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몰래 땡땡이 치며 쓰는 글이라 거칩니다. 이해해주시길.

먼저 어제 투표는 과연 무상급식의 승리일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 오세훈은 참패했습니다. 오세훈이 참패한 건 무상급식을 반대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제 주변을 한정해 이야기하면 무상급식은 반대하지만 투표는 참여하기 싫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왜 그들이 참여하지 않았을까요?

말 나온 김에 이야기지만 무상급식 반대가 아주 터무니 없는건 아닙니다. 왜 모자라는 세금으로 부잣집 자식들 밥값까지 내주는냐는 논리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습니다. 어느 신문에서는 '가난한 사람은 부잣집 아들도 공짜로 먹이자 하고 부자들은 돈내겠다고 하는 이타적 투표'라 했지만 눈가리고 아웅이죠. 부자들이 반대하는 근저엔 '증세'가 뒤따라올 것이란 두려움 때문입니다.

그런데 눈을 좀 돌려보면 어떨까요? 왜 무상급식은 반대하지만 투표는 참여하지 않았을까요? 왜 강남조차 30프로 대에 머물렀을까요? 

간단합니다. 오세훈식으로 일을 풀었다간 오히려 복지 역풍에 휩쓸린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논리가 옳고 그름을 떠나 대중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관철한다는 정치의 ABC를 오세훈이 모른다는 거죠. 제가 언제 말했듯 전선은 이미 대동강 혹은 부산에서 형성되고 있는데 혼자 낙동강 지키겠다는 지휘관은 바보거나 또라이거나 둘 중 하나거든요. 결국 증세를 두려워하는 이조차 오세훈 같은 애 믿고 맡겼다간 그야말로 나라 망하겠다는 직감을 갖게 된 겁니다.

그러므로 설사 그의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다 하더라도 다양한 주장을 아우르거나 타협할 줄 모르며 과정 속에서 대중을 납득시킬 수 없는 정치인은 바로 아웃되는 겁니다. 왜냐? 정치가 원래 그런 거 하는 거거든요! 제가 누차 이야기했지만 혼자 맞는 말이라고 우겨댈 거면 그냥 재야인사하든지, 교수하든지, 인터넷 논객하면 됩니다. 그런건 그쪽이 하는 거예요. 정치인이 논객으로 폼잡으며 권력까지 쥐겠다고 나서면 반칙입니다.

그런데 이정희도 심상치 않습니다. 오세훈과 이정희는 의외로 비슷한 구석이 많습니다. 뭐 취향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둘 다 정치인 중에선 그나마 봐줄 만한 외모를 가졌습니다. 정치계 데뷔 이후 빠르게 대중적으로 알려졌죠. 거기에 지금까지 비교적 실패를 모르고 성장해왔습니다.

그리고 법학도입니다. 법학 출신들은 자기 논리를 중시하는 경향들이 강합니다. 이회창도 그랬고 노무현도 그랬고 제가 보기에 이정희도 그런 덫에 빠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민노당이 국참당과 함께 한다? 이거 누가봐도 납득하기 힘듭니다. 논리를 떠나 그전까지 말 한마디 없다가 4.27. 재보궐 선거 끝난 뒤 갑자기 유시민 말 한마디 던지고 후다닥 대중적 논의도 없이 기정사실화하는 과정 자체가 우롱당하는 느낌을 갖게 하죠.

더구나 이정희는 이제 설사 진보신당과 통합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국참당과 함께 하겠다는 태돕니다.

이정희가 내세우는 논리적 근거는 딱 하나입니다. 통합 합의문에 '과거를 묻지 않는다'는 구절이 있으니 국참당의 과거 불문하고 합의문 동의하면 무조건 통합하자는 겁니다.

개소리죠. 그런 식이면 허경영도, 이회창도, 더 나아가 전두환, 노태우도 통합 대상입니다. 과거를 묻지 말자면서요? 거기에 유시민은 대놓고 '성찰하라는건 사상, 양심의 자유 침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고로 전두환, 노태우도 성찰 필요없이 '합의문 동의한다' 한마디면 됩니다.

자, 통합 주장하는 민노당 최고위원 글입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110824100802&section=01

읽으며 쓴 웃음을 짓게 되더군요. 논리력 제롭니다. 무조건 국참당은 진보진영이니 함께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일방적 선언으로 가득합니다.

"우선, 이념에서 민주당의 중도자유주의+중도보수주의와 민주노동당의 진보민주주의, 진보신당의 사회민주주의, 참여당의 진보자유주의는 편차가 크다. 국가권력과 생산수단의 소유문제나 자본주의시장경제를 대하는 입장이 다르다."

