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서 퍼왔습니다. 출처는 여기를 클릭하시고 아래 문단은 제가 좀 손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르몽드지 논조에 찬성하지 않으시더라도 '세계적인 권위지'니까... 읽어보시면 좋은 글 많습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편안하게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저 알바 절대 아님 ^^




1894년 프랑스에서 발생한 ‘드레퓌스 사건’은 유대인 장교 알프레드 드레퓌스 대위가 간첩으로 몰려 종신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가 누명을 벗게 된, 대표적인 ‘간첩 조작’ 사건이다. 드레퓌스 사건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배경에는 군과 정부의 조작과 은폐,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로 촉발된 ‘표현의 자유’ 문제, 그리고 유대인을 겨냥한 보수 언론의 여론조작 ‘마녀사냥’, 3가지가 있다.



 드레퓌스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진 지 2년 뒤에 조르주 피카르 중령이 군 정보를 유출한 진짜 간첩 ‘에스트라지’ 소령의 정체를 밝혀내고 드레퓌스는 죄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당시 프랑스 군부와 정부는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드레퓌스의 유죄를 입증하려고 문서들을 조작했던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진짜 간첩인 에스트라지를 풀어주고, 진실을 밝혀낸 피카르 중령을 ‘군사기밀 누설죄’로 체포했다. 진실과 정의, 무고한 피해자의 억울한 희생을 짓밟고 외면하면서 정치적 이익을 지키려는 불의하고 불법한 권력의 더러운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에밀 졸라가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의 공개편지를 통해 드레퓌스 사건을 폭로하자 프랑스 당국은 ‘군법회의를 모독했다’는 죄목으로 졸라에게 징역 1년형을 선고했다. ‘양심에 따라 진실을 말하는 것이 죄’가 된 것이다. 그 와중에 보수 언론은 당시 프랑스 사회의 ‘반유대’ 정서를 이용해 드레퓌스와 그를 옹호하는 유대인들을 비난하고 이들에 대한 대중의 ‘마녀 사냥’을 부추겼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국민은 친유대와 반유대로 국론이 나뉘어 극심한 분열과 갈등을 겪게 된다.



  불법 권력의 더러운 민낯


  드레퓌스 사건이 발생한 뒤 120년이 지난 2014년 한국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드레퓌스는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19세기 프랑스의 군부와 정부가 했던 짓들을 21세기 한국의 국정원과 정부가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에밀 졸라처럼 유우성 간첩 조작 의혹을 고발하려던 KBS <추적60분> 제작진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법정제재’를 받았다. 피카르처럼 국정원의 대선 불법개입 사건을 수사하고 밝혀낸 윤석열 검사는 중징계를 당한 뒤 좌천되었다. 중국 국적으로 북한에서 태어나고 살았던 유우성은 북한을 탈출한 뒤 한국으로 망명했다.



 그 후 모든 북한 탈출자들이 거치는 국가정보원 보호시설에서의 장기간에 걸친 조사를 받고 ‘북한 국적의 탈출자에게만 주는 정착금을 받았다. 중국 국적을 감추고 이름도 새로 지은 뒤 허위로 북한 주민 증명서를 위조해 제출하는 ‘불법’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의사를 할 정도로 똑똑했던 유우성은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닌 뒤 2011년 서울시 공무원으로 채용된다. 그 후 홀로 북한에 남아있던 모친이 사망하자 유우성은 북한 출입이 자유로운 중국 여권을 사용해 3일간 북한을 방문해 모친의 장례식을 치른 뒤 중국에서 며칠간 부친과 누이를 만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 사회를 동경하던 누이 유가려에게도 자신과 같은 방법으로 한국에 들어올 것을 권유했다. 유가려는 오빠의 권유대로 한국에 들어오면서 ‘북한탈출 주민’이라고 속였다. 유우성은 알고 지내던 국정원 요원에게 누이가 입국한다는 사실을 알리며 “잘 봐달라”고 부탁을 했고, 국정원 직원은 “알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유가려를 기다리던 것은 호의를 가진 관계자의 배려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한국의 관타나모’라 불리는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6개월간 감금상태로 조사받던 유가려는 “오빠 유우성이 간첩이다”라는 진술을 했다.



