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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문제에 있어서 정치 집단은 대중의 생각과 욕망을 존중하고 수용해야 한다. 그것은 선거 승리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민주주의 정치 철학 자체가 일반 대중의 집단적 의사, 혹은 무의식이 대체로 옳다는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민심을 거스르는 것은 효과적이지도 못할뿐더러 옳지 못한 일이 될수 있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 원인도 대중의 근본적인 욕망을 읽어내지 못한것이었으며, 이명박 정부가 침몰하는 이유도 그와 같다.
그러나, 민족과 국가의 존망이 걸린 사안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보다 훨씬 더 깊은 경험과 식견을 가진 정치 엘리트 집단이 때로는 국민을 계몽하고 견인할 필요도 있다. 이때는 대중의 집단적 의식을 정면으로 거슬러서라도 뜻을 관철할 각오를 해야 한다. 내가 보기엔 바로 대북 정책이 정치 엘리트 집단이 당파를 초월하고 민심을 거스르면서까지 일정한 원칙과 비전아래 일관되게 밀어붙어야할 사안이 아닐까 싶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대북 정책에 있어 가장 높은 권위, 경험, 식견을 가진 집단은 "민주당"이다. 대북 문제의 특성상 직접 북한 당국과 소통하고 협상을 해본 정치인 하나하나가 책상물림 대북학자 수십명을 합친것보다 더 중요한 인적자본이라고 할수 있다. 민주당에는 그런 정치인들이 많다. 남북정상회담을 일구어낸 박지원, 통일부장관을 지냈던 정동영, 햇볕정책 전도사 임동원까지... 하나하나가 보석보다 더 귀한 국가의 재화들이다.
민주당의 "평창 남북 공동 개최 방안"역시 그런 견지에서 봐야 한다. 김정일 독재 정권에 대한 혐오가 오랫동안 누적되어온 결과로서 진보 진영 조차 대북 문제에 대해 상당히 씨니컬한 견해를 가지고 있으며,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도 떨어지고 있다. 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에 대한 여론이 냉소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봐야 할것이다. 심지어 나조차도 웬 생뚱맞은 소리인가 하는 반응을 처음에는 보였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남북 공동개최는 코리아 리스크를 불식하고 남북평화를 정착시키는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될수 있다는 점에서 개성공단보다 더 획기적이고 진취적인 비전이다. 남북 평화를 바라는 세력이라면 누구나 환영하고 지지해야 할 방안인것이다. 즉, 공동개최에 대한 냉소적 반응 자체가 이명박 정부가 조장한 냉전적 사고방식에 갇힌 결과물이라고 할수 있는 것이다.
2018년 그날, 대한민국에서 개최식을, 북조선민주주의공화국에서 폐회식을 하는 꿈... 우리가 그런 꿈까지 냉소해야 한다면 얼마나 슬픈일인가?
전 반대합니다.
묘익천님은 저번 글 - 평창 유치를 축하합니다. - 에서, 평창에서의 개최에는 유무형적인 여러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강원도에 이후 재정적 부담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국가차원의 지원이 보다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시던데, (이후 저의 비유 방식에 대한 비판을 차치하자면) 평창에 대한 저의 생각과 비슷하신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관점에서 평창에서만 개최한다고 했을 때에도 약 7조의 부담이 크다고들 하는데, 북한과 공동 개최한다면, 이것이 가중될 것이고, 공동개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약 7조지만, 으레 그렇듯이 이게 2018년되기 전에 추경예산이 또 필요할 수도 있죠. 아무튼 공동 개최까지 한다면, 아마도 몇 배이상 필요할 것 같고요. 물론 북한이 반절 딱떼서 그네들의 돈으로 유치하겠다면 말은 달라지겠지만, 대북제재로 인해 가뜩이나 더 악화되어 있는 북한의 현재 경제상황 상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이 보이죠.
따라서 만기일이 언제 돌아올지 기약없는 차관을 내주거나 협력사업 어쩌고 하면서 민자든 뭐든 북에 지원해서 지어주는 모냥이 될텐데, 결국 이건 대북지원이겠죠. 그럼 적게 잡아도 약 3조인데, 3조면 이거 한 방으로 단일사업으로 대북지원이나 투자사상 최대이지 싶은데, 평창 총투자 7조 중에서 길닦고 철도내는 거 빼고 건물 올리는데에 약 2조5천쯤이던데, 이것만 반절 떼서 지어준다고 해도 약 1조.
