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차학봉 칼럼 비평

(고령화가 과연 재앙인가?)

 

조선일보 일본특파원은(차학봉 기자) 고령화사회 일본의 노인문제를 지적하며,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 저주라고 단정하고 있다. 글의 출발을 일본판 고려장 산에 버려지는 노인에 관한 영화 덴데라에서 시작하여, 국가부채와 세금을 낼 젊은 사람이 부족하다며 세대 간 갈등까지 언급하며 노인복지비가 문제된다는 식이니 말이다.

그러나 현재 녹색사회민주당을 창당하려는 재야운동가 장기표는 고령화는 저주가 결코 아니고 축복이다라고 한다. ‘고령화는 재앙일까 축복일까’(장기표, 지못미, 경제)라는 질문을 던지고, 고령화가 문제라면 궁극적으로 고령화가 사회적 생산력의 저하를 가져오고 국민경제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는데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평균수명의 연장에 따라 사회적 생산력이 과연 저하되는지 구체적으로 검토한다.

그의 논지를 쉽게 정리하면, 한 사회의 노동가능연령이 15세부터 70세이고, 평균수명이 30세인 경우와 80세인 경우, 타인의 부양을 받는 기간과 노동가능기간을 비교해 보는 것이다. 30세인 경우는 타인의 부양을 받는 기간 15년에 15년의 노동기간만 있고, 80세인 경우는 타인의 부양을 받는 기간 25년에 50년의 노동기간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지난 몇 년간 언론이 사회에 유포시킨 생각과 달리, 고령화가 사회적 생산력을 저하시키고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리기는커녕, 수명이 늘어나면 오히려 개인이 부양받는 기간에 비해 노동을 통해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간이 더 커지는 것이다.

(장기표의 이 책에서는 한국인의 평균연령이 69.8세였던 때(1985)78.2세였던 때(2005)를 자세히 비교하고 수명이 늘어날수록 노동가능 연한의 비율이 늘어나 개인이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그만큼 커지는 것을 보여준다. 수치 복잡하여 생략한다. 또 젊은이들이 노인들보다 창의성과 순발력이 앞선다는 주장을 백보양보해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정보사회에서는 노인들의 약한 육체적 힘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 사회의 진짜 문제는 노인이든 젊은이든 일할 곳이 있느냐. 그리고 이제 산업문명시대가 가고 정보문명시대가 도래했다고 지적한다. 산업의 정보화로 공장자동화와 사무자동화가 이루어지면 생산에 필요한 노동인력이 대폭 감소하는데, 이것은 대량실업과 무소득자(無所得者)를 양산하게 된다. 그리고 신제품이 쏟아져 나와 재래식 상품의 생산과 유통에 관계하던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고 소득도 없어진다. 이런 이유로 결국 국민의 20%만 좋은 일자리를 갖고 높은 소득을 올려 잘 살게 되고, 나머지 80%의 국민은 일자리도 없고 소득도 없어 비참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이런 사회를 ‘20 : 80의 사회라고 한다. 지금 세계적으로 그리고 한국사회가 직면해 있는 상황이 바로 이런 상황이다.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

요컨대 과학기술이 발달한 정보문명시대에의 과잉생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서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는 것이지 고령화로 사회적 생산력이 저하되어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청년실업, 비정규직에 대한 해결방안은 녹색사민당 정책을 참조할 것) 그럼에도 고령화를 취급하는 언론의 태도는 세대간 갈등을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노인들을 죄인 취급하고 주눅 들게 한다. 수치로 따져보면 젊은이가 손해라는 둥, 소득 없고 무능력한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니 말이다.

그러나 노인은 부양의 대상이 아니다. 노인은 젊은 시절에 축적해 놓은 것으로 살아간다. 지금 젊은 사람들이 온갖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면서 생활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의 노인들이 젊은 시절 일을 해서 주택, 도로, 통신시설, 공장 등을 건설해 두었기 때문이다. 설사 노인을 부양한다고 하더라도 부양해야할 노인은 자기부모아니겠는가? 부모에 대한 부양 때문에 살기 어렵게 되었다고 걱정해서야 될 일인가?

그렇다면 고령화, 곧 인간수명의 연장은 문명발달의 성과로서 하늘이 내린 축복이다. 그런데 이것을 경제발전의 저해요인으로 파악하여 재앙이니 저주니 하는 것은 국정운영능력의 미숙과 부모세대에 대한 불효를 드러내는 것이다.

2011.07.06. (가칭)녹색사회민주당 주비위
(www.weldom.or.kr)

 

노인의 절규, 청년의 절망(조선일보 75일자 기사 원문)

 

최근 일본에서 일본판 고려장(高麗葬)을 그린 '덴데라'라는 영화가 개봉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식량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70살이 되면 부모를 눈 덮인 산에 버렸다는 가난한 마을의 전설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산에 버려진 노파(老婆)들이 힘을 모아 덴데라라는 마을을 만들어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야수의 습격에 맞서 살아남는다는 이야기이다. 노파들의 생존 본능을 자극한 것은 자신을 버린 가족과 마을 사람들에 대한 원망과 복수이다.

 

이 영화는 출연배우들도 노인이다. 한때 젊음과 미모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던 일본의 국민여배우였지만, 나이가 들면서 출연기회가 뜸했던 노배우들이 오랜만에 주연으로 다시 등장했다는 점도 화제다. 근본적으로 이 영화가 일본 사회에 큰 울림이 있는 것은 고령화사회 일본 노인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메시지는 "힘없고 늙었다고 우리를 버리지 말라"는 절규이다.

 

일본은 고령화가 본격화하면서 죽은 지 며칠이 지나서야 발견되는 고독사(孤獨死)가 연간 15000건이 넘고, 죽어도 시신을 인수할 사람이 없는 무연사(無緣死)가 연간 32000건이 넘는다. 지난해에는 자식이 부모의 연금을 계속 받기 위해 부모의 시신을 백골(白骨)이 될 때까지 골방에 방치한 사건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장수(長壽)대국' '노인복지대국'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러나면서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우울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일본 정부가 노인복지비를 축소하려고 하자, 노인들은 "우리를 버리지 말라"는 목소리를 더 높이고 있다. 일본은 국가부채가 1000조엔에 육박하고, 저출산으로 세금을 낼 젊은 사람들이 급감하면서 노인복지비조차 줄이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이다. 1970년 연금제도를 설계할 당시 현역세대 42명이 1명의 노인을 책임지는 구조였지만, 지금은 현역세대 2.47명이 노인 1명을 책임져야 한다. 현행 제도라면 젊은 세대는 자신이 낸 돈보다 4억원을 손해보지만, 노인세대는 6억원의 이익을 본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투표하는 기성세대의 발언권으로 노인층에 대한 대책이 청년층 대책보다 우선하는 등 '세대 간 정책격차'는 심화하고 있다. 그 결과 젊은이들의 절망은 더 깊어지고 있다. 젊은이들은 20년 불황으로 인해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일 정도로 취업빙하기(氷河期)를 겪고 있다. 이들은 살기가 어렵다 보니 결혼과 출산도 기피한다. 어쩌면 젊은이들의 절망이 저출산·고령화의 악순환을 심화시키고 노인복지 재원을 파탄나게 만드는 근본원인일 수도 있다.

 

복지비 분담을 둘러싼 세대 간 대타협이 없다면 일본은 파산을 향해 달리는 폭주기관차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일본보다도 더 빠르게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도 똑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젊은 세대를 위한 '반값 등록금'과 같은 당장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해 각종 제도를 서둘러 정비하지 않는다면 청년층의 미래는 절망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