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다 늑대야, 남자는 원래 늑대야 같은 말이 있다. , 원래라는 단어가 있기 때문에 남자는 늑대다가 남자의 본성이라는 말이 된다. 남자는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다는 뜻이다. 이것은 인간 본성에 대한 명제다. 이것 말고도 인간 본성에 대한 온갖 상식들이 있다.

 

대중은 대체로 이런 상식들을 별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다. 20세기에 여러 조류의 지식인들이 이런 상식들을 거부했다. 그들은 남자는 늑대다라는 명제는 가부장제가 지배하는 문화권 또는 계급 사회에나 어느 정도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가부장제 문화권 또는 계급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문화권의 특성에 불과한 것을 인간 본성이라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왕정만 본 사람들이 원래 세상에는 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물론 세상에 대해 널리 아는 사람들은 사냥-채집 사회에는 왕이 없다는 것을 안다. 부족장이 있다 하더라도 왕과는 성격이 매우 다르다. 세습되지도 않으며 왕처럼 전권을 휘두르지도 않는다. 민주 공화정에도 대통령이나 총리가 있지만 투표로 뽑으며, 세습되지도 않으며, 왕보다 훨씬 많은 견제를 받는다.

 

그들은 마거릿 미드(Margaret Mead)를 비롯한 수 많은 문화 인류학자들이 남자는 늑대다와 같은 명제들이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주장했다. 그들에 따르면 인간 본성에 대한 상식들은 거의 모두 거짓이다. 그들은 아마 자신이 이런 문제에 대해 무식한 대중보다 훨씬 더 정확히 판단 내리고 있다며 우쭐해 했을 것이다. 그들은 대체로 대중의 상식들을 무시했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그런 상식들을 다른 식으로 대했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대중 사이에 널리 퍼진 상식들을 선택압(selection pressure)의 논리와 비교해 보았다. 만약 어떤 상식이 선택압의 논리에 부합하면 인간 본성에 대한 가망성 있는 가설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입증하려고 노력했다.

 

여기에서는 인간 본성에 대한 상식들 중 몇 가지가 어떤 식으로 선택압과 부합하는지 간략하고 거칠게 살펴보겠다.

 

 

 

1. 남자는 늑대다.

 

남자는 늑대다라는 말은 남자가 성교를 하려고 기를 쓴다는 뜻이다. 따라서 한 번도 성교를 한 적이 없는 남자와 여자가 성교를 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의견이 다를 때 성교를 하자고 조르는 쪽은 거의 항상 남자다. 그리고 남자는 성교를 하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다. 또한 남자는 되도록 많은 여자와 성교를 하고 싶어 한다.

 

포유류는 암컷이 임신을 하고 수유를 한다. 따라서 수컷은 정자만 제공해도 자식을 볼 수 있는 반면 암컷은 오랜 기간 임신과 수유를 해야 한다. 따라서 만약 수컷이 수 많은 암컷과 성교한다면 번식의 측면에서 대단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암컷은 아무리 많은 수컷과 성교를 해도 수컷만큼 커다란 이득을 얻을 수 없다. 예컨대 어떤 남자가 한 달 동안 여자 10 명과 성교를 한다면 자식을 최대 10 명까지 볼 수 있는 반면 어떤 여자가 한 달 동안 남자 10 명과 성교를 한다고 해도 자식을 단 한 명 밖에 볼 수 없다(논의의 편의상 쌍둥이는 무시하기로 하자).

 

이런 중대한 선택압이 성적 욕망의 진화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보기 힘들다. 따라서 여자에 비해 남자가 더 많은 상대와 성교를 하고 싶어하고 성교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도록 하는 심리를 진화시켰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이것은 남자는 늑대다라는 상식과 부합한다.

 

 

 

2. 남자는 영계를 좋아해.

 

남자가 젊은 여자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다. 인간처럼 남자와 여자가 모두 자식을 오랫동안 돌보는 종의 경우 늙어서 쇠약한 사람과 결혼하면 잘 번식하기 힘들다. 따라서 남자든 여자든 늙은 사람을 선호하지 않도록 진화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으며 실제로도 그렇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여자에게는 폐경이 있다. 즉 거의 모든 여자는 45~55세쯤에 갑자기 더 이상 배란을 하지 않는다. 만약 남자가 55세가 넘은 여자와 결혼을 한다면 번식의 측면에서는 망하게 된다. 왜냐하면 자식을 전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여자가 55세가 넘은 남자와 결혼을 할 때에는 번식의 측면에서 그만큼 막대한 손해를 보지 않는다.

 

남자가 40세인 여자와 결혼을 해도 30세인 여자와 결혼을 할 때에 비해 상당한 손해를 본대. 왜냐하면 앞으로 나을 수 있는 자식의 수가 훨씬 적어지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에서 이혼과 재혼은 그리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여자에 비해 남자가 나이가 적은 상대를 사랑하도록 하는 심리를 더 강력하게 진화시켰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남자가 폐경이 지난 여자와는 별로 성교를 하고 싶어하지 않도록 하는 심리를 진화시켰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나이가 많은 여자는 임신을 하더라도 건강한 아기를 잘 낳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작다. 따라서 남자가 가능하면 되도록 젊은 여자와 성교하고 싶어하도록 하는 심리를 진화시켰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남자는 영계를 좋아해라는 상식과 부합한다.

 

 

 

3. 모성애가 부성애보다 강하다

 

어떤 여자의 뱃속에서 태어난 자식은 100% 그 여자의 유전적 자식이다. 현대 사회에는 인공 수정을 통한 대리모가 있긴 하지만 이것은 100년도 안된 기술이기 때문에 인간 진화에 영향을 사실상 끼치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남자의 아내의 뱃속에서 태어난 자식이 그 남자의 유전적 자식이라는 보장은 없다. 만약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면 다른 남자의 유전적 자식일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여자는 때로는 바람을 피운다.

