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80년대 군대에 끌려갔다. 끌려갔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가기 싫은 데 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군대에 가기 싫었던 이유는? 보통사람들이 갖는 평범한 이유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한국군대가 반민중적 집단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당시만 해도 군대는 군사 정권하에서 분단과 독재를 유지하는 데 악용되는 반동적 집단이었기 때문이었다. 꼭 가야만한다면 광복군에 들어가고 싶은데 관동군에 끌려간 형국이었다.


어쨌든 복무기간을 마치고 무사히 전역을 했는데 군대 경험은 모든 것이 그렇듯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그나마 나는 나이가 많이 들어 정체성이 어느 정도 형성된 후에 군복무를 했기에 그만큼 힘은 들었지만 정체성에 훼손을 안 입고 잘 견딜 수 있었지만, 어린 나이에 여린 애들이 들어오면 인간이 망가지거나 무너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나는 군생활 동안 선임들에게 얼차려를 당하거나 맞은 적도 많지만 나는 후임들에게 한 번도 벌을 주거나 때린 적이 없다. 왜냐? 그러지 않아도 후임들이 말을 잘 들었기 때문이었다. 군대는 계급사회기 때문에 말로만 해도 잘 돌아간다. 말로해도 안 되는 것은 때려도 안 되는 거다. 그런데도 군대에서 폭력이 난무하는 이유는 잘 못된 전통을 판단력이 부족한 어린 병사들이 따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해병대 총기사고를 보면서 한국군대 내의 고질적인 나쁜 문화가 어디서부터 유래됐는지 생각해보았다. 조선시대에서 유래된 것 같지는 않고 아무래도 일본군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나 백선엽 등 관동군 출신의 친일부역자들이 해방 후 한국군대를 창설하는데 주도적으로 관여했기에 일본군 잔재가 그대로 전수됐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왜곡된 한국군의 문화를 바꾸는 방법은 없을까? 방법은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군대를 없애는 것인데, 군대가 꼭 필요해 없애지 않을 거라면 군대를 현대화시키는 것이다. 군대가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현대전은 장비전이다. 병력의 수보다는 장비의 성능과 장비의 사용능력이 더 중요하다. 병력을 줄이고 장비에 투자해야한다. 지금 징병제도는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 하기 싫은 젊은이들을 강제로 끌어올게 아니라 모병제를 채택해 정당한 보수를 주고 자발적으로 복무하게 해야한다. 1, 2년 때우다 전역하는 게 아니라 사명감과 전문성을 높여 장기적으로 근무하게 해야한다. 군인들이 군인도 직업인이라고 생각하고 자부심을 갖게 되면 군대문화의 수준이 올라갈 것이며 사회의 모범이 되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군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