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 시장은 구질구질한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당장 사퇴할 것을 결심했다는 보도가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이에
대해 결사반대한다고 한다.

그런데 서로 상반된 결정을 내린 근거는 동일하다. 양측 모두 25.7%는 한 번 해볼 만한 득표력이기 때문이란다. 차이나는 부분은
서로 관심 사항이 다르다는 것뿐이다.

오세훈이 내건 표면적인 이유는 야당의 공세에 시달리기 싫다는 것이다. 이를 다른 말로 풀이하면 25.7%가 의미 있는 득표이고,
이것도 어떤 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이미지가 훼손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오세훈의 이 견해를 조금 비약을 해보면 이미지를 고려한다는 말은 다른 정치 일정이 있다는 말이고 홍준표 정치 일정에
이용당하지 않음으로써 이 일정을 지키겠다는 의사표현이다.

그럼 오세훈이 생각하는 홍준표의 정치 일정은 무엇일까? 그것은 어쩌면 오세훈과 동일한 목적일 수도 있다. 즉 홍준표 또한
차차기를 위한 정치 일정을 그려놓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고 그렇다면 오세훈과 홍준표는 동지가 아니라 경쟁자가 된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망조가 들었다.

먼저 오세훈의 오판이다. 오세훈은 25.7%가 한 번 해볼 만한 의미 있는 득표라고 말했다. 또한 한나라당 내 국회의원 다수가 이
견해에 동의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 모두는 정정당당함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어떻게든 궁지를 탈출하기 위한 핑계를
찾는 사람들일 뿐이다.

핑계가 정당한 논리로 둔갑했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망조가 들었다.

둘째, 25.7%가 그냥 얻어진 득표율인가? 그것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시장 직 사퇴를 선언해서 얻어진 득표율이다. 다시 말해
정책 투표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했을 뿐 아니라 서울 시민들에게 그것도 그들의 지지자들에게 칼을 들이대고 협박을 해서 얻은
득표율일 뿐이다.

즉, 투표 자체가 정당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는데도 이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다. 이것은 한나라당 사람들의 도덕불감증을 여실이
드러내고 있다. 이 이유 때문에도 또 한나라당은 망조가 들었다.

그 뿐 아니라 바보가 아닌 정상적인 사람들은 칼들이 대고 얻은 결과를 밑천으로 또 같은 성과를 기대하면서 한 번 해볼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바보도 아닌 그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그것이 총선이든 10월 재보선이든 보나 마나 한나라당의
패배는 기정사실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서 한나라당은 망조가 들었다.

한나라당이 망조가 들었다는 게 명약관화하기 때문에 나는 원한다. 10월 재보선이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그럼으로써 정치생명이
끝난 사람이 적반하장 격으로 차차기라는 야무진 꿈을 꾸는 오세훈의 엄청난 착각을 준엄하게 질책하고, 어떻게든 핑계만 만들어
빠져나가는 데만 능숙한, 정당함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찾을 수 없는 뺀질이들의 정당 한나라당의 망조를 반드시 확인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세훈의 즉각 사퇴 선언을 두 손 들어 환영하고 반드시 서울시장 10월 재보선이 치러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