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 이번에 무상급식을 주민투표에 붙이면서 참 많은 꼼수를 쓰는 것 같군요. 자전거도로, 한강주운사업, 디자인 서울 등의 정책과 사업에서도 많은 실망을 했지만, 이번 주민투표 과정을 보면서 인간적으로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1. 주민투표법을 악용해 꼼수를 부리다 망신을 당하다
오세훈은 일반인은 잘 모르는 주민투표법 제24조제1항을 이용해서 서울시민들은 생각지도 못하는 방법으로 전면 무상급식을 무력화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먼저 주민투표법 제24조1항을 보겠습니다.
<전체 투표인수가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1/3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찬성과 반대 양자를 모두 수용하지 아니하거나, 양자택일의 대상이 되는 사항 모두를 선택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된 것으로 본다>
이 조항을 보고 오세훈은 꼼수를 생각한 것 같습니다.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입장을 애초에 가졌고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내용으로 서명을 받았으면, 주민투표의 내용도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투표를 해야 하는데, 이번에 주민투표는 소득  하위 50%를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실시한다는 것과 전면 무상급식을 하는 것, 두 가지 중 하나를 택일하는 선택투표로 바꿉니다. 만약 주민투표율이 1/3이 넘지 않는 경우 주민투표법 제24조1항에 따르면 양자택일이 되는 사항 모두를 선택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된다고 했으니 전면 무상급식도 선택되지 않은 것이 됨으로 전면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하지 않을 생각이었던 것이죠. 
이런 꼼수의 증거는 서울시가 법제처에 문의한 다음의 문건입니다.
<서울시 : 가부동수 또는 투표율 미달의 경우 모두 채택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조례 제,개정 및 예산 수정 조치를 해야 하는지?>
이에 대해 법제처는 다음과 같은 유권해석으로 오세훈과 서울시의 꼼수를 무참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법제처 : 그럴 경우 주민투표가 실시되기 이전의 상황으로 복귀된 것으로 보아 A안과 B안에 대한 행정, 재정상의 조치를 할 필요가 없다>
오세훈이나 서울시는 이런 일에 잔머리 부릴 시간에 서울시정에 충실이나 하지 쯧쯧.....

2. 전면 무상급식이 포퓰리즘이라는 오세훈의 말은 사실인가
오세훈은 무상급식에 관련한 이번 주민투표에서 그 내용을 충실하게 서울시민에게 전달하여 서울시민들로 하여금 올바르고 합리적 판단을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전면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이며 사회주의적이라는 딱지를 붙여 이념 공세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면 무상급식이 포퓰리즘인가요? 포퓰리즘이라면 수혜자의 환심을 사 인기나 표를 얻고자 하는 정치행위를 뜻하는 것일텐데, 전면 무상급식은 수혜 대상이 되는 상위 50%(오세훈을 비롯한 강남 사람들, 한나라당 지지자들)가 반대를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것이 포퓰리즘인가요? 포퓰리즘이 수혜 대상자들이 반대하는 정치행위를 할 경우 쓰는 용어로 언제 바뀌었죠? 전면 무상급식에서 별다른 수혜를 보지 못하는 서민들을 대변한다는 민주당, 진보신당, 민노당 등의 정당들은 찬성하고, 전면 무상급식의 직접 수혜자 층인 강남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는 한나라당은 반대하는 이런 정책이 포퓰리즘이라니...
포퓰리즘이 수혜자의 환심을 사는 행위라면 오히려 부자 감세는 수혜 당사자인 부자들이 좋아하고 찬성함으로 이런 것이 포퓰리즘이 아닌가요? 남은 혜택을 받지만 자기는 수혜가 없다면 그런 정책과 정치행위는 포퓰리즘이지만, 내가 수혜를 받는 정책이나 정치행위는 포퓰리즘이 아니라는 기준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강남 사람들이 부자 감세도 반대한다면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것에 그나마 형평성이나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가 않지요.

