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10803133531&section=02 

이 기사에서 눈에 띄는 것:  산업 부문별 <공동 구조조정 기금> 을 마련하는 것. 다음은 해당 부분입니다. 

<...다음으로 조선산업 차원에서 공동 구조조정기금을 마련하면 좋겠다. 한진중공업에서와 같은 일이 다른 조선소에도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아니 이미 작은 조선소에선 노동자들이 많이 해고되었다. 사회의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이다.
대형조선소들은 조선 이외의 사업, 예컨대 해양 플랜트 등의 비중을 늘리고 또 고부가가치선으로 수주 선박을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인력조정의 시기가 닥쳐올 가능성이 크다. 신발이나 섬유와 달리 조선업노동자는 남성가장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구조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2000년대 중반 조선업계는 초호황 속에서 많은 이익을 향유했으므로 구조조정기금을 확보할 여유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 같은 경우에는 산별 노조가 발달해 있지 않아서 이게 과연 가까운 장래에 실현 가능한지 조금 회의가 드는 건 사실이지만...(한진 중공업의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 현대 중공업 조직 노동자들이 연대해 줄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성이 매우 없어 보이는 것처럼, 공동 구조 조정 기금 마련에 있어서도 현대중공업 노조가 미온적인 입장을 취할 여지가 크다고 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해답은 결국 이것 밖에 없다고 봅니다. 사업장별 노조가  아니라, 산별 노조 차원에서 구조 조정 압력에 집단적으로 대응 하지 않는 한, 글로벌한 기술력과 규모를 가지고 있는 극소수 최상위 사업체를 제외한 다른 중견, 중소 하도급 기업체의 노동자의 직업 안정성은 상시적으로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을 수 밖에 없는 거지요. 더더군다나 문제는 자본과 노동 뿐만 아니라 같은 직군에 속한 노동과 노동간에도 개별 사업체 수준에서 집단 이기주의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것을 극복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한 산업 내부의 노동간의 임금의 현실적 격차가 조직/비조직, 사업체 규모별로 심화됨에 따라 - 일부 대기업 노조의 직업 세습화 압박에서 잘 보여지는 것처럼 - 노동간 경쟁과 분화, 반목과 질시 또한 심화되어 가는 경향이 현저히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구조 조정 압력이 주기적으로 도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현재의 글로벌한 현실 하에서, 호황기에 누리게 되는 최대의 이윤 중, 일정 부분을 (예컨대, 호황기에 얻는 이윤의 단 1퍼센트 만이라도) 불황기의 구조 조정에 수반되는 노동자들에 가해지는 집단 해고의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는 재원으로 돌려서, 예컨대 재취업 지원을 위한 재교육, 실업 수당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조성함으로써, 구조 조정에 수반되는 사회적 갈등을 완화시키는데 필요한 비용을 그 산업 부문 자체의 역량으로 메꿀 수 있도록 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봅니다. 문제는 <공동 구조 기금 마련>에 가장 미온적일 수 있는 주체가 바로 그 산업 부문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기업과 노조라는 거지요. 좀 공허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런 측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현재 지배적인 <주주 자본주의>의 관념을 극복하는, 지금보다는 다른 <이해 관계자 자본주의> 의 관념, 즉 주주의 이익만 강조하는 것이 아닌, 노동과 그에 수반한 일자리 자체의 사회성도 인정하는 사회적 콘센서스가 만들어 져야 하겠지요. 결국 이렇게 확립된 사회적 콘센서스를 기반으로 <경영자의 전략적 선택>과 <경영 윤리>가 지금처럼 겉돌지 않고 서로 맞물릴 수 있는 사회적 토대가 구축될 수 있는 것이구요. 

이와는 별도로 언론이 <경영의 윤리>를 개인의 윤리적인 차원이 아닌, 경영자의 사회적 책임의 문제로 강력하게 부각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의미에서 작금의 한진 중공업 사태는 경영자의 전략적 선택과 경영자의 윤리가 철저하게 괴리되어 발생한 극적인 사건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중국발 구조 조정 압력이라는 객관적인 외생 변수에 따른 경영자의 (어느 정도 불가피한) 전략적 선택이 어느 정도 공감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진 사태는 노조측과 한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으면서 일말의 사과 혹은 변명도 하지 않고 해외로 도피해 버린, 파렴치한 경영자의 태도에 관한 공분이 핵심적인 원인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고 봅니다. 조중호를 청문회에 반드시 세워야 합니다. 한 경영자가 경영자로서 노조와 한 공적인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해외로 도피했을 때 개인적으로 어떤 댓가를 치르게 되는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참고로, 이번 사태에 관하여 김대호님이 기고한 글도 한 번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