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사회 게시판
정국이 서울시 교육감 선거비리로 시끄럽군요. 단일화를 하는 과정에서 불법이 이루어졌느냐가 문제군요.
이런 비리는 근본적으로 투표제도의 결함에서 비롯됩니다. 지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곽노현후보는 과반수 득표에 미달한 34.3%의 득표율로서 2위 후보와 1.1%라는 근소한 차이로 당선됐습니다. 만약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으면 낙선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처럼 후보 단일화가 당락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니 단일화 비리가 늘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현행 투표제도는 유권자로부터 가장 지지받는 후보를 선출하는데 결함이 있고 비리를 유발할 소지가 있습니다.
현행 투표제도 하에서는 극히 미미한 득표율을 올린 후보도 당선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명의 후보자가 경합을 할 때 이론상 전체 유효표의 1.01%의 득표를 한 후보도 당선될 수 있습니다. 다른 모든 후보가 1%의 득표율에 가까울 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지요.
1.01%의 지지율로 당선된다니 어이가 없지 않습니까? 결선투표가 도입되면 이런 득표율은 결선까지 가기도 전에 일찌감치 탈락 할 수도 있는 득표율이죠. 다시 말해, 이런 결함은 결선 투표가 없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결선 투표가 존재한다면 굳이 단일화를 할 필요가 없겠지요. 뿐만 아니라 공천이나 당내경선에서 생기는 문제도 사라질 겁니다. 한 당에서 한 후보만 선출하기 위해 당선 가능성 있는 후보들을 억지로 걸러내지 않고, 원하는 후보자는 다 본선에 내보내 공정하게 실제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투표 한 번 치루는 것도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데 어떻게 여러 차례의 결선 투표를 하느냐의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아직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겠지요. 하지만 이런 문제는 기술적으로 해결이 가능합니다.
한 가지 방법은 미국처럼 컴퓨터 개표방식을 도입하는 겁니다. 미국은 한국보다 직접민주주의가 훨씬 발달해 있습니다. 투표도 정기적으로 자주하지만 투표로 지역 공무원, 판검사 등 넓은 범위의 공직자를 선출할 뿐만 아니라 사소한 지역현안 문제까지 유권자가 투표로 결정합니다.
한국에서는 국민이 4-5년에 한 번씩 제한된 범위의 선출직 공직자를 뽑고선 그만 입니다. 문제는 국민의 생각과 선출된 대표자의 생각에 괴리가 커서 정책결정 결과에 늘 시비가 따릅니다. 예를 들면, 이라크 파병, 수도 이전, 4대강 사업을 국민이 직접 결정했다면 지금처럼 소모적 혼란이 줄어들었을 겁니다.
따라서 가장 좋은 민주제도는 모든 결정을 국민이 직접 결정하는 직접민주제인데 이것은 인구가 많으니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대의민주제를 할 수 밖에 없는데. 그래도 가능한 직접민주제에 가까운 대의민주제도가 좋겠지요.
미국의 투표용지에는 대통령부터 지방 공무원까지 한국보다 훨씬 넓은 범위의 선출직을 선택하는 칸이 있고 여러 현안문제에 대해 선택하는 항들이 있어서 유권자는 수십 개의 항목에 기표를 해야 합니다. 기표 안 한 항은 기권으로 처리됩니다. 문제는 개표인데 컴퓨터로 카운터하고 집계하기 때문에 인력과 시간이 크게 절약됩니다.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 방식으로 투표가 실시돼왔지만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좀 더 직접민주주의에 가까운 이런 방식의 투표제도의 도입이 필요한데, 특히 문제가 되는 결선투표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시급하겠지요. 결선투표의 구체적인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투표자들은 투표용지에 자기가 원하는 후보자의 순위를 선호도 순서에 따라 기표합니다. 후보자가 10명이라면 1순위부터 10순위까지 할 수 있는데. 투표자의 선호에 따라 1순위나 2순위만 기표할 수도 있고 순위별로 다 기표할 수도 있습니다. 투표자가 기표한 후보자들만 카운트하고 나머지는 기권으로 처리됩니다. 1차 개표는 투표자들이 1순위에 기표한 후보자들만 카운트합니다. 1차 개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최하위 득표자는 탈락시키고 나머지 후보자로 카운트합니다. 이 때는 탈락한 후보자에 1순위로 투표한 투표자의 2순위 후보를 유효투표로 간주하고 카운트하여 사표를 방지하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탈락한 후보자에 투표한 투표자들의 제2, 제3, 제4... 순위 후보자들을 유효화시켜 카운트 해나가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게 됩니다. 이 과정은 컴퓨터가 순식간에 가려내 집계하므로 시간이 별로 안 걸립니다.
이런 식의 투표방식을 도입하면 항상 과반수 이상의 득표자가 당선되므로 현재 잡음이 많은 후보 단일화나 공천, 후보경선의 문제가 사라질 겁니다.
추가 비용도 없고 단일화에 따른 잡음과 부작용도 없앨 수 있고, 피선거권의 확대도 도모할 수 있어 일석3조네요.
소요님이 말씀하신 기존의 최상위 2인을 대상으로 하는 결선 투표는 제가 제안한 방식대로 하면 여러 차례 투표와 개표를 해야 하므로 절차상 단순화시킨 방법입니다. 님이 언급하신 기존의 방식은 여전히 결함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A, B, C, D, E가 출마했는데 1차 투표에서 A가 21%, B가 21%, C가 20% D가 19%, E가 19% 득표했다면 결선투표에서는 C, D, E는 탈락을 하고 A와 B만 경합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D와 E의 지지자가 모두 A와 B보다는 C를 더 지지한다면 A, B, C가 세 후보만 경합한다면 A는 21%, B는 21%, C는 58% 득표로 C가 과반수 이상으로 당선됩니다. 따라서 기존의 2차로 끝나는 결선 투표보다는 최하위 득표자를 차례로 떨어뜨리는 방법이 민의를 더 잘 반영하는 공평한 방법이겠죠. 설명상으론 과정이 복잡하나 실제로 컴퓨터로 개표를 하면 순식간에 결과가 나오니 투표시 여러 명을 기표 하는데서 오는 시간적 문제가 좀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투표를 여러 번 해야 하는 다른 결선투표방식보다는 편리합니다.
또한 소요님의 우려와 달리 이 방식은 언젠가 과반수 이상 득표자가 항상 나오게 돼있습니다. 순위를 5명만 기표한 투표자는 5차 투표까지 투표했고 나머지는 기권했다고 간주하면 됩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면 개표가 종료되지만 계속 안 나온다면 마지막에는 나오게 돼있습니다. 즉, 마지막 두 후보자만 남으면 정확히 동률이거나 과반수 이상의 득표자가 나올 수 밖에 없겠지요. 동률일 때는 바로 전 투표에서 더 많이 득표한 후보자가 이긴다거나, 1차 투표에서 더 많이 득표한 후보자가 이긴다거나 하는 규정을 정해서 승부를 내면 됩니다.
실제로 이런 방식을 채택한 나라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방식이 복잡한 것 같지만 가장 합리적이라 생각됩니다.
정치/사회게시판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