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대세론'이 허구에 가깝고, 실상 손학규와의 지지율 격차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군요.

이 조사에서 박근혜의 지지율은 20%대 초반입니다. 물론 손학규는 10%대 초반입니다만, 둘의 차이는 10%p에 약간 못 미치는군요.

손학규의 뒤를 김문수가 바짝 쫓고 있군요.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여론조사에서 조건반사적으로 박근혜를 지지하던 일군의 무리가 김문수 쪽에도 나름 뜻을 두고 있고, 이번 조사에서는 그런 심리를 표출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문재인의 지지율입니다. 문재인 역시 4위인가 그런데, 손학규와의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지지율의 구성을 이 기사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문재인 이사장의 경우 ▲30대와 40대 ▲고졸 이하 학력층 ▲중산층과 저소득층에서 상대적으로 지지도가 높았다. 특히 보수층에서도 야권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도(16.6%)를 보여 향후 본격 대선구도가 펼쳐지면 지지층이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하나의 현상을 보면서도 해석이 180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만, 이런 해석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습니다.

문재인 지지층이 30~40대, 고졸 이하 학력, 중산층과 저소득층이라는 것은 결국 문재인의 지지율이 '실체'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고졸 이하, 중산층과 저소득층... 간단히 말해 그동안 죽어라고 한나라당과 이명박 지지하던 사람들이 야권에 새로운 주자가 등장했다니까, 그 친구가 뭐 대단하다니까(뭔지는 모르지만), 잠깐 눈을 돌려보는 현상에 불과합니다. 87년 체제가 등장한 이후 항상 우리나라 대선구도에서 변수로 등장하지만 긍정적인 역할보다는 그 반대의 역할이 많았던 사람들이 또다시 자기 버릇 못 버리고 꼼지락거리는 현상일 뿐입니다.

문재인의 저런 지지층은 대선이 다가오면 대부분 한나라당 후보로 빨려들어가거나 야권 후보를 이리저리 기웃거리거나 합니다. 결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지지표입니다. 문재인의 정치적 영향력이라는 게 허구라는 것을 명백히 보여줍니다.

무엇보다도 문재인의 저 지지층이 보여주는 정치적 성향이 참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이 사람들이 항상 원하는 것은 '야당 같지 않은 야당, 여당 같지 않은 여당'입니다. 왜 이런 심리가 나타나는지 이해 못할 바는 아닌데, 참 거지같고 지랄맞은 심리입니다. 조선일보가 몇십년에 걸쳐 결사적으로 육성해온, 정치 허무주의의 산물이거든요. 실은, 요즘 들어 이런 조선일보의 덕을 가장 많이 보고 있는 게 바로 노무현이라는 사실이 약간은 아이러니합니다.

노무현 좋아하는 심리의 80~90%는 '대통령 같지 않은 대통령, 정치인 같지 않은 정치인'이라는 점이라고 봅니다. 소탈하고, 음모적(실은 정치적)이지 않고, 서민적이고, 계산적이지 않고... 이거 실은 정치인으로서는 심각한 탈락사유인 '정치적 경륜 부재'를 포장하는 어휘들인데, 이런 게 먹혀들거든요.

바로 이런 심리가 비틀리고 왜곡되는 결과물이 문재인 지지율이라고 봅니다. 문재인... 딱 정치인처럼 보이지 않잖아요? 사람들이 그래서 좋아하는 겁니다. 그래서 좋아하는데, 결국 정치적인 선택은 정치적으로 하죠. 가장 정치적인 후보 찍는 겁니다. 그런데 어떻게 정치적인 후보냐? 이번에는 가장 싸가지없고, 부도덕하고 지저분한 인간을 뽑습니다.

내가 보기에 문재인(크게 보면 노무현까지 포함해서)은 범(pan)한나라당 지지성향의 유권자들이 야당을 지지하지 않는 명분 축적용입니다. 자신들의 선택 대상을 야당(진보개혁민주 진영) 중에서는 가장 '비정치적'인 인물로 좁혀놓고('비정치적=깨끗함'이라는 도식이 동원되죠), 그래서 비교적 정치적인 선택이랄 수 있는 야당 후보들은 일단 배제한 다음(여기에는 문재인+한나라당 후보들만 남죠), 결국 '정치는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명분으로 돌아와 자유롭고 홀가분하게 가장 지저분하고 더러운 한나라당 후보를 찍는 겁니다. 

잘 아시겠지만 여기서 제가 말한 '범 한나라당 지지성향 유권자'들을 '범 영남패권 범주에 포함된 유권자들'이라는 표현으로 바꿔도 무방합니다. 오히려 그 편이 더 정확할 수도 있지요.

아크로에서 또 (난닝구들의) 피해의식 얘기가 나오던데, 문재인이나 노무현의 사례를 보면 정말 심각한 피해의식은 영남패권에 포박된 분들에게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문재인 지지하는 것, 심리적으로 보면 그거 피해의식의 결과로 설명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요? 무슨 피해의식이냐구요?

"우리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등등 지지한 것은 결코 영남패권 부족주의 때문이 아니야... 결코 정치적이고 사회적 경제적인 떡고물을 노린 행위가 아니라고. 우리를 그렇게 보지 마. 우리도 가장 깨끗한 사람을 선택하고 싶어해. 그래서 문재인 같은 사람을 좋아하지. 깨끗한 사람을 지지하는 우리가 어떻게 영남패권의 지저분한 떡고물을 노리는 사람일 수 있겠어?"

이렇게 말하고 싶은 거죠. 호남의 피해의식과는 다르죠. 호남은 정말 당하고 당하고 또 당해서 생긴 피해의식인데, 저 피해의식은 앞으로 자신들도 피해를 입을까봐 두려워서 생긴 피해의식이거든요. 실은 자신들이 호남에 가해온 그 범죄행위를 자신들도 되돌려받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피해의식이죠. 그래서 실은 허위의식이고, 죄의식의 변형이라고 봐야죠.

하여간 영남패권은 거대한 정신병입니다. 이거, 단순한 정치적 이슈가 아니에요. 이거 강제로라도 치유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미래가 없습니다. 하긴, 제가 보기에 정치란 정신병원 차원에서 해결 불가능한 거대한 규모의 사회적 정신병을 치료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