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정말 똑똑하고 헌신적인 사람인 것 같습니다. 사실 천정배에 대해서 공부는 최고로 잘한 사람이지만 정치는 좀 밍밍하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치인과 대중이 소통하는 주된 창구가 TV와 신문인데, 사실 TV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죠. 속도와 이미지가 매우 중요한 TV에서 주목받기 위해선 짧지만 임팩트있는 언어를 사용해야 할텐데 아쉽게도 천정배에게는 그런 점은 좀 부족해보이긴 합니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저도 천정배를 밍밍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했겠죠.

그런데 이번 프레시안 인터뷰를 보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아주 긴 인터뷰였고 그 인터뷰 전문이 실린 덕분인지 진정성과 고민이 돋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여섯 페이지나 되는 인터뷰라 좀 길긴 한데 그래도 그 덕택에 정치인 천정배, 인간 천정배의 소명의식도 느낄 수 있어서 읽을 만 합니다.

역시 그래도 아쉬운 점은, 천정배가 TV나 인터넷같은 매체에 아직도 잘 어울리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의 고민의 깊이가 TV에 등장하는 한 두 마디의 말이나 이미지, 인터넷에서의 한 두 줄의 글에 온전히 담기기엔 너무 깊어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정치인으로서 더 성공해서 세상을 더 좋게 바꾸고 싶은 자기 꿈을 이루고 싶다면 빠른 미디어 환경에도 적응해야겠죠.

몇 부분만 퍼왔습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10720121225&Section=01&pag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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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0일 민주당 내 개혁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진 지 8개월 만에 총선·대선 후보 선출 및 공천 방식을 최종 결정한 걸로 보도가 되었다. 지난 3월 홈페이지에서 당개혁특위위원장으로 "동원선거, 돈선거를 반드시 막아내겠다!"라고 했었는데,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공천 룰에 대해서 만족하는지? 개혁특위위원장으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민주당이 국민의 뜻을 하늘처럼 받드는 정당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에 개혁의 방향을 맞췄다. 무엇을 기본원리로 할까 고민했는데 결국 핵심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거였다. 사실 이 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 말이다. 민심을 잘 반영하는 정당이 되도록 하려면, 문턱이 낮은 정당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자신들의 지혜와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그런 정당이 되어야 한다. 또한 보통 사람들의 삶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을 가진, 그런 정책정당이 되어야한다. 그리고 지도부 몇 사람들이 아니라 민주당의 평당원들이 중요한 정책들을 결정할 수 있는 풀뿌리 정당이 되어야 한다. 이 부분들이 이번 개혁특위에서 지향한 주요 지점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몇 가지 중요한 제도들을 도입했다. 그 중에 핵심이 정책당원제, 정책전당대회, 전당원정책투표제다. 지금까지는 민주당 당원이라고 하면, 자기가 속한 지역구의 지역위원장의 지휘 아래 선거 때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였다. 그것도 좋다. 그런데 여기에 정책당원제라는 새로운 범주의 당원을 더했다. 이 사람들은 지역 이슈에 관심 없어도 좋고, 지역구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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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라 하면 보통 체육관에 모여서 박수치고 투표하는 체육관 선거만을 연상시켰다. 하지만 정책전당대회는 실제로 민주당이 이제까지 해온 정책들에 대해서 평가하고,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토론하는 장으로 만들려고 한다. 특별히 민주당의 주요 정책들은 정기적인 정책전당대회를 결정할 것이다.

전당원정책투표제는 당에 주요 현안이 있으면 그것을 모든 당원에게 물어보겠다는 것이다. 한미FTA 비준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물론 이것에 관해서 당 지도부와 의원들도 모여서 의논하겠지만, 우리들만 토론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중요한 이슈다. 이럴 경우에는 당원 전체에게 민주당이 어떻게 결정하면 좋겠는지 물어보겠다는 것이다. 주민투표나 국민투표와 같은 원리인데, 모바일투표 등을 통해서 하면 고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충분히 당원들의 의견을 물어 볼 수 있다.


