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등의 논의를 보면 안철수를 지지해야 하느냐 그렇지 않으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는 것 같은데, 아크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안철수의 당선 가능성이 토론의 중심이다.

그럴 수도 있다. 당연히 논의할 수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이 논의가 불편한 것은 마치 '당선 가능성이 높으면 당연히 지지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당선 가능성이 높으면 그 정치인은 당연히 지지할 가치가 있는 정치인인가? 그렇다면 노태우 김영삼 이회창 이명박 박근혜도 훌륭한 정치인, 지지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역으로 이렇게 물어올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안철수는 지지의 대상이 되면 안되는가?

이런 점과 관련해 내가 안철수를 지지하지 않는, 지지할 수 없는 개인적인 이유를 밝히고 싶다.

첫째, 안철수가 부산 출신 즉 PK출신, 경상도 출신이란 것 때문에 반대한다. 나더러 지역주의자라고 욕해도 좋다.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언론 등 모든 분야의 주도권 보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패권을 경상도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별 이견이 없을 줄 안다. 이견이 있는 분도 있겠지만 그런 분들과는 별로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으니 그냥 패스해주시기를 당부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 뭐라고 반박을 해오더라도 나는 대꾸할 생각이 없으니 그 점은 양해주시기 바란다.

경상도 출신들이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과 특혜와 자원 배분권과 의사결정권을 독점하고 있는 이 현상을 흔히 영남패권이라고 부른다. 이 영남패권은 매우 특이한 재생산구조와 자기 구현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호남 배제와 호남 증오라는 문화적 패륜과 정신병증을 강력한 촉매제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즉, 영남패권이 유지되긴 위해서는 호남에 대한 끊임없는 증오심의 재생산이 불가피하다는 얘기이다. 이것이 영남패권의 첫번째 특징이다.

두번째 특징은 이러한 호남 혐오와 호남 배제라는 패륜과 정신병증이 영남 정체성을 가진 모든 사람들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확대 강화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러한 패륜과 정신병증은 영남 정체성을 갖지 않았던 사람들에게까지 점차 전파되고 확산된다. 그것이 바로 패권이 갖는 힘이다. 즉, 모든 영남 출신들 나아가 영남 출신들과 이념적 동질감을 가진 모든 사람들은 이러한 패륜과 정신병증의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혐의는 혐의일뿐 실제적인 패륜과 정신병증의 존재는 별도로 입증돼야 한다. 정말 안철수가 일반적인 영남 출신들처럼 호남 혐오, 호남 배제라는 패륜과 정신병증을 갖고 있는가? 내가 보기엔 이 질문에 대한 답변도 Yes이다.

안철수와 뗄 수 없는 가까운 사이라는 박경철이 그동안 보인 행동이 이것을 분명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민주당 공천심사 과정에서 보여준 박경철의 행태, 이호성을 호남의 정체성으로 거리낌없이 규정하는 그 발언 이상의 증거가 더 필요한가? 박근혜에 대한 거리낌없는 칭송은 또 어떠한가? 내가 보기에 박경철은 평균적인 영남인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박정희 추종자이다. 박정희가 죽고 없기 때문에 저런 자도 얼마든지 개혁의 탈을 쓰고 "나는 지혜 아빠로 남겠다"며 선량한 민주시민의 외피를 쓸 수 있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이런 자를 둘도 없는 친구로 둔 안철수가 평균적인 영남인 이상으로 호남 혐오증이라는 패륜적 정신병증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이 과연 이상한가? 잘못된 추론인가?

내가 안철수를 반대하는 둘째 이유는 안철수가 보이는 무당파성이다. 한나라당은 절망인데 민주당은 대안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흔해빠진 먹물들, 나름 개혁적인 척하는 먹물들의 일반적인 논리인 이 주장에 대해서 한번쯤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이 왜 절망일까? 무엇 때문에 한나라당이 절망이라고 느끼는 걸까?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사람들마다 조금씩 편차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대한민국이 처한 시대적 요구와 보편적인 개혁의 과제에 대해서 한나라당이 추호도 수용할 가능성도 없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한나라당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와 보편적인 개혁의 과제를 그렇게 전혀! 수용할 수 없는 것일까?

바로 이 이유에 대해서 얼마나 정직하게 답변하느냐에 따라서 우리나라의 여러가지 정치세력이 갈리어 나뉘게 된다. 내가 보기에 한나라당이 저러한 시대적 요구, 보편적인 개혁의 과제를 전혀 수용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저 문제들이 호남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이념적으로 보수 꼴통 수구이기 때문이 아니다. 저러한 시대적 요구, 보편적인 개혁의 과제를 수용할 때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몇십 년 동안 권력을 유지해온 근간인 영남패권과 호남 배제를 포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북대화와 평화체제 정착은 남한 자본가 계급에게도 매우 유리한 요소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정권은 결코 이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 그럴 경우 한반도 문제에 대한 호남의 이니셔티브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도 마찬가지다. 호남배제 정책을 거의 노골화한 고외공직자 인사야 새삼 말하기조차 쑥스럽다.

