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 8월1일 무상급식 문제를 주민투표 발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오세훈이 소득수준 50% 이하의 학생만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 안이 만약 주민투표를 통과해 시행되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에 대해 세밀하게 검토해 보았는지 의문입니다. 아마 자기의 정치적 이해관계에만 몰두해서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는 아예 검토도 안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주민투표에는 182억원을 들이고, 사회적으로 그 결과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지만 정작 각 안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며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전면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이라고 몰아세우는 오세훈이나 무상급식 문제를 오세훈이 대권행보에 활용한다고 비난하는 민주당이나 정치적으로 접근하기는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안의 문제점에 대한 구체적 공방은 없습니다. 실제 어떤 안이 투표로 확정되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큰 관심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전면 무상급식의 단계적 시행(앞으로 “보편급식“이라고 칭하겠습니다.)에 찬성함으로 오세훈의 소득수준 50% 이하만을 대상으로 단계적 무상급식(”선별급식“이라 칭하겠습니다)할 경우의 문제를 지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무상급식 대상의 기준

오세훈은 무상급식 대상을 소득수준 50% 이하의 학생만으로 한정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소득 수준”이라는 것이 자산을 포함하는지, 근로소득만을 이야기하는지 금융소득, 임대소득, 배당소득 등 모든 소득을 다 포함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소위 “사”자 돌림의 직업과 자영업을 하면서 제대로 소득 신고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소득 50% 이상의 이들의 자녀들이 무상급식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허다할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무상급식의 대상이 되어야할 학생들이 이들 수만큼 급식비를 내어야 하는 상황이 되겠지요.


2. 기준 경계에 위치한 학생들의 무상급식 여부

오세훈의 선별급식의 가장 큰 맹점은 무상급식을 받는 학생과 급식비를 내어야 하는 학생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세훈은 소득 50%를 기준으로 설정했습니다. 이 경우 소득 49.9%인 학생은 무상급식 대상이 되고 소득 50.1%의 학생은 급식비를 내어야 합니다. 사실 소득 40~60% 사이의 학생들의 경제여건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여건, 즉 부양가족(자녀)의 수, 조부모의 능력에 따라 40%의 가정이 60% 가정보다 실제적 생활여건은 훨씬 나을 수도 있습니다.

맞벌이 부모의 총소득이 겨우 51%를 넘는 가정은 유상급식, 홑벌이로 49%가 되는 가정은 무상급식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할 것입니다.

10억 이상의 자산가가 생활보호대상자가 되어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경우보다 선별급식 시행으로 발생하는 대상의 왜곡현상이 훨씬 심할 것입니다.


3. 50% 기준은 소득 축소 신고를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소득이 액면 그대로 신고되지 않는 현실에서 왜곡은 더 심해지겠지요.

소득 60%에 위치한 부모가 급식비를 아끼기 위해 자기 소득을 가능한 적게 신고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자녀 둘이 학생이라면 무상급식의 대상이 될 경우 월급식비가 6만원이라도 월 12만원, 연 100만원의 급식비를 아낄 수 있습니다. 소득세 몇 만원을 아낄려고 소득을 적게 신고하는 것이 현실인데 연 100만원에 대한 유혹은 작지 않을 것입니다. 건강보험료 몇 십만원을 덜 내려고 편법을 쓴 사람이 최고위 직에 오르는 한국 사회에서 급식비 100만원 아낄려고 소득을 축소 신고하는 것에 망설임이 있을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무상급식 대상을 소득 50%로 기준할 경우는 이런 부작용도 무시 못할 것입니다.


4. 계층의 위화감과 학생과 부모의 자존심 상처

오세훈 안이 실행되면 학교는 잘 사는 놈(소득 상위 50%), 못 사는 놈(하위 50%)로 양분되게 되고 어린 학생들이 이것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학교를 입학하는 순간, 내가 무상급식 대상인지 아닌지 바로 국세청으로부터 확인을 받게 되겠지요. 아파트 단지나 평수에 따라 아이들이 뭉쳐 노는 것이 다른게 현실인데 여기에다 하위 50%의 아이에게 또 다른 낙인을 찍어주는 꼴입니다

일반의 국민(학부모)들은 평소에는 대부분 자기의 소득이 전체에서 어느 위치를 차지하는지 모르고 지내며 소득 30~80% 정도의 사람들은 막연하게 자기가 중산층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 자녀의 무상급식이 확정되는 순간, 자기의 위치를 현실에서 확인하게 되고 자괴감을 갖게 되고 자녀들의 눈치를 살피게 될지 모릅니다.