사실 국민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정당이 된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시대적 요구를 정확하게 알고 그것을 이루어내는 정당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풀어야하는 시대적 과제 혹은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뭐랄까. 시대정신 사실 그런 거창한 것은 잘 모른다. 하지만 굳이 이야기하자면 "누구나 똑같이 귀하게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만들자." 나는 이게 현재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큰 시대적 물결이라고 생각한다. '보통사람의 시대' 노무현 대통령도 사실 늘 보통사람의 시대를 이야기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보통사람을 먼저 써버려서 아쉽지만(웃음), 난 사실 보통사람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사람들은 나더러 국회의원도 하고 장관도 했으니까 특권층이라고 하지만 내가 가진 역할이 국회의원일 뿐이지 나도 평범한 보통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절대다수의 건강하고 정직하고 부지런하게 사는 사람들이 오순도순 잘 살 수 있는 나라. 노무현 대통령이 말하는 사람 사는 세상이 바로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회를 굳이 달리 표현해보자면 정의로운 복지국가, 한마디를 덧붙이자면 정의로운 통일복지국가가 아닐까 한다.

여기서 정의란 것은 개혁과 맞닿아 있다. 사회의 모든 불합리한 것,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한 것을 바로잡아야한다. 이게 개혁이다. 사실 이건 진보적인 것도 아니다. 언론개혁, 재벌개혁, 검찰개혁 이런 건 사실 보수개혁이다. 이게 제대로 되어야 정의가 실현된다.

인생을 마라톤이라고 비교하면 모두가 동일한 선상에서 출발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는 출발선에서 출발하고, 누구는 몇 백 미터 앞에서 출발하고, 또 누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직하게 뛰는데, 또 누구는 샛길로 빠져서 자동차 타고 결승전까지 와서 쓰윽 결승전으로 골인하고, 그렇게 반칙이 만연한 사회가 되어선 안 된다. 누구나 인생이란 경주에서 공정한 경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교육과 보육이다. 개천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용이 못된다. 이렇게 되면 안 된다. 부모의 경제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좋은 교육을 잘 받을 수 있는 것은 그런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무상교육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각자가 실력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공정하게 뛰더라도 어떻게든 순위가 매겨질 거다. 모두에게 다 동일한 등수를 매기는 것도 사실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순위라는 것이 매겨지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로 대변되는 한국의 보수독점탐욕세력은 사실 그런 사회,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 그런 세상은 안 된다. 꼴등도 기억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일등이든 꼴등이든 각자의 노력 여부에 대해 공정한 룰을 바탕으로 정당하게 보상하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방안으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매우 중요한 정의의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하는 일도, 능력도 거의 동일한데, 대기업에 근무하면 7~8천만 원 혹은 억대 연봉을 받고, 중소기업에서 일하면 2천만 원도 받지 못하는 현실은 정의롭지 못하다. 같은 사업장에서 동일한 일을 하면서 정규직 임금의 절반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의 문제는 말할 나위도 없다. 동일 노동이라면 대기업에서 7~8천만 원을 받으면 중소기업에서도 최소한 5~6천만 원은 받을 수 있어야 그게 공정한 사회이다. 이런 극단적인 양극화가 해결되어야 한다.

