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나는 태어나서 가장 끔찍하고 사악한 학살의 소식을 듣고 전율에 휩싸였습니다. 극우파며 극단적 기독교도인 한 백인이 노르웨이에서 벌인 학살극 때문입니다. 퇴로가 막힌 작은 섬에서 M-16 소총에 덤덤탄을 장착하여 어린 청소년들을 한 시간 반 동안이나  찾아다니며 조준 사냥하고 확인 사살까지 한 것은 역사상 유래가 없는 잔혹한 테러입니다. 폭탄을 터뜨린다거나 총을 난사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만행입니다. 이런 식이라면 아무리 동기에 정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용서받을 수 없을 겁니다.


나는 그 소식을 듣고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인간이 가장 잔인한 종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어떻게 저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는지, 가장 평온하고 잘 사는 나라에 사는 백인이, 무슨 피해를 입었기에 저렇게 커다란 분노, 아니 증오심을 가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백인 극우파의 테러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요. 168명을 죽이고 600여명을 다치게 한 오클라호마 폭파범 티모시 멕베이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킬 만한 분노를 갖게끔 핍박을 받았다고는 생각이 안 듭니다. 정녕 이스라엘인들을 향해 뛰어든 팔레스타인 자폭테러 자들만큼의 핍박을 받기나 했을까요? 정말 그렇다면 나는 백번이라도 이해해주고 싶습니다.   


나는 전쟁이 국가 차원의 적대행위라면, 테러는 개인적, 혹은 집단 차원의 전쟁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살인에도 정당방위가 존재하듯이 테러라고해서 다 같은 테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억압자의 테러와 억압받는 자의 테러는 동일하게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9. 11 테러를 비난합니다. 정말 엄청난 테러렸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비난의 강도는 그 원인을 제공한 미국의 아프간이나 이라크 침공,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에 가야할 비난의 10분의 1 이하가 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테러라고 다 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얘깁니다. 일본군에 의한 명성황후의 시해와 안중근에 의한 이토 히로부미의 암살은 엄청나게 다르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나는 좌파의 테러와 우파의 테러에서 뭔가 차이점을 느낍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억압자의 테러와 억압받는 자의 테러는 양상이 틀린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억압 받는 자들은 생존하기 위해 혹은 대의명분에 의해서 테러를 하는 반면 억압자들은 기득권의 수호를 위해하는 것 같습니다. 브레이빅의 범행동기도 직접적인 핍박을 받았다기 보다는 무슬림 이민자들에 의해 백인들의 기득권이 침해될 우려때문이었지요. 말의 유희일지 모르지만 억압 받는 자들은 분노가 테러의 동기인 반면 억압자들은 증오가 동기인 것 같습니다. 괜히 다른 인종, 특히 열등한 인종은 싫고, 동성애자가 싫고, 이교도들은 싫고 하는 식이지요. 게다가 아이러니 한 것은 직접 박해에 시달린 자들의 테러보다 박해를 해 왔던 자들의 테러가 더 잔혹하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