  그 과정에서 국정원은 유가려에게 “오빠가 이미 간첩이라는 자백을 했기 때문에 너도 자백을 해야 선처를 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간첩죄보다 진술번복죄가 더 큰 처벌을 받기 때문에 나중에 진술을 바꾸면 안된다”는 등의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유가려가 “오빠 유우성은 간첩”이라는 진술을 하자마자 국정원은 유우성을 체포했다. 유우성은 반발하며 “동생과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단순한 자백이 아닌 구체적인 정황진술과 증거가 필요했던 국정원은 유가려로 하여금 오빠가 어머니 장례식을 치르고 3일 만에 북한에서 나와 중국에서 지낸 것이 아니라 ‘북한에서 간첩교육과 지령을 받았다’고 진술하게 했다.



 그리고 유우성이 자신에게 ‘서울시 공무원으로 있으면서 빼낸 북한탈출 주민 명단’을 USB저장장치에 담아 건네줬고 이를 북한 당국에 전달했다고 진술하게 만들었다. 유우성은 조사를 받으며 이 이야기를 듣고 여동생이 그런 주장을 할 리가 없고, 사실이 아니라며 자신의 컴퓨터 내에 그 당시 중국에서 찍은 사진들이 많이 있으니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국정원과 검찰은 그중에 배경이 북한과 유사해 보이는 사진 몇 장만을 추려내 출력한 뒤 “유우성이 북한에 있었다는 증거”라며 법정에 제출했다. 재판이 열리고 검찰은 유가려의 진술을 가장 중요한 증거로 제출했고, 북한에서 촬영했다는 사진과 함께 “북한에서 유우성을 봤다”고 주장하는 탈북자들을 증인으로 내세웠다.



  드레퓌스 사건과 유사한 조작 배경들


  하지만, 유가려는 법정에서 국정원 조사에서 자신이 한 진술은 ‘거짓’이고 검찰에서 다시 조사받을 때 이 사실을 알렸지만 검사가 “그렇게 진술을 바꾸면 도와줄 수 없다”고 말해 그대로 법정에 제출되었다며 번복했다. 그리고 검찰이 제출한 사진의 원본이 있는 유우성의 휴대전화에서 GPS 기록을 확인해 보니 그 사진들이 촬영된 장소는 북한이 아닌 ‘중국’이었다. 재판부는 결국 간첩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유우성은 중국 국적을 숨기고 신분을 속여 정착금을 타내고 여권을 만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국정원과 검찰은 항소했고, 유우성을 ‘간첩으로 만들’ 더 확실한 증거들을 찾아 나섰다. 그들에게 ‘악마의 유혹’이 다가왔다. 중국과 북한 간 출입경 업무를 담당하는 관서의 전산기록에 ‘오류’가 있었던 것이다. 유우성이 3일간 북한 방문을 마치고 중국으로 들어온(입경) 뒤, 두 차례 더 중국으로 들어온(입경)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에 있는 입경을 ‘출경’으로 바꾸기만 하면, 유우성이 중국에 있었다고 주장한 기간동안 북한에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완벽한 증거가 되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에 검찰이 제출한 증거인 중국 문서에는 그렇게 ‘완벽한 출입경 기록’이 만들어져 있었다.



  유우성 변호인 측은 중국을 방문해 북한에서 중국으로 세 차례 연속 들어오기만 한 ‘전산오류’가 담긴 원래의 공문서와 그 ‘이상한 기록’이 해당 컴퓨터의 전산오류로 인해 발생한 ‘착오’라는 확인서를 별도로 발급받아 법정에 제출했다. 그러자 국정원과 검찰은 다시 중국 관공서에서 ‘변호인이 제출한 서류는 위조된 것이고, 검찰이 제출한 서류가 제대로 된 공식 문서’라는 확인서를 받아 한국 영사관의 ‘공증’까지 받은 뒤 법정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서류들을 모두 중국 정부에 보내 진위여부를 가려달라고 요청했다.



 중국정부는 주한 대사관을 통해 “검찰 측이 제출한 문서 3개는 모두 위조된 것인 반면, 변호인 측이 제출한 서류들은 모두 정식 중국 공문서다”라는 회신을 보내왔다. 이후에도 국정원과 검찰은 이런저런 변명을 거듭하며 증거조작 사실을 숨겨오다가 국정원의 요청으로 문서위조를 한 당사자인 한국계 중국인 김 씨(61세)가 한국에 와 검찰조사를 받은 뒤 자살기도를 하며 남긴 유서에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고 문서위조를 해준 사실을 밝히는 바람에 모든 사실이 드러나게 되었다. 관련된 국정원과 검찰 관계자들은 문서위조 및 증거조작 범죄 혐의 피의자로 수사를 받고 있다.