이것이 아까 말한 독점탐욕의 사회라는 말에 다 녹아져 있는데, 이런 독점탐욕이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개혁이다. 그리고 그 개혁은 재벌, 언론, 검찰, 금융, 교육 등 전반에 걸쳐서 다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없는 사회, 억울함이 없는 사회, 반칙당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확고한 개혁은 급격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엔 돈도 들지 않는다. 예컨대 조세개혁 이런 것은 개혁을 하면 할수록 돈이 나온다. 비용이 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많이 남는 것이 개혁이다. 그래서 개혁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복지는 진보와 맞닿아 있다. 모든 사람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필요조건을 가지는 것. 자신이 어떠하든 상관없이 국가와 사회가 그러한 조건을 보장해주는 사회, 그것이 바로 복지다. 그런데 복지는 정의라는 문제와 사실 연결되어 있다. 단순히 국가가 세금을 왕창 거둬서 그 세금만으로 복지를 늘릴 수 없다. 이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고, 또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도 많다. 그래서 일차적으로는 분배 자체가 잘 되는 것 그것이 제일 좋은 것이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힘으로 벌어서 풍족하게 먹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다. 그러면 분배가 어느 정도 제대로 이루어지게 된다. 즉 아까 말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이루어지면 일차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게 된다. 대기업은 높은 연봉을 받고, 중소기업은 2천만 원도 받기 어렵고 그런 상황이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이 우리나라의 80%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중소기업 부분이 살아야하고,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정상화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현재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혁신중소기업 중심으로 나가야 한다.

또 1차분배가 잘되기 위해서 빼놓지 않아야 하는 부분이 바로 자영업자 부분이다. 우리나라에는 엄청나게 많은 자영업자들이 있다. 영세자영업자의 규모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크다. 이 분들을 어떻게 먹여 살리나. 내수경기가 활성화되어야 우리나라의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살아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산업구조는 사실 수출주도형이다. 수출이 활성화되는 것이 내수활성화로 이어지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경우 무역의존도가 어떤 경우는 80-90%까지 될 때도 있다. 일본, 중국도 수출중심국가지만 그 나라들의 경우도 수출 의존도가 30-40% 밖엔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극단적인 수출위주다. 수출주도형이라는게 소득분배 측면에서도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토건, 대기업, 수출위주의 경제구조에서 이제는 지식산업, 사람중심, 혁신 중소기업 중심, 내수중심 경제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중소기업-대기업, 내수-수출, 영세자영업자들도 고루 잘 사는 형태로 갈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한국 기업의 88%가 중소기업이라는 것, 600만이 영세중소상인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88%의 중소기업 고용을 계산해보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1,300만, 1,400만 명이다. 그럼 이 둘을 합치면 거의 2,000만이다. 여기에다 식구 한명씩만 딸린다고 생각해도 4,000만이다. 우리나라 80%의 인구인 것이다. 즉 달리 말하자면 우리나라 보통사람들은 대부분 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거다. 1차 분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극단적인 격차를 해결해야 하고, 내수시장 중심의 경제구조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

1차 분배가 바로잡아지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나. 바로 재분배가 잘 되도록 해야 한다. 1차 재분배가 머냐. 바로 조세다. 조세체계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지금은 간접세 비중이 높다. 즉, 돈 많은 사람들이 세금을 적게 내는 역진적 조세구조다. 지금은 8천 8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가진 사람들은 전부 동일한 세금을 낸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8천 800만원보다 훨씬 더 높은 수입을 내는 사람들은 그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한다. 8천 800만부터 2억까지는 동일한 세금을 낸다고 해도, 2억 이상에서 5억까지는 그 보다 훨씬 더 내게 해야 하고, 5억에서는 30억까지는 더 내고, 천억 정도 버는 사람은 사실 80%정도 세금을 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불로소득을 취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획기적으로 세금을 많이 물려야 한다. 부동산보유세, 주식양도차익 같은 것에도 세금을 많이 걷어야 한다. 요즘 선대인씨가 하는 세금혁명당에서 조세제도 개혁에 대해서 계속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데 너무 좋다. 그런 움직임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그렇게 해서 1차 재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1차 분배와 1차 재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져도 기본적인 의식주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경우에는 국가가 직접적으로 부조를 해줘야 한다. 국민기초생활, 무상급식, 무상보육, 의료비도 대부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그렇게 소득의 이전이라는 형태로 2차 재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정의로운 통일복지국가를 만드는 것. 이것이 시대정신이다. 여기서 통일은 설명하지 않았지만 다들 잘 이해하고 계실 것 같아 생략하도록 하겠다.

