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이덕하 님이 김규항과 진중권의 논쟁에 대해
'딱지를 치려면 제대로 치자'는 관전평(?)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흐르는강물 님과 미뉴에 님의 '딱지' 논쟁을 보며 이덕하 님의 이 글을 떠올렸습니다.

이미 몇 분이 지적하셨지만, 미뉴에 님이 노무현을 옹호하는 스탠스를 취한 적이 얼마나 있나요?
전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흐르는강물 님도 인정하셨듯이 미뉴에 님을 노빠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 딱지붙이기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할 때, 비로소 그 사람이 어떤 주장을 할 때 그 주장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 점에서 딱지붙이기 자체가 전적으로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딱지붙이기를 할 땐 제대로 해야죠.
누군가를 노빠든, 이명박빠든 하여튼 뭘로 규정할 때는 그만한 근거가 있어야 된다는 겁니다.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건, 딱지붙이기가 정치토론의 전부는 아니라는 겁니다.
그건 정말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노빠라고 합시다.
그러면 제가 정치에 대해 하는 말이 전부 개소리라고 자동으로 결론이 납니까?
노빠라고 해도 맞는 말 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어떤 주장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은 논리와 근거가 되어야 합니다.
노빠라고 해서 '넌 노빠야. 나쁜 놈이야. 그러니 말할 가치도 없어.'라는 식으로 마무리된다면, 그게 무슨 토론입니까?
'넌 노빠라서 노무현 정권을 좋게만 보고 있는데, 사실 이러이러한 문제점이 있었어. 그래서 그 정책은 잘못된 정책이야.'
이 정도는 되야지 그래도 토론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마 많은 분들이 미뉴에 님의 편을 드는 것도 이런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미뉴에 님이 욕을 하신 건 잘못된 거고, 그건 본인도 인정하셨죠.

개인적인 입장을 말하자면 저도 노빠들 별로 안 좋아합니다만,
'노빠니까 넌 무조건 틀렸어'라는 식의 태도는 적어도 공론의 장에서는 배척당해야 합니다.
적어도 특정 사안에서는 그의 말이 옳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논리적으로 싸우면 될 일입니다.
상대방에게 딱지를 붙이고 그것으로 토론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태도는 대단히 불성실한 태도입니다.

심판도 아닌 주제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나와서 한 마디 하는 게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어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나는 역사에 밀착해서 살아왔다. 역사는 목동의 피리소리에 맞추서 춤추는 것이 아니다.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부상자의 신음소리와 싸움하는 소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