3. 주민투표 문안에서의 꼼수
이건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아직 서울시민들이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전면 무상급식(보편급식)을 초등학교부터 시작해서 중학교까지 단계적으로 실시한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시교육청의 예산으로 초등 4학년까지만 시행하고 있고, 5,6학년의 급식비를 서울시에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죠. 이런 서울시 교육청의 요청에 대해 600억 정도의 예산을 배정하지 못하겠다고 단계적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고 소득 하위 50%에 대해 단계적으로 선별 무상급식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오세훈입니다. 곽노현 교육감과 오세훈의 주장의 본질적 차이는 전면 무상급식(보편 급식)과 선별 무상급식(선별 급식)이지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똑같습니다. 그런데 오세훈이 주민투표에 붙이는 문안을 보면 보편 급식에는 단계적이라는 말을 쏙 빼놓고, 선별 무상급식에는 단계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마치 전면 무상급식이 당장 초중등 전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되어 예산의 부담이 갑자기 커진다는 인식을 서울시민에게 심어주려 합니다. 이건 비겁한 짓이죠. 애초의 오세훈의 주장이라면 전면 무상급식의 단계적 실시에 대해 찬반을 물어야 하는데, 이것을 보편급식과 선별급식 중 양자 택일하는 선택투표로 바꾼 것도 모자라 그 문안 마저도 자기에게 유리하게 왜곡하고 있습니다.

4. 투표불참을 민주주의 훼손인가
오세훈은 방송이나 신문의 인터뷰에서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야당과 사회단체들이 투표불참을 유도하는 것은 주민들의 의사 표현을 원천 봉쇄하는 것으로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며 당당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비난하는데 열을 올립니다. 그런데 주민투표 불참이 오세훈의 말대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당당하지 못한 행동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전번에 제가 썼던 글로 갈음합니다.

선별급식을 주장하는 오세훈 측과 한나라당은 물론  보편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민주당 등 야당이나 시민단체에서도 주민투표 불참 전략이 마치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정책에 자신 없어 도망가는 모양새라고 투표 참여를 독려하여 정면으로 맞붙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자기들만 민주주의를 알고 똑똑한 척 하지만 서울시민들도 똑똑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오세훈의 선별급식에 반대하는 방법은 아예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무효화시키는 것과 투표에 참여하여 오세훈 안에 반대표를 행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둘 다 선별급식을 반대하는 방법이고 둘의 가치를 저울질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전자가 더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고 더 적극적인 반대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투표 불참은 무상급식 찬반 투표 자체가 주민투표를 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까지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평가절하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만약 투표에 참여하여 선별급식에 반대표를 던지라고 야당이 독려하게 되면 오세훈만 도우는 것이 되고 선별급식에 찬성하는 결과를 가져다 줄 수도 있습니다. 선별급식에 반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상급식안 자체가 주민투표를 할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데, 선별급식에 찬성하는 측은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는 상황에서 반대표 투표 참여는 자기의 의지(의도)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데 오히려 도움을 주게 되지요. 확실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확실하게 자기 의사가 결과로 나타나게 하는 방법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것을 선택해야지, 자칫 자기 의사에 반하는 결과에 본의 아니게 동조할 수 있는 투표를 하겠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죠.


이번 선별급식(보편급식) 투표에 있어 가장 적극적인 투표방법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입니다. 총선이나 대선, 지선에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과 이번 선별(보편)급식안에  투표하지 않는 것은 질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투표불참이 민주주의를 훼손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간과하고 있습니다. 총선, 대선, 지선에서 투표를 하지 않는 것도 의사표현(투표)의 한 형태라고 하는 판에 선별(보편)급식 주민투표에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나타내는 투표 불참은 소극적인 것도 아니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도 아니며 정책에 자신이 없어서 도망가는 것도 아닙니다.  가장 적극적인 반대 의사 표현입니다.


이번 주민투표에 참여한다는 것은 보편 무상급식이 주민투표에 붙여져야 할 사안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 차후 무분별한 주민투표가 발생할 원인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보편 무상급식이 주민투표의 대상이 된다면, 이와 유사한 수준의 안건에도 마구잡이로 주민투표를 발의하게 되면 그 비용과 혼란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보편 무상급식이 주민투표에 붙여지면 한강르네쌍스, 서울 디자인 사업, 자전거도로, 한강 주운사업은 당연히 주민투표감이 아닐까요?


오세훈의 선별급식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하여 반대표를 던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선별급식은 당연히 반대하고, 찬반투표 안건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투표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더 자기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입니까? 당연히 후자이지요. 서울시민들이 투표불참에 이런 뜻을 담아 자기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데 왜 후자의 행위를 소극적으로 해석하고 평가절하 할까요?


이런 꼼수를 부리는 사람이 대권을 넘본다니 허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