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강화도 해병 부대에서 일어난 비극이 30여년 전 즉 1980년 추석에 전남의 전투경찰 해안초소에서 있었던 사건과 흡사하군요.

저는 당시 해남의 전경 해안초소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해 추석날 옆 중대에서 어마어마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참고로, 해안을 경비하는 전경은 중대 단위라 해도 매우 넓은 지역을 관장합니다. 가령 제가 소속된 중대의 경우 해남과 진도 지역을 모두 관할하고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해안초소는 기본적으로 분대 단위. 보통 9~10명이 근무하고, 대개 분대장(수경/병장, 특경/하사)이 초소장을 맡습니다. 다만 4개 초소 단위로 소대장(경사)이 한 명씩 있는데, 이 소대장이 있는 초소는 소초라고 해서 근무 인원이 10~11명 가량입니다.

그래서 옆 중대라 해도 사고가 난 초소가 지역적으로는 꽤 많이 떨어져 있지요. 제 기억으로는 강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해안초소 전경들은 야간 근무를 마치면 경계근무 한 명을 제외하면 모두 내무반에서 취침합니다. 해안초소 기본 근무가 야간 경계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사고가 난 초소에서는 주간 경계 근무를 서던 특경(육군의 하사급)이 M16 소총을 들고 내무반에 들어가서 취침하고 있던 병사들에게 총을 난사, 전원 사망했죠.

해안초소는 기본적으로 민간인들과 접촉하는 면적이 넓습니다. 소위 싼다이라고 해서 근처 마을 아가씨들이 술과 안주를 장만해서 놀러오죠. 그리고 밤새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추는... 그런 일이 잦았습니다. 싼다이의 어원은 분명치 않은데, 고참들은 삼다희(三多戱)라고 알고 있더군요. 세 가지가 많다는 건데, 술, 여자, 노래가 그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짐작으로는 우리나라 산대 놀이의 어원이 실은 이 산다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산다이를 한자로 표기하면서 산대 놀이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냥 짐작일 뿐입니다.

아무튼 이런 분위기에다, 이날이 추석이고 해서 그 초소의 제일 막둥이 식사당번(즉, 제일 졸병)은 마을로 음식을 얻으러 내려간 상태였다고 합니다. 아마 점심 때 먹을 추석 음식을 얻어오라고 고참이 시켰겠죠. 이 친구, 마을이 그리 멀지 않았을 테니 충분히 총소리를 들었을 겁니다. 이상한 총소리가 들렸다면 이 친구 상황을 봐서 피해야 할 텐데, 오히려 부랴부랴 초소로 돌아갔나 봅니다. 사고를 친 그 특경은 총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 이 졸병 식사당번도 쏴 죽입니다. 그리고 본인도 자살하죠.

이 초소에서 유일한 생존자는 당시 휴가중이던 병사라고 하는데, 계급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이 사건이 전경들에게 준 충격은 어마어마했습니다. 모르긴 해도 전경뿐만 아니라 전체 군부대 나아가 정권 차원에서도 상당한 충격이었을 겁니다. 당시가 5.18 광주항쟁을 진압한 지 그다지 오래 지나지 않은 시점이거든요. 게다가 광주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해남 강진 지역이었으니... 정확한 얘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군부대 내부 문제로 발생한 총기 사고로는 건군 이래 최대 규모 희생이라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이런 사건이 지금 일어났다면 아마 전체 언론이 며칠씩 이 사건을 놓고 시끄러웠겠지만 당시는 단 한 줄의 기사도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젊은 분들은 아마 상상도 못하실 겁니다만, 당시는 그게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죠.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는 고질적인 특경 문제였을 것으로 '짐작'만 하더군요.

육군도 그렇지만 전경의 경우 특히 짬밥이 많지 않은 특경(하사)와 짬밥이 충만한 수경(병장) 사이의 갈등은 항상 심각한 문제죠. 육군이야 그래도 군기가 더 잡힌 편이고, 대개 하사관 위에 장교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갈등이 표면화되는 것을 막는 장치가 비교적 더 갖춰진 편입니다.

하지만, 전경의 경우는 이게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해안초소의 경우 순경 등 직업 경찰이 없이 젊은 전투경찰들끼리만 생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경도 어느 정도 짬밥이 쌓이면 그래도 대우를 해주지만, 막 훈련소 나온 신참 특경들의 경우 일반 수경이나 상경(상병), 일경(일병)의 집중 타겟이 되곤 했습니다.

제가 아는 악랄한 고참 하나는 애송이 특경이 초소로 신임 발령받아 온다는 얘기를 듣고 일부러 제일 졸병 옷으로 갈아입고 기다렸다고 합니다. 특경이 오니까 사정없이 갈구고 구타... 고참 짬밥이 있으니까 가능하죠. 특경은 사실상 최고참에게 당했지만 본인은 일단 작대기 하나짜리 계급장에게 공개적으로 짓밟힌 셈이어서 그 뒤로 도무지 기를 못 펴고 제일 졸병에게도 제대로 영이 서지 않는, 그런 경우가 됐다고 하더군요.

강진의 저 초소 사고도 문제를 일으킨 특경이 훈련소를 갓 나와서 정식 배치가 아닌, 일종의 오리엔테이션 과정을 밟는 중이었다고 하더군요. 죽은 자는 말이 없고, 당시 그 초소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죠. 하지만 특경 대우 문제가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후 전경 해안초소에서도 온갖 군기 강화 지시 등... 시끄럽고 괴로운 일이 많았죠.

저의 경우도 사실은 나름 크고작은 총기 사고를 좀 겪었는데, 언제 기회 있으면 한번 소개하도록 하지요. 이밖에도 해안초소에는 여러가지 재미있는 얘깃거리가 많았는데... 지금은 아련히 먼 추억이 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