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옹호하다: 마르크스주의자의 무신론 비판』, 테리 이글턴 지음, 강주헌 옮김, 모멘토, 2010

 

Reason, Faith, and Revolution: Reflections on the God Debate, Terry Eagleton, Yale University Press, 2009

 

 

 

테리 이글턴은 기독교와 과학이 충돌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기독교와 과학이 충돌한다고 보는 도킨스와 히친스가 바보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리처드 도킨스류의 19세기식 자유주의적 합리주의자들이 흔히 상상하는 바와는 달리 신신학은 창조주 하느님을 최고의 제작자, 우주의 최고 경영자로 해석하지 않았다. 신학자 허버트 매케이브는 그런 해석을하느님을 지극히 크고 막강한 피조물로 생각하는 우상숭배적 견해라고 비판했다. 도킨스는 기독교가 과학과 대립되는 우주관을 제시한다고 잘못 생각한다. 철학자 대니얼 데닛이 저서 『주문을 깨다Breaking the Spell』에서 그랬듯이 도킨스도 기독교 신앙이 세상을 그럴듯하게 설명하는 야바위 이론이라고 여긴다. 이런 점에서 도킨스는, 소설을 서툴게 짜깁기한 사회학이라고 생각하는 탓에 소설이라는 형식의 취지를 이해 못하는 사람과 비슷하다. 막스 베버의 사회학 책을 읽으면 그만인데 로베르트 무질의 소설과 힘들게 씨름할 이유가 뭐냐는 식이다.

그와 달리 토마스 아퀴나스에게 창조주 하느님은 세상의 기원을 밝히기 위한 전제가 아니다. 요컨대 아퀴나스의 신학에서 하느님은 우주가 양자 진공 내에서 일어난 불규칙한 요동의 결과물이라는 이론과 경쟁하지 않는다. 사실 아퀴나스는 세상에는 어떤 기원도 없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도킨스는 기독교 신앙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일종의 범주오류를 범하고 있다. 도킨스는 기독교가 일종의 사이비 과학이거나, 그게 아니라면 증거의 필요성을 몽땅 제거해 버리는 편리한 길을 택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또 증거의 개념에 대해서도 과거의 과학적 기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도킨스는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증명할 수 있는 것과 맹목적인 믿음을 칼로 자르듯이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정말로 흥미로운 사안들 대부분은 둘 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크리스토퍼 히친스도 마찬가지로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르면서 『신은 위대하지 않다』에서망원경과 현미경 덕분에 [종교는] 이제 어떤 중요한 것도 설명하지 못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독교는 애초부터 뭔가에 대한설명이 아니었다. 따라서 히친스의 말은 전기 토스터가 나왔으니 체호프는 잊어도 좋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신을 옹호하다』, 16~18)

 

It did not see God the Creator as some kind of mega-manufacturer or cosmic chief executive officer, as the Richard Dawkins school of nineteenth-century liberal rationalism tends to imaginewhat the theologian Herbert McCabe calls "the idolatrous notion of God as a very large and powerful creature." Dawkins falsely considers that Christianity offers a rival view of the universe to science. Like the philosopher Daniel C. Dennett in Breaking the Spell, he thinks it is a kind of bogus theory or pseudo-explanation of the world. In this sense, he is rather like someone who thinks that a novel is a botched piece of sociology, and who therefore can't see the point of it at all. Why bother with Robert Musil when you can read Max Weber?

For Thomas Aquinas, by contrast, God the Creator is not a hypothesis about how the world originated. It does not compete, say, with the theory that the universe resulted from a random fluctuation in a quantum vacuum. In fact, Aquinas was quite ready to entertain the possibility that the world had no origin at all. Dawkins makes an error of genre, or category mistake, about the kind of thing Christian belief is. He imagines that it is either some kind of pseudo-science, or that, if it is not that, then it conveniently dispenses itself from the need for evidence altogether. He also has an old-fashioned scientistic notion of what constitutes evidence. Life for Dawkins would seem to divide neatly down the middle between things you can prove beyond all doubt, and blind faith. He fails to see that all the most interesting stuff goes on in neither of these places. Christopher Hitchens makes much the same crass error, claiming in God Is Not Great that "thanks to the telescope and the microscope, [religion] no longer offers an explanation of anything important." But Christianity was never meant to be an explanation of anything in the first place. It is rather like saying that thanks to the electric toaster we can forget about Chekhov.

