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남의 태도를 고려해 가며 편을 들지 않습니다. 정치적으로 중요한 문제에서 태도 얘기가 나오는건 뭔가 다른 꿍꿍이 속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내가 이익이 되면 상대방이 아무리 개싸가지여도 같은 편을 먹으려고 노력하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민주당이 영남에 공을 들이는건 영남인이 포용적이거나 진보적이어서가 아니라 영남 표가 집권에 큰 도움, 혹은 방해물이 되기 때문입니다.

호남을 둘러싼 정치적 이합집산에서 호남의 태도가 실제로 협상이나 연대의 조건이 된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아마 말은 그렇게 했을수도 있겠습니다. 호남을 차별할 필요가 있고 그게 이익이 되면 호남의 태도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렇게 해왔습니다. 반대로 호남 표가 아쉬우면 호남이 아무리 싸가지 없이 굴어도 가서 비벼댔습니다.

협상장에 나와서 온갖 욕설을 하고 주먹다짐을 해도 서로에게 이익이 되면 협상이 타결되고 연대를 합니다. 반대로 도덕군자끼리 만나 좋은 말만 해도 서로 계산이 안맞으면 예의 바르게 협상이 파토 납니다. 협상에서 예의가 문제된다고 정말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물며 추상적인 태도나 인권감수성이 협상에 끼어들 여지는 없습니다. 기업이 노동자와 타협하는 것은 노동자가 여성차별과 인종차별에 깊이 공감하고 모든 차별과 불평등을 철폐하는 범국민 운동에 꾸준히 참여해와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는게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좌파 운동가들이 노동계급 운동을 사회주의 운동과 동일시 한것과는 상관없이 노동계급의 힘이 세지고 단결이 강했기 때문에 자본과 협상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사회주의적으로 완벽하게 각성되고 모든 차별의제를 완전히 자기것으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노동자 단결과 계급 투쟁은 조합주의에 불과하다는 몽상 좌파의 얘기에 끌려다녔다면 지금도 서구 노동자들은 하루에 18시간씩 일했을 겁니다.

정치적 협상에서 "호남의 보편적 차별 감수성"이 문제되었거나 앞으로 문제될 가능성은 0%입니다. 호남이 다른 의제에서 보여온 차별에 대한 일반적 태도가 정치적 협상에서 정말 조건이 되고 문제가 될 가능성도 0%입니다. 호남의 태도는 호남 차별과 관계가 없습니다. 호남 태도론은 호남 편 먹기 싫다, 혹은 호남과 연대를 맺고 싶지 않다는 속뜻을 돌려 표현한것에 불과합니다. 호남을 차별해야 하고 호남의 파이를 가져와야 하는데 호남이 우호적이라면 다른 핑계를 대서 호남 왕따를 정당화하기 마련입니다. 호남이 보편적 차별의제에 있어 다른 지역보다 진보적이니까 왕따해서는 안되고 연대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호남이 아무리 손을 내밀고 우호적이어도 호남을 차별하고 호남것을 뺏어야 할 필요가 있으면 그렇게 해왔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진보, 개혁 진영도 그랬습니다.

70년대의 호남 차별은 호남이 여성주의와 연대를 안해서 일까요? 87년 이후 조성된 호남 왕따의 정치 구도와 지역주의 담론은 호남이 계급차별 철폐 운동에 동참을 안해서일까요? 2003년 분당 사태는 호남이 보편적 차별 의제에 동참하지 않은데 따른 진보 진영의 복수입니까? 호남을 차별하는데 호남의 태도가 정말 문제된적은 한번도 없는데 호남과 연대하는데 있어 호남의 태도가 조건이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87년 이후 정치사를 훑어 보면 너무 명백합니다. 호남이 개혁+지역 연합에 철저하게 복무하며 표 주고 인내해도 돌아온건 "호남지역주의토호난닝구"타령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지난 20년은 호남이 우호적으로 손을 내밀어도 호남과의 연대가 이익이 안된다면 호남은 버림받을수 밖에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확인해온 시간이었습니다. 호남이 가산 털어가며 다 퍼줘도 그 누구도 호남에게 고맙다고 한적 없습니다. 도리어 그 양보와 포용을 지역주의로 폄하하며 호남을 발로 찼을 뿐입니다. 그래서 이제 호남이 슬슬 손을 뺄려고 하니까 이제 호남이 싸가지 없이 구니까 호남과 연대를 못하겠다고 합니다. 반면 지난 20년간 꾸준하게 냉랭하게 튕기고 탐욕을 부린 영남의 태도를 언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도리어 영남의 태도를 언급하는 것은 금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