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생산력의 발전이라는 개념을 이제껏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사구체라는 개념도 미투라고라님에게서 처음 듣고 조금 전 검색해봤습니다.NL과 PD라는 단어는 12년전에 인터넷신문사에 잠시 취직했을 때 처음들었고 지금도 관심이 없어서 그 개념을 정확히 구별하지 못합니다. 저는 학교 선생의 상습적인 구타와 대구 최악의 빈민가인 신천동 해방촌 돼지골목 출신인 제 집안의 가난 때문에 미술을 포기한 중학생시절부터 대학교 학창시절에는 공부나 학생운동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공부가 싫고 학교가 싫어서 가출을 해도 방학때 하고 그나마 학교수업은 안빼먹었습니다만 대학에서는 수업을 다 빼먹었습니다. 엉터리로 대학을 졸업하고 군복무를 하고나서 경제문제로 1년 6개월간의 고시공부를 중단하기 까지 신림동 고시 학원에서 배운 헌법학 정도가 제 지식의 전부입니다. 저는 그 교과서에서 '생산력의 발전이 진보'라는 글을 읽었던 기억이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진보는 생산력의 발전이 아닙니다. 추상적 차원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이나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자유와 평등. 행복추구권, 자기결정권 등등 이렇게 오랜 역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이루어 온 보편적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것이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졸업하고 군대갔다 온 뒤에 신림동 고시학원강사로부터, 그렇게 수강료 줘가면서, 배워왔습니다. 구체적차원에서는 패권적 착취를 없애가는 것이 진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고시 문제 답안과 함께 배워왔으니 그 얼마나 보편적이고 상식적이겠습니까? 생산력의 발전? 그건 제게는 마치 공희준이 강남좌파를 보듯, 생산력의 발전이라는 개념은 제게는 개폼이고 사치로 보입니다. 너무나 딴 세계에 있는 공허한 말입니다. 잘살면 잘사는대로, 못살면 못사는대로 가난한 사람들은 자기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을 차별하고 멸시하는 것 아시나요? 차별과 멸시는 생산력이 있고 없고와는 아무런 상관없습니다. 생산력이 아무리 발전하면 뭐합니까? 생산력이 발전하는대로 자기보다 생산력이 적은 사람들을 차별하는데요. 제 어린 시절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학원강사가 말한 그것들이 진보라는 것을 절실하게 공감했습니다. 

오로지 호남차별해결이 최우선입니까?  모든 차별에 같이 대응하면 안됩니까?  호남이 차별 많이 받았습니까? 호남사람보다 더 차별 많이 받는 사람들 많습니다. 그래도 호남사람들을 밥은 굶지 않고 제때 먹잖습니까?  영등포쪽방촌보다 더 좁은 곳에서 여섯식구가 밥굶기를 밥먹듯이 하면서 집에 화장실도 없어서 신문종이에다 대변누고 종이에 싸서 휴지통에 버리는 그런 사람들도 있습니다.  

호남이 진보를 추구해야한다는 제 말은, 영패주의를 비판하고 이명박을 비판하는 많은 네티즌들이 사형문제나 소수자의 인권문제나 또 다른 차원에서의 인종주의, 차별 등에 아무런 의식도 없는, 심지어는 반동적이고 퇴행적인 모습까지도 보이는 것을 보고 꺼낸 말입니다. 이곳 아크로에서도 동해보복의 황산보복판결에서 그것을 (심정적으로든 어쨋든) 옹호하고 보편적 진보나 인권문제에는 관심없고 오로지 영패척결만 부르짖는 아크로 논객들을 본 이후로 더욱 더 강조하고 있는 것이고요. 