5. 학부모 소득의 변화에 따른 혼란

IMF 이후 우리 사회는 고용의 불안정이 높아져 상위 50% 학부모들이 언제든 하위 50%로 내려 앉을 수 있습니다. 직전년도의 학부모의 소득을 기준으로 당해연도 학생의 무상급식여부가 결정된다면 학부모의 실직으로 당장 재정적으로 문제가 되더라도 계속 급식비를 내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겠지요.

그리고 올해는 유상급식이다가 내년에는 무상급식의 대상이 되는 학생도 발생할 것이고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생기겠지요. 이 두 경우 모두 학부모나 학생에게 경제적, 심리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할 것입니다.

급식비를 내다가 무상급식 대상이 된 학생의 경우는 자기가 하위 50%에 속하게 되었다는 점에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고, 반면 무상급식을 받다가 급식비를 내어야 하는 가정은 급식비 지출이 가정경제에 당장 부담으로 다가오게 되겠지요. 어느 경우든 편치 않을 것 같습니다. 후자의 경우가 된다면 자기 가정이 무상급식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좋아졌다는 심리적 고양보다는 현실적으로 급식비를 부담하는 것에 더 짜증을 낼 것 같네요.


6. 선별 무상급식에 따른 행정 및 관리비용

전면 무상급식(보편급식)을 할 경우는 학부모의 소득을 조사할 필요도, 급식비를 납부/수납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선별급식을 할 경우는 이런 과정을 생략할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관리 및 행정에 따른 인력과 비용이 발생하게 되겠지요. 학교가 학생이 무상급식의 대상(학부모의 소득이 하위 50%)이 되는지를 정부기관(국세청)에 조회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기관(국세청)은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설치해야 하겠지요. 비용도 비용이지만 해킹이나 조회과정에서 개인 정보 유출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7. 주민투표 불참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인가

선별급식을 주장하는 오세훈 측과 한나라당은 물론  보편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민주당 등 야당이나 시민단체에서도 주민투표 불참 전략이 마치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정책에 자신 없어 도망가는 모양새라고 투표 참여를 독려하여 정면으로 맞붙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자기들만 민주주의를 알고 똑똑한 척 하지만 서울시민들도 똑똑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오세훈의 선별급식에 반대하는 방법은 아예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무효화시키는 것과 투표에 참여하여 오세훈 안에 반대표를 행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둘 다 선별급식을 반대하는 방법이고 둘의 가치를 저울질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전자가 더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고 더 적극적인 반대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투표 불참은 무상급식 찬반 투표 자체가 주민투표를 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까지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평가절하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만약 투표에 참여하여 선별급식에 반대표를 던지라고 야당이 독려하게 되면 오세훈만 도우는 것이 되고 선별급식에 찬성하는 결과를 가져다 줄 수도 있습니다. 선별급식에 반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상급식안 자체가 주민투표를 할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데, 선별급식에 찬성하는 측은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는 상황에서 반대표 투표 참여는 자기의 의지(의도)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데 오히려 도움을 주게 되지요. 확실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확실하게 자기 의사가 결과로 나타나게 하는 방법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것을 선택해야지, 자칫 자기 의사에 반하는 결과에 본의 아니게 동조할 수 있는 투표를 하겠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죠.


이번 선별급식(보편급식) 투표에 있어 가장 적극적인 투표방법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입니다. 총선이나 대선, 지선에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과 이번 선별(보편)급식안에  투표하지 않는 것은 질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투표불참이 민주주의를 훼손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간과하고 있습니다. 총선, 대선, 지선에서 투표를 하지 않는 것도 의사표현(투표)의 한 형태라고 하는 판에 선별(보편)급식 주민투표에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나타내는 투표 불참은 소극적인 것도 아니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도 아니며 정책에 자신이 없어서 도망가는 것도 아닙니다.  가장 적극적인 반대 의사 표현입니다.


이번 주민투표에 참여한다는 것은 보편 무상급식이 주민투표에 붙여져야 할 사안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 차후 무분별한 주민투표가 발생할 원인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보편 무상급식이 주민투표의 대상이 된다면, 이와 유사한 수준의 안건에도 마구잡이로 주민투표를 발의하게 되면 그 비용과 혼란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보편 무상급식이 주민투표에 붙여지면 한강르네쌍스, 서울 디자인 사업, 자전거도로, 한강 주운사업은 당연히 주민투표감이 아닐까요?


오세훈의 선별급식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하여 반대표를 던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선별급식은 당연히 반대하고, 찬반투표 안건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투표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더 자기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입니까? 당연히 후자이지요. 서울시민들이 투표불참에 이런 뜻을 담아 자기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데 왜 후자의 행위를 소극적으로 해석하고 평가절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