정의로운 통일복지국가. 이걸 위해서는 '확고한 개혁과 온건한 진보'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개혁은 국민들도 바라고 비용도 들지 않으니까 훨씬 더 확고하고 빠르게 해야 한다. 반면, 진보는 복지로 연결되니까 돈이 많이 든다. 그 말은 세금을 많이 걷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점진적으로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가면서 가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즉, 개혁이 확실하게 되고, 정의가 바로서야,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세금을 기꺼이 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확고한 개혁과 온건한 진보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도 진보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진보의 가치가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도 확고한 개혁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진보주의자 이전에 확고한 개혁주의자다. 보다 정확히는 중도개혁주의자다.""


자유주의에 대한 정의와 한국에서의 자유주의 논쟁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나는 근본적으로 자유주의자다. 그게 정치적으로 아무리 변질되었다고 해도, 인간은 천부적으로 태어났을 때부터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고, 그것을 억압하는 것은 모든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정치적 · 시민적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떤 자유는 각자 마음껏 누려도 사람들 간에 전혀 충돌이 없는 자유가 있지만, 어떤 자유는 내가 자유를 누리면 누릴수록 상대방의 자유를 제약 혹은 침해하게 되는 것이 있다. 그래서 그런 자유는 서로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만약 한 사람이 대한민국의 땅을 다 소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그 한 사람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이 땅에서 살아갈 자유가 침해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경제 · 사회 ·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모든 국민들이 다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한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자유가 공정한 룰에 의해 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게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라고 생각한다.

자유로운 사회라는 게 신자유주의가 말하는 것처럼 돈만 가지고 있으면 모든 것을 다 할 수 사회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자율화 되어야 하지만, 이웃의 자유 또한 함께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공정한 규제, 조정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자유다. 그런 면에서 공동체, 국가가 강조되어야 한다. 그것을 달리 말하면 진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과 공동체의 자유를 함께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것, 평등을 지향한다고 할까. 이웃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그런 조건을 만들어주는 자유. 그게 진보적 자유주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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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한국 사회는 진정한 의미에서 보수주의자나 자유주의자가 없는 것 같다. 자유를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 자유란 탐욕을 추구할 자유, 그것을 자유라고 이야기 한다. 내 것, 내가 마음대로 하는데 누가 뭐라고 하나며 극단적인 재산권의 자유를 이야기한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금도 안내고, 중소기업 기술 빼앗아오고,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고 그렇게 해서 부를 축적하면서 그것을 자유라고 한다. 말 그대로 탐욕이 자유로 둔갑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사회에서의 자유주의 논쟁은 논쟁이라고 할 것도 없다.


천정배에게 자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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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러 세상의 외부적인 조건에 좌우되지 않고, 내가 주인이 되어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 그게 자유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이 자신들이 주인이 되어서 존엄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최소한의 경제적 사회적 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굶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유로워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느냐. 그래서 누구나 똑같이 귀하게 대접받는 사회가 왔을 때, 비로소 우리 모두 자유로워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꿈이 이루어졌을 때 정치인으로서 나도 진정한 자유를 누리게 되지 않을까 한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국제변호사로 탄탄한 입지를 굳히는 와중에 인권변호사의 삶을 선택하신 걸로 알고 있다. 부와 명예가 보장되는 길을 버리고, 어렵고 힘든 길을 선택했고, 그 이후에 결국 정치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 선택을 후회해본 적은 없는지?

솔직히 이야기하자면(웃음) 70년대는 비리비리했지만, 80년대부터 30년 이상은 나 나름대로는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간혹 인생을 돌아볼 때 나를 위해서 살아온 것이 없는, 너무 팍팍한 삶을 살아왔던 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변변한 특기도, 취미도 없고(웃음).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아! 천정배란 사람! 인간적인 매력이 너무 없어!"라고 한다(웃음).