 드레퓌스 사건과 유사한 국정원의 ‘간첩 조작’ 배경에는 몇 가지 ‘정치적 이유’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선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국정원 주도로 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들이 개입한 ‘여론조작 불법 선거개입 사건’을 합리화할 필요성이다. 야당 후보와 유력 야당 정치인 및 비판적인 지식인들을 북한 체제를 추종하는 ‘종북’으로 몰아세우고 허위사실 유포와 모욕, 비방행위를 일삼던 그 치졸한 대규모 작전이 사실은 ‘정당한 대북 사이버 심리전’이었다는 주장을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정원은 ‘그 과정에서, 대통령 선거기간에 야당후보를 비방한 것은 개인적 일탈, 실수’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북한의 간첩이 한국 정부와 정치권에 숨어들어 북한에 정보를 넘기고, 북한의 지령을 받아 정부와 대통령이나 여당을 비판하는 ‘대남 심리전’을 전개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으로 국정원 등 국가기관들이 ‘안보’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수행한 ‘정당한 작전’이라는 증거를 제시하려고 했다는 추정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하나의 의혹은 ‘야당 소속 서울시장 음해’ 시도다. 2014년 6월 4일 치르는 선거를 앞두고 서울 시장을 여당이 차지하기 위해 야당 출신인 현 시장이 ‘간첩을 공무원으로 두고 중요 정보를 북한으로 넘겨준 종북’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지지율을 떨어트리려 했다는 의혹이다.



 마치 1894년 프랑스에서 유대인들을 간첩과 간첩옹호자로 몰아세우던 중세식 ‘마녀사냥’과 흡사하다. 한국의 보수 언론 역시 당시 프랑스 언론처럼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이 간첩이었다’는 기사를 반복해서 대서특필하며 대중의 ‘종북 몰이 마녀 사냥’을 부추겼다. 국정원과 검찰의 증거조작 행위들이 명백하고 구체적으로 밝혀진 지금까지도 보수 인터넷 매체들과 보수 단체들, 그리고 논객들과 시민들은 “증거는 조작되었을지 모르지만 유우성은 간첩이다”라고 주장하는 동시에 “안보의 보루인 국정원을 흔들지 마라”, “종북세력이 국정원을 무력화시키고 안보체제를 와해시키려하고 있다”고 분노에 찬 규탄과 시위를 벌이고 있다.



 1894년 프랑스에서 ‘드레퓌스 간첩조작 사건’ 때문에 진짜 간첩 에스트라지가 독일에 군사정보를 맘대로 넘기며 암약할 수 있었듯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유우성을 간첩으로 조작하는 데 세금과 조직과 인력을 쓴 국정원 때문에 진짜 간첩들이 북한의 지령대로 움직이고 있을지 모른다.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 한반도, 세습독재 북한의 반인권적 전체주의 침략으로부터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유일한 길은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며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철저히 존중하고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다원주의’,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지키는 것이다.



 ‘안보’보다 ‘인권’, ‘경제성장’보다 ‘분배와 복지’를 앞세운다고 야당과 야당 정치인을 ‘종북’으로 매도하고 대중으로 하여금 마녀사냥을 하도록 부추기고, 그 ‘종북몰이 마녀사냥’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약하고 약점있는 자들을 골라 ‘간첩으로 조작’해 내세우는 것을 ‘안보’라고 착각한다면, 그런 거짓과 불법을 사용해야만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들은 미쳤거나, 바보이거나, 나쁜 범죄자들이거나, 독재주의자들이다. 다시 말해 북한 전체주의 독재 세력과 똑같은 사람들이다. 안보를 팔아 정치적 이익을 챙기는 권력자들과 그 하수인들의 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단죄해야 한국의 민주주의가 살아날 수 있다.



글·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자유직 전문가, 범죄학자, 범죄심리학자, 프로파일러, 범죄수사전문가, 작가, 칼럼니스트, 방송인.

블로그:blog.daum.net/drpyo, 트위터:@drpyo, 카페:cafe.daum.net/pyochangstyle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