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이란 구체적인 사안을 가지고, 혹은 밥그릇을 놓고 벌여야 하는거라고 생각하는지라 지금 벌어지는 논쟁이 전혀 탐탁치가 않다는 점을 말씀드리면서.


수도권과 영남이 대립할것이라는 저의 주장에 백수광부님이 "수도권이 결집하면 다른 지역을 자극한다. 따라서 수도권은 정치적 실체로 결집하지 않음으로서 이익을 챙긴다"고 하셨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일단 영남을 제외하고 비수도권이라고 할만한 지역 세력이 별로 없습니다. 호남을 제외하고 남는건 충청과 강원도인데 강원도야 인구가 워낙 작고, 충청도는 이미 절반정도는 수도권으로 편입되었다고 보는게 맞습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수도권 집중화는 역설적으로 수도권 자체가 팽창하는 방식으로 해소되는 셈입니다. 다시 말해 정치적이던 경제적이던 어떤 방식으로던지 결집이 가능한 지역은 수도권과 경상도, 전라도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수도권과 영남이 경제적으로 갈등한다고 보기도 힘듭니다. 설혹 갈등한다고 해도 그건 정치적으로 풀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이건 두 음식점이 같은 손님을 놓고 경쟁하는 현상을 협상을 통해 해소할 이유가 없는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수도권 집중화는 영남의 이익을 뺏는게 아니라 영남의 인구, 헤게모니가 자연적으로 수도권에 몰리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누가 뒤에서 정치적으로 조장하거나 기획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참여정부 이후 집권세력은 인위적인 방식으로 경상도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영남의 이익을 뺏어다가 수도권에 주거나 같은 밥그릇을 놓고 두 지역이 다투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수도권이 정치적 실체가 된다는 얘기는 수도권 시민이 똘똘 뭉쳐 수도권 당을 만들어 영남당과 대립한다는게 아닙니다. 그보다는 수도권이 공통으로 공유하는 이해관계가 점점 정치적으로 구체화 되고 표면화 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 물난리는 좌우를 막론하고 모든 서울시민이 관심을 갖는 사안입니다. 만약 서울의 고질적인 홍수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일수 있는 역량과 의지가 있는 인물이나 정당이 등장한다면 서울에서 많은 지지를 받을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수도권 집중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사는 영남 원적로서는 대구 경기, 부산 경기가 어찌되던 말던 수도권 규제 강화로 경기도에 사둔 땅값이 떨어지는건 짜증나는 일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수원에 갔을 공장이 수도권 공장 총량제로 전남에 가는걸 수원사는 전라도 원적자가 반길 까닭이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2008년 총선의 서울지역 최대화두는 뉴타운 아니었습니까? 이미 서울에 공통하는 화두는 몇번 나왔습니다. 그다음순으로 수도권에 공통하는 화두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이것은 정치적 좌우의 이전 문제이거나 혹은 좌우의 문제와 융합되어서 나타날수 있는 문제입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강한 반한나라당 정서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경기도에서 한나라당이 재선에 성공한 사실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권자들은 이미 정당에 대한 호오(혹은 정치적 정서)와 지역 리더십의 선출 문제를 분리해서 보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을 잘 살게 해준다면 어느 정당 소속이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런 지역과 이념의 분리 문제는 지방자치 이론에서 이미 꾸준히 제기 되던 겁니다. 지방 자치 영역을 넘어 우리 지역에 이익이 되는 국가 지도자를 뽑겠다는 욕망이 수도권에서 충분히 나올수 있습니다. 저는 그게 이미 이명박으로 구체화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시민 입장에서 서울숲 만들고 뉴타운 추진하고(그게 실패던 아니던)청계천 만든 이명박은 서울에 이익을 가져둔 매력적인 지도자인겁니다.

그래서 수도권과 영남이 대립한다는 제 말이 약간은 정확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수도권은 점점 수도권 스스로에게만 관심을 가질것이며 여기에 부응하지 못하는 세력은 당연하게도 수도권에서 선택받지 못할것입니다. 만약 영남 기반의 정치 세력이 수도권의 헤게모니 집중 현상을 끊어내려 한다면 그것이 바로 수도권과 영남의 갈등으로 나타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