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주소체계는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가 많을 듯합니다. 당국에서는 설명을 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이것이 선진국 형이기 때문이니까 좋을 수밖에 없다” 이런 식입니다. 그러니까 설득이 되겠습니까?  이전에 한번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이게 정착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여러 불만이 있는데 이전부터 살아온 동네의 지명의 역사가 없어진다는 불만, OO교회가 왜 사찰이름이 붙은 OO사길에 있어야 하는가 하는 말이 되는 불만, 같은 아파트에서 동번호가 1개 차이 나는데 왜 서로 다른 길 이름으로 분리되는 가까지. 그래도 이런 것은 사소한 것이라 봅니다.   
      
제 집은 OO대로 678 이런 식인데요, 이게 좀 우스운 것이 누군가가 OO대로를 쭉 따라 오다가 우리 집(아파트입니다.)을 찾으려면 그 2미터 높이의 담을 넘어와야 합니다. 지도상으로 보면 제 집의 위치가 OO대로 678에 있지만요, 그 장소에서 제 집을 전혀 access할 수가 없습니다. 유럽식(미국식을 잘 모르겠습니다)은 대부분 길가에 집이, 집의 입구가 바로 붙어있는 형식이지만 우리나라의 대로 옆, 특히 아파트들은 그 위치에서 바로 갈 수가 없습니다. 대부분 대로에서 들어가는 길을 따라서 두어 번 접어서 들어가야 합니다. 신주소체계가 집을 찾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지만, 도시인의 30% 정도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우리 실정에는 잘 맞지 않다고 봅니다. OOO아파트 길 이렇게 하기는 힘들겠지만, 지금과 같이 2차 기하학적인 정보만 담고 있는 길-번지 식은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문제는 과연 지금의 택배회사들이 이것을 사용할 것인가 하는 겁니다. 개인택배회사와 고객 간에 지금의 번지체계로 배달하는 것은 문제가 거의 없습니다. 네비로 해당 위치를 찍으면 바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이게 바로 de facto standard인데요, 다른 예가 있습니다. 잘 아시는 Adobe에서 사용하는 파일은 국제표준에 따르지 않는 것들이 많습니다. 원래는 8,90년대에 국제위원회에서 그래픽, 문서 등에 관한 표준안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상호 호환을 위해서요. 그때 만든 표준 중에 사용 안 되는 것이 많습니다. 자연스럽게 어도비 제품 규격이 디지털 문서의 시장 표준이 되어버린 겁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MS explorer가 브라우저의 표준이 되어 그 거지같은 Active X가 아무런 가책 없이 남용되고 있듯이 말입니다. 
   
저에게는 국가표준의 신주소 체계와 기존 택배회사의 디지털 지도와의 싸움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택배회사에 물건 부탁하면 우편 번호도 필요 없습니다. 어디 어디 말하면 그 자리에서 확인하여 바로 답을 줍니다. 모든 회사에서 이 신주소를 이전 주소로 매핑하려면 돈 꽤나 들어갈 겁니다. 각종 자동차용 네비 프로그램은 또 어떡하겠습니까 ? 이전 국민의례준칙에 따르면 국가 공무원은 부조 얼마 이하로 한정한다고 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습니다. de facto standard 부조금이 각 영역마다 따로 다 있습니다. 부모상에는 얼마, 동료, 그리고 자녀결혼에는 얼마 씩. 이게 진짜 Working하는 표준이죠. 
   
독일에서 역 앞을 지나는 큰 길은 “역전 거리”로 부릅니다. 어느 도시든, 그리고 역에서 쭉 내려가는 길은 “카이저거리”. 거리 이름만으로도 그 범위와 위치를 짐작할 수 있는 매우 합리적인, 전통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거리이름 방식은 대부분 인구 수 5만 내외의 작은 소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국가라서 충분히 가능합니다. 서울에 인구가 얼마입니까. 이 거대한 공간을 두 단계의 거리 이름으로 분해한다는 것은 매우 엔트로피가 높은 분류법이 될 겁니다. 그 수많은 거리마다 다르게 이름을 붙이는 작업의 어려움도 어려움이지만 그렇게 뿌리 없는 거리이름이 과연 사람들의 입에 착근을 할까 더 걱정이 됩니다.
  
제 생각에는 뒤늦게 시작한 우리의 주소체계는 스마트폰 등과 같은 전자기술이나 장치를 엄두에 두고 고안이 되어야 할 겁니다. 예를 들어 우편번호를 좀 더 단계적으로 해서 OO-OOO-OOO-O와 같이 8 자리로 해서 주고받고, 그 번호를 기기나 인터넷 브라우저에 올리면 바로 확인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숫자로 하면 자동 분류도 쉽게, 먼 미래로 본다면 로봇배달부가 바로 번호만으로 배달도 가능하지 싶습니다.

제 학생때는 친구들이랑 다방에서 만나려면 그 다방의 위치가 매우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휴대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어디 OOO 지점에서 만나서 근처에 찾아들어갑니다. 휴대폰때문에 이전 위치가 가지는 중요도가 훨씬 덜 해졌습니다.
서울 여동생 만나러 갈 때, 휴대폰으로 서로 연락해서 OO지하철 4번으로 나와서 바로 만나 차타고 들어갔습니다.
정부당국은 선진적인 방법이라는 관념에서 벋어나서 국내 전 택배업체 연합회와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해야 할 겁니다.
이전 일본과 어업협상할 때 우리나라는 해수부 관리들이 앉아서 연필로 선을 그었지만 일본은 실제 어부들의 증언을
생생히 청취하고 반영하게 실제 고기가 많이 잡히는 쪽을 자기쪽으로 확보하는데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국은 관성적 관주도 개선작업의 망령에서 벋어나서 지금이라도 물류배달로 생계를 이어가는 업자들과
깊은 대화를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