저는 만약 호남인들이 그렇게 고시 답안과 같은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차원에서의 진보를 나몰라라하면서 호남차별을 타파하고 영남패권을 척결하자고 하면 그런 호남인들을 절대, 조금도 지지할 생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호남인들이 영패주의를 척결하고 나면 그 자신들이 패권주의자가 될 뿐이니까요. 그럴 일 없다고 하시려구요? 영패주의가 왜 생겼는데요? 소수자와 약자,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과 상식적인 의미의 진보를 무시하는 영남 사람들이라서 생겨난 겁니다. 소수자와 약자의 고통과 상식적인 의미의 진보를 무시하는 호남사람들이면 영남패권주의자와 다를바가 하나도 없습니다. 진보라는 것은 구조적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에서는 진보(호남차별극복 영패주의척결)이고 어느 한부분에서는 진보가 아닌 것(소수자 약자 소외)은 전체적으로 진보가 아닙니다. 그것은 진영이기주의일 뿐입니다. 

황산보복판결에 관한 글을 올리기 그 전에도,  아크로에서 영패주의를 척결한다면서 영남에게 적대적인 표현을 하는 것을 보고,  저래서는 호남사람이 아니고서는 영남은 물론이고 비영남 비호남들도 영패주의에 공감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호남 차별의 문제는 실제로 투표를 통해 선거에서 이겨서 실력으로 해결해야합니다. 그렇다면 호남이 투표에서 이겨야 하는 거죠. 그런데 어떻게 투표에서 이기실 겁니까? 툭하면 영남포위론이 나오는데, 비영남이 왜 영남을 포위합니까? 호남을 왕따시키고 강자의 편에 서는 게 그들에게 가장 큰 이익이 돌아오는데... 지난 10년 김대중 노무현 정권, 이건 영남이 영남만 너무 챙겼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겁니다.  영남사람들 바보가 아닙니다. 학습능력 있습니다. 2인자 왕따에 필요한 지분을 가지고 3인자들에게 지분을 나눠줍니다. 영호남 문제에 무지하고 무관심한 이들의 표를 얻기 위해 어떤 공감대를 찾으시겠습니까?  영패주의?  그들은 호남만큼 영패주의로 차별과 고통을 받은 적이 없는데 영패주의척결에 도대체 무슨 공감대가 있습니까?

호남은 대한민국 그 어떤 지역보다도 진보적이었고 민주적이었습니다. 호남은 이와 관해 역사책에서 대대로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기록을 남기고 칭송받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제가 그걸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호남차별을 극복하고 영패주의를 척결하려면 영남에게 실력으로 이기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실력으로 이기라는 말은 투표에서 이기라는 말입니다. 투표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영패주의의 경험이 없는 사람들과의 공감대를 찾아서 그들로부터 표를 얻어와야 한다는 겁니다. 그 공감대는 진보... 교과서에서, 시험문제 답안에서 말하는 그런 보편적이고 단순한 진보가 아니면 공감대를 구할 수 없습니다.

저는 역사가 지금까지 발전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러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더 높다고, 즉 역사를 낙관적으로 보기 때문에 호남차별이나 영남패권주의도 언젠가는 극복하는 날이 오리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 날이 오더라도 그것은 "생산력의 발전이 진보다"  "호남의 제자리를 찾는 것이 진보다"라는 추상적인 마르크스 레닌주의 사상이나 호남센트릭한 이념이 힘을 발휘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의식을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함으로써 사회전반적인 진보 의식이 높아져서 그날이 올 거라고 봅니다. 그렇게 학원 강사가 수험생들에게 속성으로 가르치면서 말하는 상식적수준의 소박한 진보라면 당연히 영패척결해야죠.  호남이 부당하게 차별받고 있는데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진보가 아니죠.  영패척결하지 않는 진보는 사이비입니다.  하지만 진보가 가진 본질적인 원리 원칙이 결여돼도 상관없는 호남센트릭한 진보의 결과를 진보의 원동력으로 삼는 것은 본말전도의 헛수고입니다.    


ps: 황산보복판결과 관한 미투라고라님과의 댓글 논쟁에서 언젠가 제 생각을 게시물 본글로 답하겠다고 한 내용을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