참여당은 강령에 '노무현 계승'을 내건 당입니다. 노무현이 국가 권력과 생산 수단의 소유 문제나 자본주의 시장경졔를 대하는 입장'이 같았습니까? 민노당 왜 이럽니까? 국참당과 자신들이 같다면 속션하게 한미 FTA 찬성해야죠. 아니면 이와 관련하여 국민의 정부 시절 유시민 발언 90프로는 반성, 해명하든지요.

두번째는 더 코미디입니다.

"둘째, 가치에서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은 노동존중, 자주평화, 보편복지, 생태환경의 실현 방도와 이를 가로막는 외세와 재벌에 대한 태도가 분명히 다르다. 지난 10년의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한계와 오류는 어려운 조건과 더불어 민중을 위한 철학빈곤에 기인 한 바 적지 않다"

이 분은 유시민씨가 참여정부 당시 재야진보 인사라고 착각하고 있나 봅니다. 유시민씨는 심지어 민주당보고 '참여정부와 아무 상관없는 당'이라고까지 말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노무현을 계승한다는 참여당 강령, 바뀌었다는 말 못들었습니다. 이 분, 환상 속에 살고 있는 겁니까?

세번째도 한참 웃었습니다. 민주당은 제주 강정 기지 계획한 당이고 국참당 포함한 진보 정당은 그것때문에 피흘리는 민중과 함께 하고 있답니다. 이분 사기도 너무 뻔하게 치네요. 유시민씨는 참여정부 시절 남들은 조용하고 있는데 혼자 '제주 강정 기지 몇배 더 키워야한다'고 오버한 분입니다.

이런 문제제기에 대한 이정희와 통합파의 반론은 항상 똑같습니다. 상대의 해명을 강요하는건 같이 하는 사람으로서 예의가 아니다. 과거 불문하기로 했으니 과거 불문해야 한다. 한마디로 같이 하기로 했으니 같이 한다는 동어 반복의 연속입니다.

왜 그들이 그럴까요? 그거 모르는 사람 없습니다.

"유시민과 이정희, 유일한 공통점은 '권력 의지'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110824105138&section=01

예. 다 압니다. 그리고 권력 의지 자체는 절대 나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치인의 필수 요건이죠. 문제는 그 권력 의지의 행사가 과연 대중 정치인으로서 책임있게 이뤄지냐는 것입니다. 당장 봅시다. 과거 운동권 출신 제 주변에는 국참당 지지자도 있고 민노당 지역위원장도 있습니다. 다른 때라면 목소리 크던 그들이 통합 이야기 나오면 꿀먹은 벙어리입니다. 왜 그럴까요? 자신들도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

이건 누구도 납득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이념이라도 비슷했던 3당합당보다 더 심한 야합이죠. 영 통합하겠다면 진보신당 주장처럼 한 1년 열심히 연대하여 대중적으로 납득할 만한 과정을 거쳐야하는게 맞습니다. 그런데 뭐가 그리 급한지 이해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과거 불문, 성찰 강요 나쁜 것이라며 야단치고 자빠진 겁니다. 주민투표 불참은 민주주의의 기본을 파괴하네, 포퓰리즘이네 야단치고 있는 오세훈 같은 짓입니다.

다음 대선 야당이 정권 탈환에 성공한다면 그 1등 공신은 오세훈이 되겠죠. 반면 한나라당이 재집권한다면 이정희, 유시민 덕일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구요? 위의 최고위원 글 보세요.

"야권통합이 아니라 야권연대를 통해 얼마든지 국회 과반 의석확보도 정권교체도 가능하다. 관건은 민주당-친노그룹이 기득권을 버리고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에 2012년 총선후보를 일정하게 양보할 수 있느냐 이다."
 
후보 양보가 연대 조건이라고 대놓고 말하는 그들. 대선 연대의 조건은 뭘까요? 뻔하죠. 통합의 목표도 그것이죠. 그것 자체야 뭐라 그럴 생각 없습니다만 통합과 연대에 대해 이제 겨우 저 정도 논리 밖에 들이대지 못하는 그들의 벌거벗은 모습이 안스럽네요. DJP 연대는 야합이고 자신들은 국민의 뜻에 따른 통합이다? 당선 가능한 후보를 내자는 논리는 기득권 옹호라 타파 대상이고 한자리라도 더 차지하려고 과거 불문, 이념차이 불문, 무조건 통합하는 자신들은 선이다? 이거 무슨 개소립니까?

솔까말, 전 지금까지 민주당보다 민노당을 더 많이 찍어왔습니다. 어쩌면 이제 바이바이할 것 같군요. 언제는 이정희 칭찬하더니 왜 그러냐, 혹은 오세훈도 배울게 있다더니 왜 그러냐고 물으신다면...전 원래 그런 놈입니다. 정치인은 단물 빼먹고 뱉어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