만일 안철수가 정말 한나라당이 절망이라고 느꼈다면 안철수는 그 절망이 바로 호남배제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안철수는 곧장 '민주당은 대안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좋다. 민주당은 무척 문제가 많은 당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아무리 문제가 많고 대안이 될 수 없는 정당이라 해도 안철수가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지난 반세기 이상의 영남패권과 횡포에 대해서 가장 앞서서 저항해왔고 그 투쟁의 결과물을 만들어낸 유일한 정당이 바로 민주당이라는 사실이다.

민주당이 문제가 많고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해도 이러한 역사성에 대해서는 분명한 인정이 필요하고, 그러한 전제 위에서 새로운 정치적 모색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안철수의 모든 언행은 안철수가 이 문제에 대해서 털끝만큼의 인식도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것은 안철수의 정치인식이 매우 심각한 몰역사성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 즉, 안철수는 전혀! 역사 인식이 없다. 역사 인식이 없는 정치 지도자는 그 자체로 재앙이다. 이 사실은 어떠한 논리와 빵빵한 스펙으로도 부인할 수 없다.

'안철수가 영남이라서 거부한다고? 누구 맘대로?' 이런 말을 하신 분도 있던데, 분명히 말한다. 호남 맘대로~. 호남은 이러한 자들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나아가 의무를 갖고 있다. 물론 호남이 거부한다고 해서 그러한 정치적 결정이 승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호남의 선택은 항상 패배에 더 익숙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거부는 언제나 정치적 역사적 정당성을 가져왔다. 여기에 대해서 부인할 자 있으면 나와보라. 호남은 안철수 같은 자를 거부할 수 있고, 거부해야 한다. 이것이 호남의 정치적 권리이자 역사적 의무이다.

영남 출신에서 좋은 정치인들이 나오는 걸 어쩌란 말이냐? 억울하면 니들도 좋은 정치인 키워내던지... 이런 의미의 발언도 나오던데, 파렴치하고 비열한 발언이다.

김용철 얘기도 나오던데, 꼭 김용철만 비교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단 얘기 나왔으니 한번 파헤쳐보자. 도대체 안철수가 김용철보다 더 뛰어난 업적을 이룩한 게 뭔가? 안철수가 젊은 시절 한 일이 뭔가? 당시는 태평성대라서 민주화 운동을 할 이유도 없었나? 안철수가 젊은 시절 한 일은 의대 가려고 공부했고, 의대에 가서 공부했고, 바이러스 문제에 눈 뜨고 프로그램 개발해서 무료로 뿌렸다는 것 말고 뭐가 있나? 그게 그렇게 대단한 업적이었나?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찬진이 안철수보다 못할 게 거의 없어 보인다. 아니 이찬진이 몇십배 더 낫다.

모든 기득권을 영남패권이 틀어쥐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인 한 사람 한 사람의 뜨고 지는 것에도 그러한 패권이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는가? 단적으로 말해서 문재인이라는 정치 저능아도 노빠들의 등살에 하루아침에 시대의 구원자 역할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안철수는 그런 방식과 무관하게 뜬 인물이라는 얘기를 하고싶은 것인가?

영남출신의 정치인들이 우후죽순처럼 많이 뜬다는 얘기는 그것들이 모두 하나같이 허접한 사이비라는 강력한 반증이다. 정말 훌륭한 정치인, 문재인이나 안철수에게 부지런히 덮어씌우고 있는 그런 시대적 소명을 타고난 정치인은 그런 식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호남 출신 정치인들은 아직 호남 출신들에게 덧씌워진 더러운 영남패권의 철조망을 뚫고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그들이 안철수나 문재인보다 못한 정치인이라는 증거가 되는가? 차라리 이것이야말로 호남 출신 정치인들이 최소한 문재인이나 안철수같은 저능아, 온실속 속성 재배한 화초가 아니라는 강력한 증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영남패권은 자꾸 역사성을 탈각한 스타 정치인을 만들고 싶어한다. 그러한 시도는 성공할 수 없다. 여기서의 성공과 실패란 당선 여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의 목표가 당선은 아니지 않은가? 당선은 정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아무리 많은 스타 정치인을 만들어내고 그들이 아무리 많은 당선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간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정치적 성공이 아니다. 정치적 성공은 결국 역사에 의해 평가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안철수를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