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저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째 인터넷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갈 곳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갈 곳이 줄어드는 느낌입니다.

이 드넓은 인터넷 세상에서 왜 갈 곳이 없겠습니까만...

그래도 어떻게 시간이 지난 뒤에 보니깐... 제가 의도한 것도 아닌데, 정말 선뜻 발길 내키는 곳이 손꼽게 되더라는 겁니다.

이거 좀 슬픈 이야기 같고, 내놓고 이야기하기에도 좀 창피한데, 암튼 사실이 그렇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크로는 제게 꽤 소중한 곳입니다.

제가 가장 많이, 가장 편하게 오게 되는 곳이거든요.

읽을만한 글이 있고, 대꾸할만한 댓글이 있고, 흥미있는 필자들이 있습니다.

어떤 분도 말씀하셨던데, 글이 올라오는 속도도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서로 대립하는 입장의 논객들이 어찌됐건 한 공간에서 말 섞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겁니다.

스켑렙은 그런 점에서 필자 관리에 실패했다고 봐야겠지요. 어쩌다 가 보면 입장이 한쪽으로 쏠려있는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그렇게 되면 남아있는 특정 정치적 입장의 필자들도 별로 하고싶은, 해야 할 말이 없어지는 법이지요.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크로가 요즘은 더 북적대는 것 같고, 좋은 필자들도 많지만...

그래도 스켑렙의 전성기에 비하면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달성해야 할 뚜렷한 목표도 있다고 봅니다.

나름 운영진에 대한 불만도 없지 않지만(이 얘기는 안하려고 했습니다만...^^),

그래도 소유권이 한 사람에게 독점돼있는 사이트보다야 훨씬 나은 거 아닌가 싶구요.

다들 생업이 있고 바쁘신 가운데서도 이렇게 노력해주시는 운영진의 노력은 또 대단한 겁니다.

사이트 운영비용도 몇 분이 전적으로 감당하시는 것 같던데...

이건 좀 아니라고 보구요. 이번 기회에 운영비용도 모아야 한다고 봅니다. 저도 적은 액수나마 보태겠습니다.

얘기하다 보니까 저를 포함해 모든 분들이 별로 반겨하지 않을 돈 얘기까지 나왔는데,

제 결론은 그겁니다.

열내고 싸우시는 것도 좋은데, 판을 깨지는 말자는 겁니다.

그러면 우선 제가 너무 재미없고, 그럴 것 같습니다. 솔까말, 그렇게 되면 여러분들도 <쏘련기행> 등 제가 앞으로 풀어놓을 (주옥같은) 썰을 못 보시게 되지 않겠습니까? ㅎㅎㅎ

뭐, 늙은이가 주책맞게 재롱까지 떠는데...

너무 열받지 마시고, 릴랙스~ 했으면 합니다.

사실 세상에 이렇게 열내고 죽자살자 할 일이 얼마나 있겠습니까(있기야 있겠지만 일단 여기서는 그런 얘기 하면 안 되지요).

사실 저는 이런 말을 꺼낼 주제로는 아크로에서 가장 적당치 않은 인물의 하나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뭐 그런 불균형, 파격, 어불성설... 이런 데 또한 묘미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가 요즘 굉장히 힘든 일 하나를 끝냈더니 정신이 좀 몽롱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느긋하기도 하고, 비몽사몽 같기도 하고... 좀 그렇네요.

이 글이 기분나쁘신 분들은 그런 점을 참작하셔서 받아들여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