사실 나도 트럼펫이나 기타 같은 악기를 연주하고 싶었다. 군대 있을 때는 테니스를 좋아해서 정말 열심히 쳤다. 등산도 하고, 낚시도 하고 그랬는데, 80년대 이후로는 그것들을 다 끊어버렸다. 나를 돌아보고 위로하는 것에 시간과 마음을 줄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요즘 나의 삶을 되돌아보면 너무 삭막한 삶을 살아오지는 않았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내가 인간적인 맛이 없어 보이는가보다(웃음). 가끔은 그게 살짝 서운하기도 하고, 정말 열심히 살다보니 그랬는데, 그걸 좀 알아줬으면 싶을 때도 있다(웃음). (중략)


그런데 본격적으로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하게 되었나?

그런데 사실 모든 사람이 존귀하게 여겨지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꿈은 할머니로부터 나왔다. 우리 할머니는 정말 일자무식,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르시는 분이시다. 평생을 섬을 벗어나지 않고, 농부로 태어나 농부로 돌아가신 분이시다. 하지만 할머니가 나에게 삶으로 가르쳐주신 것은 "아가야. 모든 사람은 똑같이 귀하다!" 이거였다. 그 말씀이 평생에 나를 따라다니는 것 같다.

그리고 중학교 때 우리 지역구 정치인이었던 김대중을 보면서 정치를 해보겠다는 꿈을 꾸기도 했던 것 같다. 그 이후에 자라면서 법조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좀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후에 더 좀 재미있는 방법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은 없을까도 생각했다. 사실 나는 법률 공부는 좀 싫어한다. 재미가 없다(웃음). 변호사의 길을 걸으면서, 사회를 좀 더 체계적으로, 구조적으로 바라보면서 억울하고 약한 사람들을 위해서 변론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겠다.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것, 그 중에서도 수평적 정권교체로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들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실 나 스스로를 인권변호사로 부르지는 않는다. 인권변호사라는 말은 함부로 쓸 수 없다. 그리고 어쨌거나 나는 변호사로서 나름 편안한 삶을 살지 않았나. 반면 우리 사회를 위해 많은 희생과 헌신을 치른 지식인, 노동자, 학생들을 보면서, 내가 가진 조건 하에서 이 사회의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해야겠다는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 시민으로서 이 땅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태평양 바다만큼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비록 작은 바가지일지언정 그 태평양 물을 내가 퍼 나를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퍼서 세상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들이 차차 발전해서 결국 정치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천정배 의원은 성품이 유순한 편이다. 그런데 정치를 하려면 싸울 일이 혹은 싸워야 하는 일이 많다. 그런 측면에서 개인 천정배와 정치인 천정배 간에 서로 힘든 점은 없었는지?

내가 생각해봐도 내가 그리 사나운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정치를 하면서 많이 사나워졌다. 아까 이야기했던 것처럼 나이가 들면서 더 치열해져서 그런 게 아닌가 한다. 내가 좀 속이 없어서 그런지, 나는 아직도 만년 청년인 것 같다(웃음). 사실 나는 여러분과도 친구라고 생각한다. 조금 나이차가 있을 뿐이지. 아! 이렇게 이야기하면 벌써 꼰대인가(웃음).

