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밝혀두자면 저는 믿는 종교가 없습니다. 종교에 대한 개인적 입장에 가족이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므로 가족들의 종교도 밝히자면, 친가쪽은 불교를 믿으신다고 하셨는데, 분화가 일어나서 어떤 분은 기독교를 믿기도 하시고, 그래서 흔히 발생하는 제사 때의 종교전쟁도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타협해서 제사준비에는 참여하되 절은 안한다로 평화가 유지됩니다만ㅋ 외가쪽은 기독교 믿는 분도 계신데 아주 독실한 가족이 있기는 합니다만 소수고 나머지 가족은 종교가 없고, 친가 외가 모두 아주 위로 올라가면 모두 반기독교, 친불교성향입니다. 그렇다고 절에 계속 다니신다거나 시주를 하시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전통적으로 불교를 내 종교다 하고 믿으신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고 가족들도 그렇고 종교와 별로 관계가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저는 종교에 대해 호불호가 없습니다.종교단체, 종교인이 저를 종교로 괴롭힌 경험도 없고 자라나면서 주변에 개신교, 천주교 신자들이 많아서 기독교가 낯설지도 않고, 부처님 오신날마다 부모님이 절에 데려가셔서 절 구경시켜주셔서 불교도 친숙합니다.

물론 저도 길거리에 보이는 "예수천국 불신지옥", "멸공통일, 김정일 척살", "부시만세" 같은 표어를 보면 거부감듭니다. 그리고 선교한답시고 귀찮게 구는 사람들도 짜증나죠. 그리고 최근들어 심해지는 개신교의 정치참여도 걱정됩니다. 교회의 부패는 말할 것도 없죠. 세금도 안내고 하여튼 골치아픕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서양처럼 종교갈등을 겪지 않았고, 유교의 영향으로 신정국가체제에서 살아본 경험도 없습니다. 그 덕분에 다양한 종교의 평화로운 공존이 이루어졌죠. 물론 일부 갈등은 있었지만, 해외의 종교갈등사례에 비하면 별 것도 아니죠. 그래서인지 종교의 세속화의 정도도 상당한 것 같고, 외국에 비해 종교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종교갈등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정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정치적 탄압을 받은 경험도 없고 따라서 종교를 대상으로 한 혐오발언에 대해서도 무심하게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가지 요즘들어 또한 우려되는 것은, 유독 인터넷에서 심해지는 반종교적 태도입니다. 정확히는 반개신교적 태도이겠죠. 진보적인 사람들은 성향상 일단 종교에 대해 비판적인데, 이명박이 불에 기름을 부었죠. 보수적인 사람들, 특히 우리나라의 보수적인 사람들은 개신교도보다 전통적 종교인 불교나 유교의 성향을 띠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의 활동력이 적어서 그렇지, 이들도 개신교를 예수쟁이라고 부르며 멸시하는 건 원래부터 그래왔던 일이기도 하죠.


사실 서구의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종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죠. 이중적인데, 종교의 자유를 찾는 과정에서 이러한 자유가 발견됐고 확대됐고, 동시에 종교에 의한 사상,양심,표현의 자유의 탄압에 맞서서 이런 자유들이 확대되기도 했죠. 어쨌든 그럼에도 종교의 자유는 자유권의 발전에 있어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자유를 위한 투쟁과정에 있어서 종교의 자유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지 않았죠. 조선시대 기독교 탄압은 너무 옛날 일이고, 지금과 단절된 느낌이죠. 민주화 투쟁에서 기독교가 기여한 바가 있지만, 사실 종교의 자유를 위해 시민사회, 종교단체가 노력할 이유도 없을만큼, 우리는 종교갈등, 종교탄압과 무관하게 살아왔죠.

그래서인지 종교를 믿는, 특히 포교에 열성적인 개신교를 믿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 비난, 조롱, 멸시에 대해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랄까요, 이런 것을 찾아보기가 너무 힘듭니다.


합리적, 이성적인 사고를 중시하며 회의주의적인 태도까지 나아가서 종교 전반에 대해 사기라고 비판하거나, 전통적인 입장에서 예수쟁이들을 비판하거나 이런 분위기에, 최근 점점 심해지는 개신교 단체들의 만행, 개신교 지도자들의 추한 행동들 때문에 아무 거리낌없이 종교단체의 악행을 넘어서 아무 거리낌없이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생활전반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태도도 매우 심해졌습니다.

정당한 교리에 대한 비판을 이유로 개인의 신앙생활에 대해 마치 종교 전반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인양 간섭하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오지랍같습니다. 종교단체들이 기행을 일삼는 것을 자꾸 종교 자체의 문제나 종교의 교리와 연결시켜서 "교리가 그러하므로 뭔일이 있어도 종교단체는 저럴 수밖에 없다"는 식의 결정론적인 태도로 종교, 종교인, 신앙인들을 조롱하는 것은 전혀 합리적, 이성적이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는 서구와 다르게 무신론자, 무교인 들에 대한 핍박이 없습니다. 도킨스가 무신론책을 쓰면서,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이겨내고 사상의 자유를 지켜냈다고 자화자찬하는 것이 우리에겐 낯설죠. 물론 촌스럽고 폭력적으로 피디수첩의 종교관련방송을 막는 일이 벌어지지만, 그건 '해프닝'차원이지, 서구처럼 기독교적 전통이 강해서 그 전통이 우리의 모든 삶에 스며들어서 그걸 이겨내기 어려운 그런 정도는 아니죠.

이런 상황에서 가감없이 오히려 자랑스럽게 타인의 종교적 삶에 간섭하고, 그것을 마치 정당한 간섭인양, 이런 저런 종교적 활동, 특히 모태신앙같은 지극히 사적인 문제에 대해 교육방식, 교리문제를 들이밀며 간섭하는 것은 지난친 일입니다.


인간의 불완전성 때문인지, 믿을 건 사실 나 자신뿐이고 나의 생각뿐인데도 자꾸 외부의 안보이는 무언가에게 기대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거창하게 안가도, 하나의 삶의 방식, 개인적인 삶의 태도로서 그냥 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예전에 제가 들은 강의는 아닌데, 제 친구가 종교 어쩌고 하는 강의를 대학에서 수강했는데, 그 강의는 온갖 철학적 사고, 그니까 합리적, 이성적인 사유로 종교를 비판하는 강의였습니다. 교수가 앞장서서 종교, 특히 개신교가 도대체 말이 되느냐, 이런 식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것이었죠. 종교를 비판하려는 강의는 아니었고, 종교를 한번 철학적으로 이해해보자는 그런 강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강의한 교수가 종강 때 사실 자기는 기독교 신자라고 했다더군요. 사실 좀 알려진 강의여서 알만한 애들은 그 교수가 기독교 신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재미로 그 강의를 듣기도 한 것이지만, 이렇듯 현대사회에서 기독교를 비롯한 각종 종교는 삶의 양식, (마약처럼 보이는 허상일지는 몰라도)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주는 믿음의 대상으로서 매우 개인적인 사안이죠.

종교단체나 종교인들, 신앙인들의 패악질이 매우 거슬리지만, 타인의 종교생활에 대한 지적은 정말 조심해야할 부분이 아닐까합니다. 종교생활을 성생활, 친목생활, 가족생활로 치환한다면, 남의 그런 사생활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종교자유를 떠나서 실례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