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에 JAMA라는 학술지에 논문 한편이 실렸다. 그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1994년에 약 10만 명 정도의 입원 환자들이 약물 유해 반응(adverse drug reaction, ADR) 즉 약물 부작용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이것은 미국의 사망 원인 중 4~6번째를 차지한다고 한다.

 

Perhaps, our most surprising result was the large number of fatal ADRs. We estimated that in 1994 in the United States 106000 (95% CI, 76000-137000) hospital patients died from an ADR. Thus, we deduced that ADRs may rank from the fourth to sixth leading cause of death. (Incidence of Adverse Drug Reactions in Hospitalized Patients,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JAMA), 1998;279(15):1200-1205. doi: 10.1001/jama.279.15.1200, http://jama.ama-assn.org/content/279/15/1200.full, http://jama.ama-assn.org/content/279/15/1200.full.pdf+html)

 

 

 

이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양의학은 백해무익하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건강하게 살려면 약과 병원을 멀리하라3

http://blog.yyfamily.co.kr/detail/view.asp?bloger_id=sundiet&MainMenuCode=2&SubMenuCode=&BlogRefId=232048521

 

약이 사람을 죽인다, <대한 침구사협회> 홈페이지에 있는 글

http://www.chim.or.kr/Share/Board/Board2_List.php?DB=chimgudown01&Mode=View&Num=119&start=3410&S=S&val=0&Word=&PHPSESSID=c44432ee2

 

 

 

특히 한의학계에서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일부 한의학 지지자들에 따르면 양의학은 매우 위험한 반면 한약, , 뜸 등은 부작용이 거의 없어서 훨씬 안전하다. 어떤 사람들은 양약은 화학적으로 만드는 반면 한약은 자연에서 나온 것을 추출해서 쓰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이야기도 한다.

 

 

 

나는 JAMA에 실린 논문이 엉터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볼 때 10만 명이라는 숫자, 4~6번째 사망 원인이라는 사실은 매우 인상적일 것 같다. 하지만 이 숫자(10만 또는 4~6) 자체는 별로 의미가 없다.

 

 

 

수술의 예를 들어 보자. 말기 암, 심각한 심장병, 커다란 사고 등으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있다. 이런 경우 보통 의사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여준다: 만약 수술을 하지 않으면 3 개월 안에 사망할 확률이 99% 정도 됩니다. 하지만 수술을 한다고 100% 보장은 못 합니다. 수술 성공률이 70%밖에 안 됩니다. 30%는 수술 중에 사망합니다. 수술이 성공하는 70%의 경우 평균적으로 10년 이상 삽니다. 각 사례에 따라 숫자는 다를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 1년 동안 이런 위험한 대수술에 대한 통계를 냈다고 하자. 그랬더니 10만 명이나 수술을 하다가 죽었다고 하자.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여기에서 10만 명이라는 숫자 자체는 어떤 면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예컨대 수술로 1년에 10만 명이나 죽으니까 건강하게 살려면 수술을 멀리하라 또는 수술이 사람을 죽인다라는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수술이 백해무익한지 아니면 매우 이로운지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는 그 위험한 대수술을 받은 모든 사람들 중 아무도 수술을 받지 않았을 때 몇 명이나 생존하는지를 따져야 한다. 만약 수술을 받지 않을 때의 생존 확률이 1%에 불과하다면 설사 수술 성공률이 40% 정도이고 수술하다 죽을 확률이 60% 정도라고 하더라도 그 수술은 사람을 살리는 수술이다.

 

 

 

약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어떤 약이 사람을 살리는 약인지 죽이는 약인지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는 그 약을 먹고 부작용 때문에 죽은 사람들의 숫자는 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약을 먹은 모든 사람들 중 아무도 그 약을 먹지 않았을 경우를 따져야 한다.

 

 

 

수술 중 사망자나 약물 부작용 사망자의 숫자 자체는 별로 의미가 없다. 이 숫자는 다른 숫자와 비교할 때만 의미가 있다.

 

첫째, 아무도 그 수술을 하지 않거나 그 약물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의 사망자와 비교해야 한다. 그러면 그 수술 또는 그 약물이 사람을 대체로 살리는 것인지 죽이는 것인지 알 수 있다.

 

둘째, 이상적인 수술을 했을 때 또는 이상적인 약물 처방을 했을 때의 사망자와 비교해야 한다. 그러면 의사와 약사의 과실, 의료 제도의 결함 때문에 발생하는 사망자 수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비교는 첫째 비교보다 훨씬 어렵다. 왜냐하면 이상적인 상태에 대한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수술 중에 사망하거나 약물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현대 의학이 신의 경지에 오르지 못했다는 것을 뜻할 뿐이다. 신의 경지 즉 완벽의 경지에 오르지 못한 의학도 쓸모가 있다. 이것은 신의 경지에 오르지 못한 수학이나 물리학도 쓸모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2011-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