 고향이 영남이라는 이유로 색안경을 끼고 그를 바라보기 보다는 일단 그의 생각 자체를 먼저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주호영, 이재오를 자문해준 박경철같은 분과 고향이 영남이라는 이유만으로 함께 묶여서 욕먹는 것은 조국에겐 억울한 일일 겁니다. 조국 교수의 이번 인터뷰 내용이 저의 생각과 비슷해서 편드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