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광부님의 발제로 시작된 토론에서 많은 의견들이 오고갔다. 나도 끼어들어 진보 정합성에 대해 언급했다. 하나만 더 부연하자면, 아크로 호남논객의 진보 부정합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백수광부님은 황산테러 사건과 동성애 혐오를 들었는데, 이건 약자에 대한 차별 이슈가 아니라 다른 관점에서 판단이 엇갈리는 사안일 수 있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다. 

백수광부님은 영패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선거에 이겨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들과 연대해야 하는데, 호남이 인간의 존엄성 등 진보적인 가치를 내세우지 않으면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진보적인 가치만이 연대의 고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호남인뿐 아니라 대다수 사람들이 약자를 차별하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나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호남차별만 이야기할 뿐 다른 면에서는 명백한 약자 차별을 옹호하는 호남논객이 영패척결을 주장할 때, 백수광부님은 거기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으며, 그것은 당연한 권리이고 자유다. 또한 만일 일부 호남인들이 호남지역주의에 지나치게 경도되고 명백히 호남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며, 타지역민이나 타자에게 지나친 증오나 혐오감을 보인다면, 타지역민이나 타인들에게 거부감을 심어주고, 그것이 민주당 지지에 약간이나마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여기까지는 동의한다. 

그런데 이것이 선거에 이기기 위한 주요 방법인가? 이건 다른 문제다. . 

단순하게 말해 보자. 호남당은 없다. 한나라당과 경쟁하는 정당은 민주당이며, 선거에 이기고 지는 것도 민주당이다. 
그렇다면 선거의 승리와 패배를 좌우하는 주요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거꾸로, 민주당이 왜 승리에 어려움을 겪었는지 보자. 

무엇 때문인가? 무엇 때문에 김대중이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했고 민주당이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했는가?

덜 진보적이어서 그랬을까? 여기에 동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과거 김대중과 민주당이 지지를 받지 못한 주요 원인은 반김대중/반호남 정서 때문이었다. 김대중 집권의 최대 걸림돌이자 비토세력은 영남이었다. 영남이 왜 김대중을 비토하고 거부했는가? 김대중과 민주당이 진보적인 가치를 추구하지 않아서였는가?

김대중이 집권한 뒤 세월이 흐르면서 충청과 강원의 민주당 지지율은 올라갔다. 왜 그랬을까? 민주당이 더 진보적이 되어서인가? 아니면, 호남인들이 진보적인 가치를 추구해서인가?

그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어떤 이유로든 반호남 감정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처음부터 서민을 위한다는 등의 훌륭한 모토를 내세웠지만 그 모든 약들이 별무소용이었던 것은, 그 모든 달콤한 유혹을 무효화시킬 만큼 반김대중/반호남 감정이 강력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과 언론, 구전 등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무차별적으로 유포된 빨갱이니 뭐니 하는 수많은 낙인들과 마타도어들은 김대중과 호남, 민주당에 강력한 거부감과 공포심, 불신을 심어주었다. 김대중의 집권과 퇴장을 경험하고 세월이 흐르면서 그런 인식들과 감정들은 서서히 약화되었다.  

세종시, 금강산 관광, 노무현 집권 등 민주당 집권시 지역에 주어진 이익과 비호남 세력의 집권도 이런 인식 변화에 한몫을 했을 것이다.

이제 수도권, 충청, 강원, 제주 등 다른 지역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지역에서는 이제 반호남 감정이라는 요인이 거의 힘을 잃었다. 이들 지역은 어떤 식으로든 민주당이 잘만 하면 충분히 지지해줄 수 있다.

이제 민주당에게 남은 과제는 영남이라는 지역뿐이다. 다시 한번 질문하자. 영남은 왜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가?

노무현, 유시민은 그 이유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 반호남 감정 때문이라는 것을... 그들이 민주당을 깨고, 국참당을 창당하는 등 시종일관 탈호남, 호남색 탈피 전략을 추구했던 것은 그런 이유를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부산의 어느 아주머니가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겠다며 그 이유로 "민주당은 전라도당이잖어!"라고 한 말은 그 한 단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남의 반호남 감정이라는 것은 호남을 적대시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 감정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냥 호남이 싫다던가 호남 밑으로 들어가기는 싫다거나 '호남당'이 정권 잡는 것은 싫다는 감정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들이 추구했던 또 하나의 전략은 진보와는 정반대인 보수화였다. 열린우리당은 새천년민주당에 비해 훨씬 우경화되었다. 이것은 그들이 영남의 보수적인 정치성향을 공유했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고, 영남의 보수적인 정서에 부합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이 대목에서 다시 질문을 던져 보자. 영남의 반호남 감정은 무엇 때문인가? 호남인이 진보적인 가치를 추구하지 않았기 때문인가? 호남인이 뭘 어떻게 했기 때문인가? 호남이 뭘 잘못해서인가?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면 원인과 결과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려운 최대 걸림돌은 여성도, 장애인도, 비영남도 아니며, 영남뿐이다. 그리고 영남이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원인은 호남이 뭘 어떻게 해서도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호남인의 태도가 문제의 해법일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호남인의 진보적 가치 추구가...

단적인 예로, 국참당의 영남 지지자들을 한번 보기 바란다. 그들은 온갖 이유를 들어 민주당을 강력히 비토한다. 이념이 한참 다른 진보정당들과도 한 이불을 덮을 수 있지만, 민주당과는 죽어도 합치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민주당과 합치느니 판을 깨버리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민주당을 찍느니 한나라당을 찍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옆에서 보기에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들을 들어 민주당을 비토한다. 민주당이 진보적이지 않아서 그런가? 이회창이 말했듯이 유시민이 민주당보다 더 한나라당에 가깝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대체 무슨 이유 때문인가.

호남인의 태도가 해법이라는 주장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 몇몇 호남 네티즌의 태도에 관한 얘기도 마찬가지다. 어디에나 극소수의 강경파는 있기 마련이고, 그런 극소수의 강경파 호남 네티즌 때문에 영남이 민주당을 지지할 수 없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 때문에 큰 영향을 받거나 대세가 좌우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어떤 결론을 합리화시킬 이유들, 말도 안 되는 이유들을 갖다붙이는 영남인들은 훨씬 많이 보아왔다. 그들은 그런 극소수 강경 네티즌들을 보면 또 그 때문이라고 합리화시킬 것이다. 많은 경우,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주는 격이 될 것이다. 그런 걸 어떻게 막을 수 있나. 그건 불가능하다.

백수광부님이 어떤 의도로 그런 주장을 했는지 나는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오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해하는 바로는, 호남의 태도가 문제가 아니며 (이익이 중요한 요인이며) 영남개혁세력에게 열쇠가 있다는 묘익천님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뱀발) 영남인들과 연대해서 대선에 승리하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 그건 영남인들과 일부 호남인들이 주장하는 영남후보론이다. 영남인들에게 권력을 내주고 민주당의 안방을 내주는 길이다. 이른바 영남개혁세력이 우리 진영에서 짱 먹게 해주면 된다. 그러면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호남인이 대선 승리를 위해 영남인에게 뭘 어떻게 할 수 있다면, 그건 왕좌를 내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면 영패는 어떻게 척결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