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도화선 속으로 꽃을 몰아가는 힘이

 푸른 내 나이 몰아간다. 나무 뿌리를 시들게 하는 힘이

 나의 파괴자다

 하여 나는 말문이 막혀 구부러진 장미에게 말할 수 없다

 내 청춘도 똑같은 겨울 열병으로 굽어졌음을

 

 바위 틈으로 물을 몰아가는 힘이

 붉은 내 피를 몰아간다 모여드는 강물을 마르게 하는 힘이

 내 피를 밀랍처럼 굳게 한다

 하여 나는 내 말문이 막혀 내 혈관에게 입을 뗄 수가 없다

 어떻게 산 속 옹달샘을 똑같은 입이 빠는 지를

 

 웅덩이의 물을 휘젖는 손이

 모래 수렁을 움직인다, 부는 바람을 밧줄로 묶는 손이

 내 수의의 돛폭을 잡아끈다

 하여 나는 말 문이 막혀 목 매달린 자에게 말할 수 없다

 어떻게 내 살이 목을 매다는 자의 석회가 되는 지를

 

 시간의 입술이 샘물머리에 붙어 거머리처럼 빨아댄다

 사랑은 방울져 모인다. 그러나 떨어진 피가

 그녀의 상처를 달래 주리

 하여 나는 말문이 막혀 기상의 바람에게 말할 수 없다

 어떻게 시간이 별들을 돌며 똑딱똑딱 천국을 세는지를

 

 하여 나는 말문이 막혀 애인의 무덤에 말할 수 없다

 어떻게 내 시트에도 똑같이 구부러진 벌레가 기어가는 지를

 

/딜런 토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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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식의 정서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푸른 도화선 속으로 꽃을 몰아가는 힘> 이라는 이미지 속에 들어있는, 종국에는 강렬하게 흔적도 없이 터져 버리는 푸른 도화선 속으로 자신을 집어 넣어 버릴 수 밖에 없는어떤 명징한 자기 삶의 방향에 대한 의식. 삶의 방향이 단호히 전환되는 그 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는 그 치기어린 객기. 삶 속에 가려진 죽음의 거대함을 볼 정도로 병적으로 조숙해 버린 19세의 천재 시인이 아니었다면 어찌 이런 이미지를 포착할 수 있었겠는가. 10여년 전에 처음 이 시를 만났을 때는 그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싱싱한 시어의 이미지에 환호했을 뿐이지만, 우연히 재회한 오늘의 이 느낌은무엇인가. 땅거미 속에 긴 그림자만 드리우고 있는, 스스로 만든 제단 위에 내려 놓은 자기 환멸의 읖조림으로 다가오는 소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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