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묘익천님이 소개해주신 황태연 교수와 공희준의 대담을 읽었습니다. 
제가 소개한 고 양신규 교수의 글과도 겹쳐지는 부분이 있군요.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글을 읽으면서 DJP 연합을 계기로 충청도가, 제주가, 그리고 영남과 별 차이 없던 강원도마저 민주당 쪽으로 합류하는 현 상황이 떠올랐는데,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호남이 완벽히 고립되어 있던 과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황태연 교수의 대담을 읽고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는데, 우선 두어 가지만 얘기하자면...
 
1. 
보수진영도 영남, 개혁진영도 영남이 다 헤게모니를 쥐는 건 역시 막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이 경우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우리는 노무현 시절을 겪으며 이미 충분히 경험했고, 영남 친노들의 현재 행태를 보더라도 노무현과 다른 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유시민이든 문재인이든 영남 친노가 헤게모니를 쥔다면 노무현 시즌2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는 겁니다.

한편으론 호남 유빠와 호남 노빠들이 문제 같습니다. 유시민과 참여당을 옹호하고 진보대통합에 참여하도록 힘을 쓰고 있는 이학영과 시민회의, 그리고 전국에서 문재인을 가장 많이 지지하고 있는(박근혜와 가상대결시 80%) 광주인들을 보면, 이들은 노무현 시절로부터 중요한 교훈을 배우지 못한 것 같습니다. 노무현 시즌2 혹은 노무현 집권전략을 가장 성사시키려 하는 집단이 바로 호남인들이며, 호남 노빠와 유빠들이라는 사실.. 이게 참 씁쓸합니다.  


2.  
최근 손학규에게 실망을 꽤 해서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큰 그림으로 보면  
여러 가지 부족하고 우려되는 점들이 있더라도 손학규 카드를 쉽게 포기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설령 당장은 잃는 것이 꽤 있더라도 크고 길게 보면 이게 다 민주당의 적지않은 자산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예컨대, 경남출신 노무현이 민주당 후보로 대통령이 되었는데,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때문에 민주당에 대한 경남의 우호도가 상승한 것은 사실일 겁니다. 이것은 민주당의 자산이며, 경남의 반호남 감정이 점차 약해짐에 따라 민주당에 대한 우호감은 그만큼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손학규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수도권 사람들도 나름대로 지역에 대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수도권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분명 있는데, 과거 윤보선이 그랬듯이 손학규라는 수도권 후보가 민주당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된다면 민주당에 대한 일체감은 더욱 높아질 수 있습니다.

김대중이 말했듯이, 민주당이 지역연합을 하려 한다면 지역별로 돌아가면서 대통령을 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아마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각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민주당의 대권주자로 부각되는 건 권장하고 장려할 일입니다. 영남이라고 예외는 아닌데, 단, 대권을 노리는 영남 출신 정치인들은 노무현이나 유시민이 취했던 이른바 탈호남 전국정당론(을 빙자한 영남 헤게모니 전략)을 확실히 버려야 할 것입니다. 

지역연합 전략이 효과적이긴 하지만, 손학규가 남은 기간 도저히 안 되겠다는 판단이 들 정도의 행태를 보인다면 그때는 어쩔 수 없겠지요. 당연한 얘기지만 손학규 하기에 달렸습니다. 손학규는 중도보수층을 잘 알고 있고 이 층을 많이 의식하고 있는 것 같은데, 중도보수가 아니라 중도진보를 타겟으로 해야 한다는 걸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타겟팅 전략에 실패하면 지지율은 정체되거나 하락할 거고 대권경쟁에서 탈락할 겁니다. 이거 잘 판단해야 합니다. 노무현의 실수에서 교훈을 배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