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사회 게시판
일단 이름이 ㅇㅅㅁ과 ㅇㅅㅎ... 한글 자음 첫 두 글자가 일치하는군요. 이니셜(?)만 보면 형제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썰렁한 농담 한번 해봤구요.
두 정치인 모두 실상은 어떻든 정치적 출발과 입신 과정에서 젊고 참신한, 개혁적인 이미지로 승부를 봤던 것이 공통점이었습니다. 유시민이야 지 늙어가는줄 모르고 여태껏 남 까고 비판하는 자세가 모든 문을 다 열 수 있는 마법의 주문이라고 여기는 것 같구요. 오세훈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정치적 컨텐츠는 유시민보다 더 빈약한 친구인데, 기생오래비 같은 낯바닥과 정수기 광고 등 청정 이미지로 느닷없이 벼락출세를 한 친구라고 봅니다.
오세훈이 서울시장 선거 처음 나왔을 때 마케팅해준 친구 얘기로는 "정치인들 마케팅 작업 여러번 해봤지만, 이렇게 컨텐츠가 없는 사람은 처음이었다"고 하더군요.
유시민이나 오세훈 모두 젊고 참신하고 개혁적인 이미지는 있(었)는데, 실제 그러한 이미지를 뒷받침하는 정치 컨텐츠는 없다고 봅니다. 유빠들은 "유시민이 저술한 책이 몇 권인데, 정치 컨텐츠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공부도 하지 않고(유시민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남을 까는 것은 못된 습관"이라고 하더군요.
유시민이 쓴 책이 유시민의 정치 컨텐츠를 담고 있는지 아닌지 사실 자신할 수 없어서 대답은 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유시민 책을 읽어본 것도 얼마 전에 나온 <청춘의 독서>이던가 딱 한 권이라서 뭐라고 대꾸할 말이 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지 않았어도 대충 짐작은 갑니다. 제가 보기에 유시민이 나름대로 자신의 정치적 컨텐츠를 담은(담으려고 노력한) 책은 <국가란 무엇인가>가 유일합니다. 이 책이 담은(담으려고 노력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대충 짐작은 가는데, 정작 유빠들조차 그 책의 내용을 놓고 활발하게 토론하는 모습은 별로 못 봤습니다. 있다 해도 그냥 독후감 정도고, 그 내용이 활발한 토론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유시민 정치자산의 핵심은 자신의 정치 컨텐츠가 아닙니다. 유시민 정치자산의 핵심은 바로 '노무현 이미지'입니다. 유시민이 노무현의 미러 이미지라는 게 아니고, 유시민 정치적 이미지의 90% 이상이 노무현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유시민이 노무현의 유산 상속자를 자처했던 것처럼, 이게 한 때는 매우 유용한 자산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자산은 시간이 갈수록 유시민의 발목을 붙잡게 될 것으로 봅니다. 무엇보다도 노무현의 정치적 가치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따져봐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 노무현의 정치적 가치는 앞으로 점점 더 빠르게 추락할 것입니다. 유시민, 백원우, 문재인 등... 대표적 친노 정치인들이 실은 한두번씩 '분명하게' 노무현 청산을 의미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더 이상 노무현 장사로는 버틸 수 없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겁니다.
게다가 유시민은 노무현의 정치적 유산을 독차지하는 듯한 모습으로 인해 수많은 친노 정치인들과는 부득이하게 거리를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무현의 유산으로 인한 이득은 점점 더 줄어드는데, 거기에 따른 부담이나 유지보수 비용은 점점 더 많이 들어가는 모양새죠. 유시민이 독자노선보다 진보진영과의 결합에 더 주력할 수밖에 없는 근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노무현의 정치적 유산이란 게 실상 부도수표나 마찬가지라는 것, 자칫하다간 오히려 부채만 왕창 떠안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겁니다.
노무현의 자산은 다른 쪽에 넘기고 부채만 승계하겠다, 진보진영에 안긴 빚을 갚겠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한미FTA를 하지 않았을 것... 유시민의 이런 발언들이 가리키는 방향도 하나입니다. 좌냐 우냐, 신자유주의냐 아니냐 등 노선의 문제가 아닙니다. 노무현이라는 특정 정치인의 정치적 유산의 가치 평가에서 나오는 발언입니다. 유시민은 제 꾀에 넘어가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이런 분위기 파악은 비교적 빠릅니다.
하지만 유시민의 방향 전환은 성공하기 어려울 겁니다. 노무현의 자산을 활용하지 않은 유시민의 정치적 위상이란 게 어떤 정도인지는 좌파세력과의 협상에서 유시민이 겪는 수모를 보면 분명히 드러납니다. 더불어, 대표적인 노빠 정치인으로 알려진 유시민의 저런 추태는 노무현이라는 정치 브랜드 자체의 추락 효과로 이어질 겁니다.
김어준의 뉴욕타임스던가? 민주당 머시기 전의원과 대담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전의원이 그러더군요.
