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물이 이렇게 집중적인 논쟁의 대상이 된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이곳 아크로에서도 그렇고 다른 곳에서도 말입니다. 아 물론 '인터넷' 공간에 한해서 입니다.

아크로에서야 유시민이 화두였고, 유시민이 약간 기가 죽으면서 자연스레 문재인이 약간 논의됐지만, 그 논의의 정도가 유시민만 못했죠. 그 이유야 별게 아니고 일단 문재인 자신이 정치를 하겠다고 하지도 않았고, 어쨌든간에 민주당 중심, 혹은 민주당 배제 반대의 노선을 걸어온 노무현의 뜻을 이어가는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었죠. 문재인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재인을 두고 논쟁하는 것은 김어준 식의 '문빠짓' 혹은 '쟤가 뭐 하려는데?'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었죠.

어찌됐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시민, 문재인은 소위 말하는 진보개혁진영, 그리고 이곳에서 논의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대상이 안철수가 됐죠.


그런데 안철수는 유시민, 문재인과 비슷하고 또 다릅니다. 비슷한 점은 이것입니다. 셋 모두 기존 정당정치체제에서 벗어나 있는 비정치적인(혹은 비정치적으로 보이는) 명망가라는 것이죠.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기존 정치구조 하에서의 정치인과 이질적인 명망가가 인기를 끄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좌파가 보기에) 보수 양당구조가 굳건한 미국도 최근에 로스페로, 랄프 네이더가 등장했고, 오바마도 힐러리에 비해 신선한, 비정치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민주당 대선후보가 됐고, 대통령이 되었죠. 이런 현상이 바람직한지 아닌지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현상이 비정상적인 것은 아닙니다. 기존 정치세력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유권자는 언제나 존재할 것이고, 그 수가 많아지면 당연히 그 수요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정치인, 정치세력, 정당은 출현할 수밖에 없죠. 다른 점은, 유시민은 제3 지대에서 기존 정당에게 단일화를 요구하고, 문재인은 기존 정당을 포함해서 합치자고 하는데 안철수는 홀로서겠다는 점이죠.


김영삼의 3당합당 이래로, 현재의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경쟁구조가 짜여졌죠. 매우 공고해 보이지만,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모두 보수정당이라는 논리로 '좌파정당'의 성장을 도모하는 움직임,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지역당이므로 지역과 무관한 새로운 개혁정당(좌파정당 아닌)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비민주당 개혁정당'을 만들려는 움직임, 그밖에 기존정당들은 모두 썩었을 뿐만 아니라 좌우의 패러다임도 벗어나야 한다는 논리로 '새로운 제3의 길'을 개척하려는 움직임은 언제나 있어왔습니다. 민노당이 그랬고 꼬마 민주당(국민회의가 후에 창당됐지만), 열린우리당이 그랬고, 문국현, 박찬종, 정몽준, 이인제 등이 색깔은 다르지만 제3의 길을 외쳤습니다.

저는 원론적으로 기존 정당구조에 대해 어떠한 이유로든 만족을 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이 존재한다면 그들을 만족시켜주기 위한 새로운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이 등장하는 것이 나쁠 것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원칙적으로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반박하겠습니까. 한나라당도 절망적이고, 민주당도 대안이 아니니 기존 정당과 무관한 제3의 정치세력을 만들어서 구조를 바꿔버리겠다는 주장과 정치적 실천은 유시민이 좋아하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이죠(유시민을 제가 깐 이유는 민주당과 차이가 있는 제3세력도 아니면서 정치낭인들 모아놓고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저의 판단 때문이었지, 한나라당, 민주당 이외의 정당이 존재해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깐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원론적으로 안철수가 정치를 민주당, 한나라당, 민노당 등 기존 정당과 함께 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해보겠다면 굳이 반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민주당이나 민노당보고 양보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자기 스스로 홀로서기 하겠다는데 뭐라고 반대하겠습니까.

다만
아직 안철수가 왜, 어떻게, 뭘 위해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아무것도 밝힌 것이 없다는 점,
재벌, 부동산, 조세, 복지, 외교안보 등의 문제를 더이상 손놓고 있을 시간이 없는데 단일화를 하네 마네, 민주당이 양보해야 하네 마네, 단일화 절차를 어떻게 할까 등 부수적인 것 가지고 진보개혁세력이 시간낭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안철수를 윤여준이 밀어준다는 점
때문에 안철수한테 나오지 말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호의적일 수는 없습니다. 특히 윤여준이 후원한다는 것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