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는 계급을 기본적으로 둘로 나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이 두 주요 계급이다. 이 두 계급의 갈등이 마르크스의 이론에서 핵심을 차지한다.

 

마르크스주의자가 때로는 오바해서 자본가들의 이해관계는 서로 일치한다 또는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는 서로 일치한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런 조심성 없는 표현은 쉽게 반박할 수 있다. 자본가들끼리 또는 노동자들끼리 이해관계를 두고 경쟁하거나 갈등하는 일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상품 시장에서 같은 업종의 자본가들은 경쟁을 한다. 서로 자기 제품을 팔기 위한 이 경쟁은 전쟁에 비유할 정도로 치열하다. 상품을 잘 팔지 못하는 기업은 파산할 수도 있으며 파산이야말로 자본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자본가들은 광고에서 산업 스파이에 이르기까지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경쟁에서 이기려고 한다. 노동 시장에서도 자본가들은 경쟁한다. 서로 우수한 전문 노동자 또는 숙련 노동자를 원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도 노동 시장에서 경쟁한다. 서로 잘 나가는 기업에 취직하려고 한다. 취업 정원은 정해져 있으며 한 명이 취직에 성공하면 다른 사람은 실패하게 된다. 취업난이 심할 때에 이런 경쟁 역시 전쟁에 비유할 만큼 치열하다. 같은 회사의 노동자들은 승진이나 성과급을 두고 경쟁하기도 한다. 때로는 이런 경쟁도 매우 치열해진다.

 

요컨대, 두 자본가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으며 두 노동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을 때도 많다.

 

 

 

마르크스가 잘 이야기했듯이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는 이해관계의 충돌이 있다. 자본가의 입장에서는 임금을 덜 주고 더 고되게 일을 시키는 것이 유리한 반면 노동자는 더 높은 임금과 덜 고된 노동을 원한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끊이지 않는 파업과 시위가 이런 이해관계의 충돌을 잘 보여준다.

 

 

 

자본가와 노동자가 이해관계를 어느 정도 공유할 때도 있다. 만약 어떤 회사의 상품이 아주 잘 팔리면 자본가도 더 많은 이윤을 올리지만 노동자도 보너스 등으로 이득을 챙길 수 있다. 또한 상품이 잘 팔리는 회사는 잘 망하지 않기 때문에 자본가는 파산 걱정을 덜 하게 되고 노동자는 실업 걱정을 덜 하게 된다.

 

 

 

노동자와 노동자가 이해관계를 어느 정도 공유할 때도 있다. 파업이 벌어졌을 때 파업에 성공하면 해당 기업 노동자들이 모두 이득을 본다. 두 기업에서 동시에 파업에 일어나는 경우 한 기업의 파업이 성공하면 다른 기업의 파업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같은 시기에 여러 기업에서 파업이 성공하면 도미노처럼 파업 물결이 일어날 수도 있다.

 

 

 

자본가와 자본가가 이해관계를 어느 정도 공유할 때도 있다. 국가에서 노동조합의 권리를 잘 인정하지 않는다면 모든 자본가들이 이득을 본다.

 

 

 

이렇듯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 두 노동자끼리 이해관계를 공유하기도 하고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두 자본가끼리 이해관계를 공유하기도 하고 경쟁을 하기도 한다. 한 노동자와 한 자본가가 이해관계를 공유하기도 하고 충돌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게 복잡한데도 노동자들 사이의 이해관계 공유만, 자본가들 사이의 이해관계 공유만,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이해관계 충돌만 강조하고 노동자들 사이의 이해관계 충돌, 자본가들 사이의 이해관계의 충돌,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이해관계 공유는 소홀히 하는 마르크스주의 이론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닐까?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복잡하게 얽인 이해관계의 그물 중에 자신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는 것이 아닐까?