"지난 대선 이후 친노 세력은 뚜렷하게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노무현의 정치적 승리"라는 식으로 발언하더군요.
저는 헛소리라고 봅니다. 앞으로 노무현의 정치적 위상은 추락을 거듭할 겁니다. 그리고 그 추락은 유권자들의 선택에 앞서 친노 정치인들의 방향 전환 내지 커밍아웃에 의해 노골화될 것으로 봅니다. 즉, 대중들이 표로 심판하기 전에 친노 정치인들이 한발 앞서 노무현을 부인하는 현상이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암튼 결론은... 유시민은 노무현의 유산으로 정치하는 놈. 그런데 그 유산이 한마디로 허접하다는 것. 그 유산 버리고 싶어도 잘 안된다는 것. 젊고 참신하고 개혁적인 이미지... 그게 정치인 잡는 덫이라는 것... 대충 그런 얘기입니다.
원래 오세훈 이야기를 하려다 서론이 길어졌네요. 유시민 이야기가 너무 뜸해진 것을 아쉬워하는 시닉스님에 대한 서비스 정도로 받아들여주셨으면 하구요...
유시민은 상당히 의도적 계획적으로 노무현의 정치 행보에 편승했고, 나중에 노무현의 뼛골까지 우려먹으려 덤빈 경우이지만 오세훈 이 친구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봅니다. 더 양심적이었다는 게 아니라, 그만한 두뇌 용량이 안되었던 탓이었겠죠. 다만,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이 친구 요즘 하는 짓 보면 가관입니다.
그럼 오세훈이 이어받으려는 정치적 유산은 무엇이냐? 적절한 단어나 표현을 찾기 어려운데 아마 '소신있고 단호한, 엄격하면서도 선량한 우파 정치인, 가부장의 이미지'라고 봅니다. 뭐랄까... 할리우드 영웅담의 영원한 로망이랄까? 네모 턱에 굳게 다문 입술, 악당에게는 추호의 양보도 없죠. 유머도 없고, 여성에게도 무뚝뚝하지만 자신의 책임을 피하지 않고 넓은 어깨로 문제를 감당하고 해결해내는... ㅎㅎㅎ 야, 이거 내가 쓰면서도 반하겠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드네요. 오세훈 이 시키 이거 무슨 책이라도 한권 읽고 정치적 포지션을 잡는 게 아니고 그냥 영화 한두 편 보고 나면 정치적 행보가 싹 달라지는 것 아닐까... ㅎㅎㅎ
암튼 이 친구가 추켜잡은 정치적 자산은 대충 저런 포지션인 거 같아요. 그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바로 무상급식 주민투표죠. 이 친구, 골라골라 아주 더럽게 골라잡았다고 봅니다.
오세훈이 골라잡은 이미지는 사실 우리나라 우파의 어떤 정치인도 적극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누구도 저런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자신들로서는 극력 피하고픈, 부인하고픈 모습이었죠. 그래서 누구나 이어받지 않으려는 우파의 정치적 유산이었구요.
하지만 오세훈은 그 유산을 선택했습니다. 오세훈은 우선 자신이 그 유산을 활용할만한 스펙이 된다는 계산을 한 것 같습니다. 학력(연대), 경력(변호사, 서울시장) 게다가 반질한 가오까지...
자신의 준수한 스펙과 이미지가 그것과는 상치되는 정책적 수구꼴통의 이미지를 상쇄하고,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오세훈은 계산을 잘못했습니다. 저는 사실 오세훈이 무상급식 반대라는 이슈를 붙잡고 이걸 소신있게 밀어붙이는 모습을 마케팅할 때 좀 긴장했습니다.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자신의 정치 포지션을 저렇게 잡은 정치인은 국내에 없었다고 봤거든요. 잘만 활용하면 상당한 파괴력이 생길 수 있다고 봤습니다. 오세훈이 이 정치 마케팅에 성공하면 이번에 직접 대선에 나서지 않더라도 한나라당 후보에게 매우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봤거든요. 차차기에서도 매우 유력한 주자가 될 수 있구요.
하지만 오세훈은 실패했습니다. 사실 저런 정치 마케팅은 매우 섬세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좌파의 요구에 흔들리지 않는 소신을 보여주면서도 결코 그것이 막무가내 깡패의 이미지로 이어지면 안되죠. 오세훈은 아마 자신의 이미지가 깡패의 그것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을지 모릅니다만, 정말 그랬다면 착각이죠. 오세훈 같은 상판이 깡패 이미지를 갖게 되면 김태촌 같은 깡패보다 몇십 몇백배 혐오스러운 겁니다.
오세훈은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얻은 이미지를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겁니다. 저는 솔직히 야당의 최근 복지 공세를 그다지 좋게 보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번 오세훈의 행패를 보면서는 급격히 분노하게 되더군요. 이번 주민투표의 결과와는 무관하게 오세훈은 정치적으로 막장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합니다.
