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티비에서 무슨 동물 프로그램인가를 하는데,

어떤 시골집에 개와 닭 등등이 살더군요.

재미있는 것은 그 집 암캐가 병아리를 예뼈해서 무척 잘 돌봐주고 마치 새끼처럼 대해주는 겁니다(개가 병아리를 예뻐했는지, 아니면 다른 동물들인지, 구체적인 사실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제가 그 프로 보다가 옆 사람들에게

"저 누렁이 틀림없이 제 새끼들은 모르는 척하고 잘 돌봐주지 않을 것" 이라고 했지요.

그 말 끝나고 조금 지나자 정말 화면에 그 암캐가 실제 제 새끼들은 완전히 찬밥 취급하는 모습이 소개되는 겁니다.

제 일행들이

"어떻게 그렇게 금방 예상을 했느냐?"고 신기해 하더군요.

별 건 없고, 이건 사랑의 본질입니다.

아니, 차라리 모든 자원(resource)의 본질이라고 봐야 할지도...

모든 자원은 본질적으로 유한합니다. 사랑의 감정도 그런 자원의 법칙에서 예외가 아니라고 봅니다.

암캐가 병아리들을 예뻐한다면 그것은 실제로 제 새끼들에게 향해야 할 사랑이 무슨 계기를 통해 병아리를 향한 사랑으로 변질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강아지들은 어미개의 애정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봐야지요.

부모의 자식 사랑도 결코 무한한 것이 아니지요. 그래서 모든 어린 것들에게 다 나눠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조물주가 아닌 피조물이라는 점에서 인간도 그런 원칙에서 예외일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애완동물 사랑은 사랑의 대상을 잃어버린 또는 사랑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자신의 사랑을 쏟아부을 대안을 만드는 것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애완동물이 모두 여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저는 그런 성향도 상당히 있다고 봅니다.

갈수록 확산되는 애완동물 문화가 과연 인간세상을 보다 정서적이고 인간적인, 좀더 적나라하게 말해서 그 사회에서 유용한 애정의 총량을 확대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총량이 한정돼있는 애정의 사용을 분산시켜서 모든 애정을 집중해서 양육해야 할 우리 아이들의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로 나타날지...

저는 후자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보는 편입니다.

물론 애완동물 문화는 이런 애정의 결핍과 편중 현상을 낳는 원인이라기보다 그 결과에 가깝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애완동물 문화가 그런 경향을 더욱 가속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고 봅니다.

지금부터라도 애완동물을 가급적 줄이는 쪽으로 정책 방향이 잡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동주택에서 애완동물의 동거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대중교통 등에서 애완동물 동승은 금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라고 해야 한다는데... 이 표현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반려동물이라... 반려란 것은 그냥 같이 간다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 함께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이라는 것은 실제로는 '인간을 배제한'이라는 의미가 생략되어 있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