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재정상태가 심상치 않다. 미국의 채무가 증가해 그 이자만 해도 눈덩이처럼 불어 GDP 대비 감당할 수 없는 액수로 늘어나 정부예산으로는 갚을 수 없는 정도가 된 것이다.


미국은 그 동안 기축 통화가 갖는 이점을 이용해 달러를 계속 찍어내는 것으로 수십 년간 풍요롭게 살아왔다. 그러나 전쟁을 밥 먹듯이 하는 등 방만한 예산낭비는 찍어내는 달러로도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 된 것이다. 달러를 찍든 국채를 발행하든 다 빚이 되어 이자의 부담이 생기는데 이제는 그 이자조차 갚기가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물론 이번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부채한도를 늘려 달러를 찍거나 국채를 더 발행해 이자를 돌려막기로 갚아 나가겠지만, 돌려막기에는 끝이 있는 법, 세계경제의 성장률이 달러화의 팽창률을 더 이상 흡수할 수 없을 때가 되면 달러의 가치는 하락할 것이며 미국채의 가치도 동반하락 할 것이다.


문제는 가치의 하락이 서서히 오면 좋은데 모든 현상이 그렇듯이 붕괴는 순식간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찍어내는 달러나 발행하는 국채로는 현상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데, 이 순간이 바로 미국의 디폴트이며 세계최악의 금융공황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대비하느냐 인데 대외의존도, 특히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지금의 상태라면 미국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다가올 최악의 금융공황에 견디는 방법은 성장경제가 아닌 내실 경제로 정책을 전환하고 대외의존도를 줄이고, 식량, 에너지 및 원자재 자급율을 높이고, 달러중심의 외환보유를 여러 화폐로 다양화시켜야하는데, 그렇게 선견지명과 소신을 갖춘 정책자도 없고 이미 우리경제구조가 자력으로 생존할 수 있는 체제로 단기간에 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서 안타깝지만 재앙을 피할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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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사이드] 시한 보름앞… 美 해법 못찾으면 세계경제 치명상

한국일보 | 입력 2011.07.09 21:03


美 국가부채 증액 시한 초읽기


미국은 지금 국가부채 증액 문제로 난리다.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나라 빚은 둘째 문제다. 당장 돌아오는 부채를 막기 위해 법으로 정한 국가부채 상한을 늘려야 할 정도로 미국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미국의 법정 국가부채 한도는 14조2,940억달러다. 하지만 부채규모는 5월 말에 이미 이를 넘어섰다. 국민 한 사람이 평균 4만5,000달러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이자만 연간 1조달러에 달한다.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다. 다만 연방준비제도(Fed)에 예치해 둔 현금 1,000억달러를 꺼내 쓰고, 채권 발행을 유예하는 등의 비상조치를 통해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상태다.


그나마 이마저도 다음달 2일까지다. 그 기간이 지나면 국채를 갚지 못하는 국가부도 사태가 불가피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이달 22일을 합의 시한으로 제시하며 부채증액에 대한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8월 2일은 재무부가 부채증액 마감시한으로 제시한 물리적 시간인 만큼, 관련 법안을 심의하고 표결을 거쳐 대통령 서명을 받기까지의 소요기간을 감안하면 열흘 정도 앞당겨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남미나 일부 낙후한 유럽 국가에서 보았던 국가부도 사태가 세계 유일 강대국이자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에서 벌어지느냐가 앞으로 보름 내에 판가름 나는 것이다.


굴지의 신용평가회사를 비롯한 민간 경제단체들은 부채증액에 실패했을 경우 세계경제에 초래될 엄청난 후폭풍을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3대 신용평가회사의 하나인 스탠더드앤푸어스(S & P)는 최근 증액에 실패할 경우 미 채권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현재의 AAA에서 선택적 디폴트인 D로 강등하겠다고 했고 무디스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 금융권은 증액시한 이틀 뒤인 8월 4일 만기가 돌아오는 미 단기국채 300억달러의 처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디폴트 사태가 현실화할 경우의 여파에 대해 아예 말을 아낀다. 피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미 국채와 달러가 폭락하고 금리는 폭등해, 그렇잖아도 회복세가 흔들리는 세계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욱이 인플레를 우려한 중국이 올해 다섯 차례나 은행 지급준비율을 올리는 등 긴축기조에 들어서있고 그리스, 포르투갈의 재정위기로 유로존의 금융시장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미국 국내적으로는 정부 지출이 중단돼 연금, 학자금 대출 등의 사회복지시스템이 마비되고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이자율이 올라가 주택시장이 붕괴할 수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지난달 말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부채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지금의 정부 지출과 세수 등을 감안할 때 재정위기는 10년 이상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70% 수준인 국가부채가 2035년이면 GDP의 두 배인 190%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을 내놨다. 그나마 CBO가 분석한 GDP의 70% 수준이라는 국가부채는 주정부의 채무와 연방정부가 사회보장기금, 의료보험기금, 공무원기금 등 각종 기금에서 빌린 부채 등 국내에서 진 빚을 제외한 것이어서 이를 합칠 경우 실제는 GDP의 100%에 달할 것이란 추정이다.


미 정부의 재정이 이처럼 허약해진 것은 과거 공화당 정권의 유산이다. 로널드 레이건과 아버지 부시 행정부 12년 동안 계속된 군사비 증액과 부유층 감세로 미국의 부채는 GDP 대비 60% 대로 치솟았다. 그 이전까지 미 정부의 부채는 35% 수준이었다. 그 다음 들어선 빌 클린턴 민주당 정권에서 경제 호황, 균형예산 정책이 맞물리면서 국가부채는 50% 이하로 떨어졌으나 다시 공화당의 부시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고 주로 부유층이 혜택받는 2조달러에 달하는 감세를 추진, 재정은 급속히 나빠졌다. 이 때문에 1998년에는 예산이 GDP 대비 1% 흑자였으나 부시 행정부 말기인 2008년에는 3.2% 적자로 반전됐다. 1인당 공공부채 역시 이 기간 중 1만3,000달러에서 1만9,000달러로 50% 가까이 올랐다. 부시 행정부 8년 동안 미 재정이 완전히 바닥난 것이다.


여기에 오바마 행정부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쏟아부은 것이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