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언론에서 자극적으로 비추어지는 것과 별개로 결국 문제의 핵심은 고용 보장인데, 회사가 경영상의 이유로 직원을 자르고 공장을 외국으로 옮기는걸 도덕적으로 비난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노동쟁의의 근본 목적은 노동자 측에서 고삐를 쥐고 있는 "노동 공급"을 통제함으로서 회사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데 있죠. 그런데 애초에 회사가 공장을 외국으로 옮긴다고 하면... 노동자에게는 딱히 협상 수단이 없습니다.

한진경영진이 무능하고 욕심많은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들이 국내 공장을 폐쇄하고 필리핀 공장을 세워서 이익을 볼수 있다면 노동자측의 협상력을 증진시킬 수단은 애초에 없다고 봐야 합니다. 협상 지렛대가 없다면 도의적 차원의 경영진 비난이나 극렬 투쟁은 결국 여론몰이, 언론 플레이 밖에 안되는 겁니다. 그게 나쁘다는게 아니라 노동쟁의의 원래 취지에서는 벗어난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자본의 파업이나 해외 이전을 통한 고용 손실은 개별 기업이나 총자본이 아닌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노동 착취나 자본의 횡포라기 보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근본적 모순이라고 봐야겠죠. 이런식의 근본모순은  고용안전망, 복지 안전망 구축을 통해 짤리더라도 재취업이 용이하고 생계를 유지할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반면 협상력 증진을 위한 노동쟁의는 시장 내부에 존재하는 자본과 노조간의 정치적 문제입니다. 이런 시장 내부의 협상문제, 정치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는 막말로 공장을 때려 부수거나 사장을 감금하는 식의 격렬 투쟁도 불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기업 노조의 높은 임금과 복지는 노동자들 스스로 격렬한 투쟁을 통해 얻어낸거지요.

이런 격렬한 투쟁에 맞서 총자본은 국가주의, 중상주의를 골간으로 보수 언론을 통한 대국민 여론투쟁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진보 노동 진영 역시 이런 여론 투쟁에 뛰어들어 자본진영을 무찔러(?)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진보 진영은 이런 여론 투쟁에 굉장히 약합니다.

일례로 유성기업 사태가 그렇습니다. 유성기업 파업으로 인한 수출손실이 얼마고 파업 노동자들 연봉이 얼마고... 이런식의 국가 개발주의 논법에 진보 진영은 털털 털린바가 있죠. 유성기업 사태 뿐만 아니라 화물운송노조 파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진보 진영의 진짜 실력은 이런 총자본-총노동간의 대립국면에서 총자본의 국가주의, 중상주의 논리에 맞서 노동자를 변호하는 논리를 개발하고 공중에게 납득시키는데서 나타나는 것이지 자극적이고 이미지에 호소하는 극렬 투쟁을 하는데 있지 않습니다. 유성기업 사태에서는 총자본의 "수출 손실액" "연봉 000만원"드립에 탈탈 털려놓고 한진중공업 가서 최루액 맞고 다녀봤자... 뭔 의미인가요? 진짜 싸움에서 져 놓고 장외에서 고함치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의 핵심을 파고 들면 결국 맑스주의에서 아직도 허우적대는 진보 노동 진영의 수구성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노동자 해방세상"이나 꿈꾸니 막상 보수 진영의 국가개발주의에 맞서 내놓을만한 프로파간다를 조직하지 못하는 겁니다. 그러니 할수 있는건 최루액이나 몸으로 맞고 다니는 거죠. 다시 한번 말하지만 NL은 물론이고 PD조차 진보가 아니라 진보 흉내내는 딸각발이 좌파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