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에서 일반화된 사회문제에 대한 생각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과장, 왜곡이 발생하는 일이 흔한데 종교문제도 그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기독교가 전통문화로 자리잡은 서구의 기독교 근본주의와 우리나라의 기독교 광신주의는 차이가 크다고 봅니다. 서구의 기독교 근본주의는 기독교라는 전통문화를 공유하는 백인종, 유럽민족 중심의 배타적 민족주의, 인종주의의 성향을 띠고있죠. 반이슬람주의, 반이민정책, 스킨헤드 등의 경향도 기독교라는 종교에서 비롯된다기 보다는 민족주의, 인종주의적 성향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기독교의 유일신 교리같은 것이 어떤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지만 너무 추상적이죠.

우리나라의 기독교 광신주의(개독)가 최근들어 반이슬람주의를 내세우고, 정치색을 강화(극우적으로)하면서 서구의 기독교 근본주의의 길을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배타적 민족주의, 인종주의적인 성향, 즉 전통을 공유하는 인종적, 민족적 공동체의 순수성을 외부의 불순물로부터 지키려는 그런 경향을 우리의 기독교 광신주의에서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반이슬람주의, 타 종교에 대한 공격적 태도는 '순수'하게 기독교의 교리를 밀고 나가면서 생기는 종교적인 현상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기독교는 서구에서 유입된 새로운 종교, 문화로서 서구와 다르게 우리나라에서는 근대화의 도구, 근대화의 상징으로 기능했고 여겨졌죠. 근대화에 성공한 서구 백인들이 믿는 기독교는 우리나라에서는 공동체가 공유하는 전통이 아니라 근대화를 막는(혹은 근대화 과정에서 희생되어야 할) 전근대적인 전통문화를 혁파하는 기능을 했다고 봅니다.


근대화를 선취해서 전 세계에 식민지를 건설했고 그에 따라 자기 것-인종, 종교, 사상, 전통 등 모든 것-에 대한 자긍심이 있는 서구의 기독교 근본주의와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이 부족한 상태에서 서구화, 근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근대화 이데올로기로 작용한 기독교는 층위가 다르다고 봅니다. 여기다가 미국 개신교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기 때문에 근대화와 서구화는 미국화인 점이 기독교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종교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미국식 자본주의, 미국식 세계관(반공주의), 친미주의(?) 색채를 우리 기독교가 띠게 되었죠.

종교의 정치화를 종교의 교리에 입각한 종교적인 현상이라기 보다는, 종교를 매개로 한 어떤 공동체나 이익집단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연스럽게 정치공동체적 성향을 띠는 현상으로 본다면, 우리 사회가 점차 안정됨에따라 기독교의 정치세력화가 이루어지면서 기독교의 친미성향, 반공주의, 자본주의 성향이 정치적으로 강하게 나타나는 현상은 어찌보면 자연스럽습니다. 거기다가 급속한 근대화 과정에서 그러한 근대화 성장담론의 이데올로기로 우리 기독교가 기능한 점에 비추어보면, 우리 기독교의 공격적 포교활동을 통한 교세확장에 대한 집착, 즉 성장주의적 성향도 이해가 가능합니다.


이처럼 우리의 기독교와 서구의 기독교는 그 교리를 해석하는 방법이나 신앙의 대상은 같을지 몰라도, 사회에서 기능하는 방식은 많이 다릅니다.서구에서 무신론자, 진화론자들이 고리타분한 기독교적 전통, 전근대적인 종교적 관점에 의한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진보의 의미를 갖지만, 우리나라는 별로 그렇지 않죠. 과학과 기독교 모두 우리의 전근대성을 깨고 서구화, 근대화하는 수단이었기 때문에 서구만큼 둘 간의 충돌이 없었습니다.

노르웨이 테러사건을 계기로 우리사회의 기독교 광신도에 대한 우려도 번지는 것 같은데, 많은 분들의 지적대로 서구의 문제와는 별개로 우리사회에서는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이 일으킬 문제보다 그보다는 더 순수 정치적인 극우주의자들이 일으킬 문제가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서구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에게서 기독교만 제외한 나머지 부분들이나 행동양식은 거의 유사하겠죠. 기독교가 우리의 전통이 아니기 때문에 기독교 근본주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반기독교적 성향을 보이며 그 외에 극우의 공통된 성향인 반페미니즘, 인종주의, 반공주의, 폭력적 성향은 그대로 보일 것 같습니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 '근본주의'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기독교보다는 근본주의가 태동하고 작동하는 그 방식 자체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