 

 

 

나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이해관계의 그물 중에 특정한 측면만 부각하고 다른 부분을 소홀히 하는 오류를 범할 때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마치 노동자들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기나 하는 듯이, 자본가들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기나 하는 듯이, 노동자와 자본가가 이해관계를 공유할 때가 전혀 없다는 듯이 이야기할 때가 많다. 적어도 그들의 표현 중 많은 부분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나는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이해관계의 충돌을 특별히 부각하는 것이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계급 구성원들 사이에서 즉 노동자와 노동자 사이에서 또는 자본가와 자본가 사이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와 다른 계급 구성원들 사이에서 즉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의 양상이 다르다.

 

그리고 이것은 게임의 규칙과 관련되어 있다. 같은 계급 구성원들 사이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것은 주로 정해진 게임의 규칙 하에서 벌어지는 경쟁 때문이다. 게임의 규칙 자체를 두고 같은 계급 구성원들이 싸우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반면 서로 다른 계급 구성원들 사이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것은 정해진 게임의 규칙 하에서 벌어지는 갈등 때문일 때도 많지만 게임의 규칙 자체를 둘러싸고 싸우는 경우도 만만치 않게 많다.

 

 

 

게임의 규칙은 주로 정치 투쟁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정치의 영역에서는 두 계급이 충돌할 때가 많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a. 노동조합 결성권이나 파업권이 인정되는 나라도 있고 사실상 인정되지 않는 나라도 있다. 나라마다 노동조합의 권리를 둘러싼 게임의 규칙이 다른 것이다. 노동조합의 권리가 많이 인정될수록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위해 싸우기 편하다. 그러면 자본가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b. 표현의 자유나 시위의 권리가 나라마다 다르다. 표현의 자유나 시위의 권리가 더 많이 인정될수록 노동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언론과 시위라는 무기를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면 자본가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c. 11투표제가 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노동자에게 커다란 기회가 열린다. 왜냐하면 노동자의 숫자가 자본가의 숫자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d. 복지제도가 발달하면 노동자에게는 이득인 반면 자본가에게는 손해다. 왜냐하면 복지의 핵심은 부자에게 세금을 많이 거두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공짜로 나누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가끼리 또는 노동자끼리 경쟁을 하거나 충돌이 일어날 때에는 보통 개인 대 개인의 충돌 또는 기업 대 기업의 충돌이다. 이런 충돌에서는 대의를 둘러싸고 사람들이 뭉치기 힘들다. 취업 준비생 갑순이가 대기업에 취업하고 싶다고 하자. 갑순이의 이런 희망은 대의가 될 수 없다. 따라서 갑순이 대기업 취업당(갑순이의 대기업 취업이라는 대의를 위해 뭉친 정당)은 성공하기 힘들다. 자본가 을순이가 <을순 상사>라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자. 물론 을순이는 을순 상사가 번영하기를 바랄 것이다. 그렇지만 을순 상사 번영당(을순 상사의 번영이라는 대의를 위해 뭉친 정당)은 성공하기 힘들다.

 

반면 노동자와 자본가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들에는 대의로 인정 받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어떤 자본가는 복지 제도가 사람들을 게으르게 만드니까 줄여야 한다는 대의를 내걸고 복지 축소당을 결성할 수 있을 것이며, 어떤 노동가는 자본주의 체제의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의 자식들에게도 비슷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대의를 내걸고 복지 확대당을 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자본가는 불온한 사상을 금지하자는 대의를 내걸고 국가보안당을 만들 수 있을 것이며, 어떤 노동자는 표현의 자유라는 대의를 내걸고 호부호형당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본가와 노동자의 이해관계 일반적인 충돌 때문에 복지 축소당은 국가보안당과 합당하기 쉬울 것이며 복지 확대당은 호부호형당과 합당하기 쉬울 것이다. 결국 영국의 노동당/보수당과 같이 노동자 계급과 자본가 계급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양당 체제가 들어설 수도 있다.

 

 

 

2011-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