 

번식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자신의 유전적 자식을 돌보아야 유리하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남자는 여자에 비해 자식을 사랑할 이유가 적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남자는 수 많은 여자와 성교를 하면 막대한 번식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다른 여자를 꼬시기 위해서는 시간과 자원을 들여야 한다. 그 시간과 자원은 자식에게 들일 수도 있었던 것이다. 즉 여자를 꼬시기 위해 시간과 자원을 쓴다면 자식에게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요컨대, 남자는 자식을 사랑해야 할 이유가 여자에 비해 적으며, 여자 꼬시기와 같은 다른 일에 신경을 써야 할 이유가 여자에 비해 크다. 따라서 부성애가 모성애에 비해 덜 강렬하게 진화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이것은 모성애와 부성애의 정도에 대한 상식에 부합한다.

 

 

 

4. 여자는 겁이 많다.

 

젊은 부부가 있다고 하자. 한 달 전에 아내가 임신했다고 하자. 남편이 크게 다쳐서 곧 죽었다고 하자. 그래도 아내가 출산을 해서 자식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 아버지가 없는 자식은 아버지가 있는 자식에 비해 더 많이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여자 혼자 출산을 해서 수유를 하면서 자식을 제대로 키울 가능성이 꽤 있다.

 

이번에는 아내가 크게 다쳐서 곧 죽었다고 하자. 이 때에 자식은 100% 죽는다. 왜냐하면 임신 중에 어머니가 죽었기 때문이다. 수유를 할 나이에 어머니가 죽어도 원시 시대에는 자식이 거의 100% 죽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여자는 남자에 비해 다치거나 죽으면 번식의 측면에서 더 큰 손해를 본다.

 

한 남자가 여러 여자를 임신시킬 수 있다. 따라서 어떤 남자는 여자와 성교도 한 번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 여자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성교를 하겠다고 덤비는 남자들은 많기 때문에 여자가 임신도 못해 보고 죽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국 남자들 사이의 번식 편차는 여자들 사이의 번식 편차에 비해 훨씬 크다. 이것은 여자에 비해 남자가 위험한 일을 해서 번식의 측면에서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때로는 위험의 대가로 성교 또는 사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남자는 크게 다쳐서 잃을 것이 여자에 비해 작으며, 위험한 일을 해서 얻을 것이 여자에 비해 크다. 따라서 남자가 여자에 비해 위험을 더 많이 감수하도록, 즉 겁이 적도록 진화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5. 피는 물보다 진하다.

 

친족 선택 이론에 비추어 볼 때 동물은 대체로 가까운 친족을 먼 친족에 비해 더 사랑하도록 진화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지구 상의 모든 생물이 다 친족이지만 촌수가 어느 정도 멀면 보통 친족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일상적인 용법을 쓰자면, 인간이 친족이 아닌 사람에 비해 친족을 더 사랑하도록, 먼 친족에 비해 가까운 친족을 더 사랑하도록 진화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6. 계모는 구박을 하기 마련이다.

 

계모와 계부는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유전적 부모가 아니다. 따라서 계모나 계부의 의붓자식 사랑은 친모나 친부의 친자식 사랑에 비해 훨씬 덜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사랑이 작다면 구박이나 학대를 하는 일이 더 많을 것이다.

 

 

 

진화 심리학 가설들 중 상당 부분이 상식에서 힌트를 얻은 것들이다. 이것을 보고 진화 심리학 비판자들은 진화 심리학자들이 잘 알려진 현상을 끼워맞추기 식으로 설명할 뿐 새로운 예측을 내놓지 못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런 비판은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남자는 늑대다, 남자는 영계를 좋아해, 모성애가 부성애보다 강하다, 여자는 겁이 많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계모는 구박을 하기 마련이다와 같은 현상이 한국에서 나타난다는 점은 한국인에게 잘 알려져 있었다. 마찬가지로 그런 현상이 미국에서 나타난다는 점은 미국인에게 잘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진화 심리학자들이 연구를 하기 전까지는 그런 현상이 인류 보편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미드와 같은 문화 인류학자들의 말만 믿고 그런 현상이 특정한 문화권들에서만 나타난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 한국 남자들은 영계를 좋아해남자가 영계를 좋아하는 현상은 인류 보편적이다는 엄연히 다른 명제다.

 

둘째, 모든 진화 심리학 가설들이 잘 알려진 상식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다. 어떤 가설들은 지금까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진화 심리학 첫걸음마 --- 016.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설들」에서 다룰 것이다.

 

셋째, 기존에 잘 알려진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이론적으로 일관되게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온갖 상식들에서 출발하여 수 많은 가설들을 정립했으며 그런 가설들에 부합하는 증거들을 상당히 많이 모았다. 물리학이나 화학 이론처럼 강력한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히 그럴 듯하게 입증한 경우가 많다.

 

수 많은 상식들이 인간 본성에 대한 진리에 근접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두 가지 정도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첫째, 수 많은 세대가 흐르면서 사람들이 관찰을 통해 일반화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지식이 언어를 통해 전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각 개인은 선조들로부터 이어내려오는 지식과 자신의 경험을 종합해서 그런 상식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둘째, 그런 상식 중 상당 부분이 선천적 지식일지도 모른다. 인간에게는 다른 인간들이 매우 중요한 환경이다. 다른 인간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으면 더 잘 번식할 수 있다. 자연 선택에 의해 다른 인간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른 인간의 행동을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인간 본성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연 선택에 의해 인간 본성에 대한 선천적 지식이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덕하

2011-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