(Reason, Faith, and Revolution, 6~7)

 

 

 

기독교와 과학이 충돌하지 않으려면 어떤 조건들이 필요할까? 만약 기독교인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모두 받아들인다면 과학과 충돌하지 않을 수 있다.

 

1. 신은 세상에 개입하지 않는다. 세상이 그냥 기본적인 물리 법칙에 따라 움직이도록 내버려 둔다.

 

2. 따라서 성경은 신의 말씀을 담은 문서가 아니라 그냥 인간이 쓴 것이다. 온갖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는 성경을 신성시할 이유도 없다.

 

3. 세상과 생물과 인간의 창조에 대한 창세기의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그냥 뻥이거나 상징이다.

 

4. 예수의 기적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그냥 뻥이거나 상징이다. 예수는 처녀 수태로 태어나지도 않았고, 물 위를 걷지도 않았고, 죽은 자를 살리지도 않았고, 죽은 후에 부활하지도 않았다.

 

5. 기도를 해 봐야 신은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신은 세상 일에 개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그냥 기본적인 물리 법칙에 따라 세상이 돌아가도록 내버려둔다.

 

6. 죄를 짓는다고 지옥에 가지도 않고, 선하게 살거나 진심으로 회개한다고 해도 천국에 가지 않는다. 인간은 그냥 기본적인 물리 법칙에 따라 살다 죽을 뿐이다.

 

7. 성자들이 행했다는 기적들은 다 뻥이다. 또는 상징일 뿐이다.

 

8. 인간의 정신은 자연 선택의 산물인 뇌의 작동일 뿐이다. 뇌의 작동이 기본적인 물리 법칙을 초월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자유 의지는 환상일 뿐이다.

 

 

 

신앙심 있는 한국의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 보라. 미국의 기독교인이라도 좋다. 아니면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19세기 또는 10세기의 유럽의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 보라.

 

위의 이야기를 다 받아들여서 과학과 충돌할 일이 전혀 없는 기독교인이 전체 기독교인들 중 1%나 될까?

 

 

 

세상에는 자칭 종교인이면서 과학의 정신을 100%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긴 있다. 아인슈타인이 이런 쪽으로는 아주 유명하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찾기는 지극히 힘들어 보인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은 자칭 종교인이긴 하지만 자칭 기독교인은 아니다.

 

성경이 신의 말씀이라는 사실도 부정하고, 예수의 기적도 부정하고, 기도의 힘도 부정하고, 창세기의 이야기도 부정하고, 천국과 지옥도 부정하는 자칭 기독교인이 있다면 그 사람을 기독교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할까?

 

만약 어떤 사람이 여성의 투표권도 부정하고, 지난 수천 년 동안 여성 차별과 억압이 있었다는 점도 부정하고, 여자는 학교에 갈 필요도 없다고 주장하면서 자칭 여성주의자(feminist)라고 이야기한다면 그 사람은 여성주의자일까?

 

 

 

이글턴은 19세기까지만 해도 유럽의 기독교인들이 신이 인간을 직접 창조했다는 말을 글자 그대로 믿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그래서 진화론에 맞서서 나름대로 비장한 전쟁을 벌였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여전히 한국과 미국 같은 나라의 수 많은 기독교인들이 창세기 이야기를 거의 글자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점을 모르는 것일까? 창세기 이야기를 무시하는 기독교인이라 하더라도 “예수의 기적은 뻥이거나 상징일 뿐이다”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이글턴이 말하는 순수한(?) 기독교인들은 이글턴의 머리 속에서만 사는 것 같다. 반면 도킨스는 실제로 지구 상에 살았으며 지금도 살고 있는 기독교인들 대다수가 믿는 바로 그 종교를 비판하려고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