대북지원사업으로 적게잡아서 지금 1조인데, 이 정도 규모로 투자는 통일을 생각하고, 남한의 리스크를 떨어뜨려서 외국인 투자에도 뭐 좀 좋고 이래저래 여러 이유를 들어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남한에서도 이 동계 스포츠가 수요가 없을 것 같아서 걱정하는데, 북한에 지어줘서 이후 북한의 수요는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
그럼 용도전환 필요. 따라서 추가 비용 소요. 비용은 빼더라도 그럼 그 용도전환한 경기장을 무슨 용도로 쓸 것인지 생각해보자면, 전 걔네들 자기네들 때되면 전시용으로 도열해서 그 경기장에서 행사하는 모습이 떠오르네요.
따라서 대북식량지원처럼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 인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갈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금강산사업처럼 계속사업 형태를 띄는 것도 아니고, 이후 북한정권에 의해 선전용으로 쓰일 소지가 다분할 것 같고. 다만, 상징적, 대외적, 외교적 효과는 있을 것 같긴 하네요. 헌데, 북한 인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측면에서는 그 돈으로 식량지원하는 것이 더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제가 알기로 그 평창에 신설 경기장 5군데인가 짓는다던데, 그 이유가 경기장과 선수 숙소가 가까워야 해서 라고 알고 있는데 이것도 문제고 말이죠.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가능성은? - 스포츠경향
http://sports.khan.co.kr/news/sk_index.html?cat=view&art_id=201107132041143&sec_id=530101&pt=nv
헌데, 스포츠경향은 그런데, 경향신문의 같은 일자 사설은 어째 좀 상반되네요. 재밌군요.
[사설]동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검토할 만하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7132108215&code=990101
사실 동계 올림픽이 흑자 운영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되고, 과잉 투자를 자제하고 효율적인 투자를 해야 할 판에 공동 개최라는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우리 측에서도 문제가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북한 입장에서도 동계 올림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장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이 급선무입니다.
그리고 공동 개최시 문제는 우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 선수단에게도 엄청난 불편을 주게 됩니다. PT시에는 숙소와 경기장이 가깝고, 공항에서 접근성이 좋다고 설득해 놓고 이제 와서 남북 공동 개최하니 교통, 숙박 등 불편을 감수해 달라고 하는 것도 우습지요. 애초에 남북 공동개최를 갖고 유치를 했으면 모를까 이것도 일종의 기만이 되는 것입니다.
한일 월드컵과 같이 구기 종목의 대회는 도시별로 치르도 문제가 없지만, 동계 올림픽을 분산 개최하면 선수단을 둘로 나누어야 하고, 종목별로 경기를 치르야 해 사실상 공동 개최가 쉽지 않습니다. 공동 개최를 하더라도 북한 측이 주관해서 치를만한 종목도 마땅치 않습니다. 설사 북한측이 주관해 치른다 해도 그 시설의 건설비용과 사후의 관리, 유지 문제는 북한의 경제 사정상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고, 결국은 남한의 지원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지금 북한에 우리가 지원해야 할 것은 식량과 에너지,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인데 이것과도 전혀 동떨어져 있는 경기장 건립의 지원은 국민들의 동의도 얻기 힘들 것입니다.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으로 시끄러운 판에 북한 주민에게 실익이 전혀 없는 지원에 국민들이 쉽게 동의할까요?
도로, 철도 등의 상호 연계를 위해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해도 남한의 경기장이 평창이라 북한의 어떤 지역에서 하더라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결국 도로를 이용한다면 영동고속도-동해안 도로-북한이고 비행기를 이용한다면 평창-양양-북한 공항-북한 경기장이 될텐데 이건 말이 안되지요. 그렇다고 평창에서 북한의 개최 도시까지 직통으로 철로나 도로를 놓는 것도 할 수 없구요. 이 직통 도로나 철도가 향후 남북한 교류나 통일 후에 도움이 된다면 모를까 지리상으로 보아 전혀 쓸모없는 노선이 될테구요.
평창 동계올림픽의 적자를 그나마 줄이려면 1차적으로 시설 투자의 효용을 극대화 해야 하겠지만, 흥행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외국인들의 관광, 응원으로 수입을 올려 적자 폭을 줄여야 하는데 북한으로 응원갈 외국인들이 얼마나 될까요?
남북한 공동 개최는 실익이 전혀 없습니다. 남북한 화해의 계기 등 정치적 명분, 그리고 거기에 뒤따를 무형적 이익을 거론하겠지만. 그런 기회는 2018년이 아니라 지금 당장 정부의 대북방침이 바뀌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동계 올림픽이 문제가 아니라 남북한의 의지가 문제라는 것이죠. 손학규의 공동개최론은 속 보이는 정치적인 수사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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