요새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는 책이 히트하고 있다. 공적 분노! 정치의 핵심이 바로 '공적 분노'를 느끼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조걸위학(助桀爲虐)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중국 고대 하(夏)나라의 폭군 걸(桀)을 부추겨 포학하게 한다는 뜻으로 악인(惡人)을 도와 나쁜 일을 함을 말한다. 옛날에 중국 역사에 가장 악한 폭군으로 걸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걸을 도와서 학정을 하게 만드는 것, 그건 아니라는 거다. 불교에도 자비심을 매우 중요하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폭군한테 자비심을 발휘해서, 그 사람이 수백만 수천만 명을 죽이고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진정한 자비심이 아니라는 거다. 성철스님의 말씀에서 들은 이야기다. 기독교 쪽으로 말하면 나치랑 싸운 본회퍼가 있지 않나. 그 역시 하나님의 절대적인 사랑을 이야기한 사람이지만, 미친 운전자가 운전을 해서 많은 사람을 치어 죽이고 있을 때 그 사람을 끌어내는 것이 사랑이지, 그 사람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사랑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통 사람들의 존엄한 인권을 침해하고, 죽이고, 그들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 그런 구조와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나는 분노한다. 보통의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 분노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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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정치를 배울 때 나이가 많은 중진들은 온건하고 품이 넒은 정치를 하고, 막 들어온 초선들은 조금 더 전투적으로 나서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래서 그 때는 초선 의원으로서 내가 그런 역할을 했는데, 미안한 말이지만 지금은 어떻게 된 일인지 후배 정치인들 중에 그렇게 분노를 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내가 분노하는 측면도 크다. 하지만 앞서 질문한 것처럼 처음에는 정치라는 것이 기질상 잘 안 맞았던 것 같다. 하지만 오래하다 보니까 조금씩 정치인으로서의 기질이 개발되는 것 같다(웃음).


전두환 정권에서 판검사가 되기를 거절했던 청년 천정배와 <김&장 법률사무소>의 변호사의 길을 버리고 인권변호사의 길을 선택했던 청년 천정배가 지금의 천정배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참 어렵다(웃음). 뭐랄까. 이것도 김대중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야겠다(웃음). 김대중 대통령이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특히 정치인들이 그래야 한다고 하셨다. 대단한 말씀이다. 그래서 그 때의 천정배가 지금의 천정배에게 이야기를 한다면 "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가져라!"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사실 그 때 천정배는 그런 말을 할 실력이 없었다. 아니다. 거꾸로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의 천정배가 그 때의 천정배에게 한 마디를 할 수 있다면 "상인적 현실감각을 가져라!"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그 때의 천정배가 지금의 천정배에게 이야기를 건넨다면 "초심을 잃지 말아라!"라고 이야기하고 싶다(웃음).


정치가의 삶을 살아오면서 가장 외로웠을 때, 가장 행복했을 때를 꼽는다면?

객관적으로 가장 외로웠을 때는 10년 전에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을 때 같다. 그러나 주관적, 심정적으로는 외롭지 않았다. 왜냐하면 남들이 뭐라고 해도 나에게는 워낙 확고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관적으로 정말 외로웠던 시간은 지난 3년간이다. 우리가 야당이 되고 난 후 참 외로웠다. 실제로 지금도 외롭다. 왜 외로웠냐면 정권을 잃고, 소수세력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어떻게 이 조건을 이기고 새롭게 전진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외로웠다. 그리고 어느 정도 그 방향을 알고 있는데, 함께 가줄 많은 사람들을 구하지 못해서 외로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길을 찾은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외로워지지 않을 것 같다(웃음).

가장 행복했을 때는 두말할 것도 없이 두 명의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의 기쁨이라면 정말 엄청났다. 나 개인적으로 20~21세기 현대사를 쓸 때 한국 역사는 대한민국이 1945년 일본 식민지에서 벗어난 것, 그리고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으로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것,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통일이 된 것 이렇게 크게 세 가지로 기억할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는 그 역사적 기쁨에 별로 기여한 것이 없다. 이를 위해 몇 십 년을 희생한 분들도 많은데, 나는 운이 좋게도 정치에 입문한 지 불과 1년 몇 개월 만에 그런 기쁨을 맞이하게 되었다. 정말 엄청나게 행복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이 되었을 때 정말 행복했다. 사실 역사적 의미로 보면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보다는 나에게 의미가 작을 것 같다. 하지만 나 자신의 책임감이나 역할로 보면 김대중 대통령 당선 때보다 그 의미가 훨씬 더 컸다. 그래서 그 때는 저 자신의 주관적 보람, 기쁨이 정말 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