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정치적인 견해를 어느 정도 인정해 주어야, 아니 그렇게는 절대로 못하겠다면 겉모습으로 나마 인정해 주는 척이라도 해야 상대방과 비아냥과 험담을 주고 받는 차원이 아닌, "properly understood" 된 의미의 <대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아크로에서 토론 상대방을 '노빠, 혹은 (상대적으로 들은 빈도수는 현저히 적지만) 노까 혹은 유까' 라고 라벨링 부터 하고 들어가는 논쟁에서 제대로 된 토론이 한 번이라도 일어난 적이 있었나요?  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감정 배설이 아니라  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거라면, 이런 태도는 분명히 지양되어야 합니다. 아크로에서 이런 못 되먹은 낙인 찍기 레토릭을 버리지 못하면 아크로의 미래는 없습니다. 그냥 정치적인 견해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서 다른 사람들 흉이나 보는 고만 고만한 수준의 정치 만담장으로 전락하고 말겠지요. 정치적인 입장과 성향이 다른 불특정한 집단을 그런 식으로 라벨링 하는 것과 실제로 온라인 토론 상대방을 라벨링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전자는 흔히 쓰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로 바람직하지 못한) 정치적인 수사로 넘길 수 있어도, 후자는 토론의 에티켓이 직접적으로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죠. 

전 궁금합니다. 정말 여기에 오는 어떤 사람들은 이런 낙인 찍기 레토릭을 쓰지 않고서는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없다고 믿고 있는 건지, 아니면 애시당초부터 상대방을 대화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처음부터 조롱 하려는 의도로 그러는 것인지, 또 그것도 아니라면,  그런 레토릭 없이도 자신의 생각을 잘 전달할 수 있고, 낙인찍기 레토릭을 통해 대화의 소득을 별로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본인이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정치인에 대한 혐오감을 버릴 수 없기 때문에 그러는 것인지. 전 낙인찍기 레토릭을 즐겨 사용하는 분들이 주로 세 번째 부류에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내 주장과 입장이 열이면 열 다 옳을 수는 없습니다. 본인이 설사 그렇게 굳게 믿는다고 하더라도 내 주장이 7, 상대방의 주장이 3 정도는 맞는다고 가정하고 임하는 것이 토론에 임하는 보다 전략적으로 현명하고, 토론에 참여하는 공정한 태도입니다. 노빠, 유빠, 혹은 (노까, 유까) 라는 라벨링을 붙이고 들어가거는 것은 처음부터 상대방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에 유연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비정치적인 주제에 대해서는 나름의 식견과 합리적인 태도, 그리고 유연성을 보여주시다가도 정치인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태도가 패쇄적으로 변하시는 분들이 아크로에 제법 많은 것 같습니다. 이게 전 사실 많이 유감스럽습니다. 정치인에 관한 토론도 다른 주제에 대한 토론과 그런 면에 다른 점이 하나도 없습니다. 토론에 임하려는 어느 누가 처음부터 자신을 낙인찍고 들어가는 사람과 대화가 된다고 생각하겠습니까? 누가 유빠다, 누가 노빠다 혹은 누가 유까다 혹은 노까다 라는 규정이 도대체 토론에서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우리 제발 토론자로서의 자기 공정성을 지킵시다. 자신의 견해가 비아냥이 아닌 존중을 받고 싶다면,  상대방을 낙인찍고 규정하는 것은 그것이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