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시죠? 다들 일타 삼피니 어쩌구 하는데 오히려 그게 패착이라니. 과연 말이 될까요? 예 됩니다. 일타삼피보다 이게 더 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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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정운찬총리는 촛불의 승리를 확인시켜준 것입니다

정운찬을 총리로 만든 건 촛불시민들입니다. 지난 해와 올해 MB정권은 촛불시민과 대결이 지속되는 한 지지율 상승은 제한적이고 효율적 국정운영은 어렵다는 걸 깨달았을 겁니다. 어떻게 하면 이들의 반발을 잠재우고 그들의 영향을 받고있는 중도적 여론층을 포섭할 수 있을까 란 고민을 MB정권을 하게 되었을 겁니다. 그 결과 올해 중반부터 중도실용과 친서민정책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전략의 마무리로 정운찬총리라는 깜짝수까지 두게 된 겁니다.

개혁진보진영이 아쉬웠던 건 힘의 확인이었습니다. 정말 그들이 이쪽의 말이나 행동을 두려워하고 영향받게 될까 하는 의심을 항상 가졌습니다. 그러한 의심을 MB정권은 정운찬 총리로 확인시켜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개혁진보진영은 또 다른 말과 행동을 준비하면 됩니다. 개혁진보진영이 걱정해야할 것은 촛불에 밀린 MB정권이 새롭게 제시한 정치상황에서의 새로운 주장과 행동이지 단기적으로 상승한 지지율이 아니란 말씀입니다.

둘째, 정운찬총리는 이명박도 후계불안증에 시달린다는 걸 확인시켜주었습니다

MB정권과 친박계는 같은 당이지만 민주당 못지않게 사이가 안좋습니다. MB가 집권한 후 친박계에도 친노 못지않은 검찰의 수사가 있었고 그에 반발해 서청원의원이 단식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마 이명박으로서 가장 피하고 싶은 후계구도는 박근혜일 겁니다. 같은 당이라지만 거의 원수지간인데다 민주당이 되면 정치보복이라는 저항이라도 할 수 있지만 박근혜가 되면 꼼짝없이 당해야 하지도 모릅니다. MB정권이 집권 1년 6개월인 이 시점에서 권력의 분점까지도 각오해야하는 강력한 대권주자로 평가받는 정운찬을 총리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그만큼 박근혜에게 후계를 내줄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MB정권이 중요한 패를 들킨 것입니다. 야당 등 반대세력은 그럴거라 짐작만 했지 MB정권의 박근혜후계기피증을 전략으로 채용하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정운찬 총리로 MB정권의 패를 들여다 본 개혁진보진영은 이제 전략적으로 풍부해졌습니다. 이재오나 정운찬이 기대만큼 성장해주지 못하면 시간이 갈 수록 MB정권의 박근혜무섬증은 더해 갈 것입니다. 이리되면 개혁진보진영은 해볼만한 게 많아지게 됩니다.

셋째, 권위없는 정권이 권력을 풀면 위험합니다

정운찬씨가 한승수 총리의 역할을 할거라고 기대하고 뽑았다면 MB정권은 엄청난 실수를 한 것입니다. 그가 다루기 어려운 총리가 될 것을 각오했다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러나 저러나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 것은 MB정권이 권위가 없는 정권이기 때문입니다. MB정권은 개혁정당성이나 도덕적 우위가 없는 정권입니다. 김영삼이나 김대중 대통령처럼 문민정부나 정권교체 등의 역사적 정당성은 당연히 없습니다. 김영삼씨가 이회창씨에게 실세 총리를 맡긴 것은 문민정부라는 역사적 권위가 있었기 때문이고 노무현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한 것은 도덕적 개혁적 우위라는 권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권력을 내어놓고 놀 수 있으려면 권력 이상의 권위가 있어야 합니다. MB정권처럼 권력만이 유일한 권력의 원천인 정권은 그 원천을 나누는 순간 권력을 잃게 됩니다.

사람들이 바로 가장 의아해하는 것이 이 부분인 것입니다. 권위가 없어 권력을 꽉 잡고 있어도 간당간당한 정권이 그걸 차기 대권 유력 주자와 나누겠다하니 놀랬던 것입니다. 앞으로 이 사태를 어떻게 풀어갈 건지 너무나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운찬 총리는 MB정권으로서는 도저히 선택할 수 없는 무리수입니다. 설마 MB정권이 국민과 야당을 놀래키며 지지율 한 번 올려보려고 앞으로 정권의 권력구조를 해체시킬지 모를 총리를 받아들인 건 아닐텐데 말입니다.

MB정권은 정운찬씨를 총리로 받아들임으로서 촛불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박근혜후계기피증이라는 패를 보여주었고 권력해체의 위기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정운찬 총리는 MB정권으로선 최대의 패착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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