오세훈에게 그나마 최선의 결과는 이번 주민투표가 오세훈의 패배로 끝나고, 오세훈이 매우 깔끔하고 신사적인 모습으로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입니다. 그게 비교적 내상과 후유증이 적은 경로일 겁니다. 오세훈에게 최악의 결과는? 당연히 주민투표가 덜컥 오세훈의 승리로 이어지는 겁니다. 이거, 수습이 안되죠. 도중에 포기할 수도 없고 저 싸이코 깡패의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합니다. 그 귀결이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 우파 정치인이 맞은 어떤 결말보다도 비참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아무튼, 이 글의 결론은 그것입니다.
정치적 콘텐츠 없이 젊고 참신한 이미지로 승부하는 놈들... 그 결과는 항상 비참하다. 예외는 없다... 그것입니다. 그 이미지는 텅 비어있기 때문에 누군가의 정치적 유산을 필요로 합니다. 유시민에게는 그것이 노무현이었고, 오세훈에게는 그것이 헐리우드의 영웅담이었죠. 하지만 소탐대실이라고 봅니다.
유시민, 오세훈... 갈수록 가증스러워지는 놈들이라 한마디 해봤습니다.
대체적으로 동감합니다.
유시민의 얍삽함, 오세훈의 뺀질뺀질함을 내적으로 잘 표현하신 것 같습니다.
이런 정치인의 외적 이미지가 먹히는 정치는 다음 선거에서는 없었으면 합니다.
금번 대선보다 차기대선에 더 무게를 두는 오세훈의 입장에서는 적절한 선택을 했다고 봅니다.
금번 대선의 주 이슈가 양극화 극복(즉, 복지)라면 차기 대선의 포커스는 재정건전성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위기를 극복한다고 펑펑 써댄 이명박과 복지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다음 대통령의 유산은 엄청난 재정적자가 될 것이 뻔합니다. 따라서 다음 번 대선에서는 재정건전성 회복이 주된 이슈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합니다. 그런 저런 사정이 없다고 쳐도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일본식 모형에 가까우므로 재정건전성이 큰 문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오세훈으로서는 이슈를 선점한 것이죠.
우선 두번째와 같은 사소한(?) 일들은 금방 잊혀집니다^^ 대중의 머리에는 무상급식반대라는 상징성만 남게 되죠. 그리고 냅다 주민투표로 질러버리는 무모함이 오히려 홍보에는 더 효과적입니다. 친정인 한나라당의 비협조로 결과가 좋지 않다고해도 오세훈은 신자유주의의 '대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잔다르크의 이미지를 건지게 됩니다. 더구나 오세훈은 퍼스낼러티 측면에서 뺀질이의 이미지를 벗는 부수효과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장족의 발전을 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금번 대선을 노리고 '대담한 진보'의 깃발을 올리고 사상적으로 급선회한 정동영이나, 다음을 기약하며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는 잔다르크'로 변신한 오세훈. 정말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오세훈이 좋아하는 낙동강 전선에 비유하면 이미 전선은 대동강까지 올라갔거나(복지 확대를 주장하는 측), 혹은 부산이 함락될 지경(재정확대를 우려하는 측)인데 혼자 낙동간 전선에 남아 깃발 흔들며 '난 낙동강을 끝까지 사수할거야'하고 있는 꼴이거든요. 오세훈은 무상급식가지고 재미보려다 그냥 무상급식에 무상으로 함몰된 꼴입니다.
앞으로 빈부격차에 의한 계층갈등이 첨예화될수록 전선은 끝없이 확대되어갈 것입니다. 지금은 급식과 대학등록금에 그치고 있지만 의료, 주거문제가 불거질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기본소득이라는 보편적 복지의 정점을 향하여 논쟁이 확대될 것입니다. 그 많은 이슈들에 일일이 (다른 말로 하면 수박겉핥기식으로) 대응하는 일은 비효율적입니다.
이들을 관통하는 포인트는 현재로는 하나입니다. 보편복지와 선별적복지의 대립입니다. 가장 민감한 이슈(애들이 먹는 것)를 잡아서 집중적으로 패는 것이 정치공학적으로 보다 더 효율적이겠지요.
그리고 서울시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주민투표에 회부하여 선전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이슈로 무상급식만한 것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의료니 주거시설이니 대학교육지원이니 하는 것들은 구조상 지자체가 아닌 중앙정부의 지원영역입니다. 반값등록금과 관련하여 서울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일부 저소득층 자녀에게 장학금을 주거나 서울시립대의 반값등록금을 독자적으로 실현하는 길밖에는.
강남구의 보수적인 사람들이 오세훈 보고 "쟤 왜 저리 나대냐? 저러다가 일 내겠다."하는 분위기라는 얘기도 들리기는 하는데...
http://news.donga.com/Column/BIJ/3/70040100000075/20110621/38205673/1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6/27/2011062702021.html
이런 글을 보면 아직 그에게 희망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정치/사회게시판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