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범의 나치복장을 뜬금없다고 하시면서 이덕하님은 그 맥락을 조성하기 위해 여러가지로 시도하시는데,  맞습니다. 임재범 나치복장은 뜬금없습니다. 그런데 뜬금없다는 것 그 자체가 예술적으로 문제입니다. 순수 예술이건 대중 예술이건 예술은 맥락이 중요합니다.  맥락이 있다면 화장실 변기를 그대로 떼와서 전시해도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뜬금이 없어 보이는 건 맥락이 부실하기 때문인데, 맥락이 부실하면 예술이 되기 어렵습니다. 맥락이 부실한 작품은 기껏해봐야 모방작이나 될 뿐이죠. 심형래의 D-war가 왜 비판받습니까? 연기가 부실해서, CG가 부실해서 비판받는 게 아닙니다. 스토리가 뜬금없기 때문에, 작품 자체에 맥락이 없이 무턱대고 한국적 비장미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비판받는 겁니다. 맥락이 없어서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죠.


순수 예술에서는 맥락 창출의 가능성을 열어놓아도 무방합니다. 연출 주제, 연출 대상으로 작가 내면의 아이디어를 쓰는 현대에 와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대중 예술에서는 맥락 창출의 여지를 그렇게 넓게 열어 놓으면 대중예술이 목적으로 하는 '다수의 일체감을 통한 대량의 작품성 공유'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곤란합니다.


뜬금을 찾기 어려운 임재범의 나치복장은 순수 예술의 차원에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맥락을 찾아봐야할까요?  대중을 상대로한 대규모의 공연장인데? 처음부터 임재범은 대중적인 퍼포먼스를 한 것이고. 부실하고 불명확한 맥락 속에서 자유와 지구 평화를 수호하는 영웅의 퍼포먼스를-손발이 오그라드는- 벌인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심형래의 D-War를 보고 있는 느낌과 똑 같습니다.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33897356 

공연 동영상을 보면,  임재범이 나치 복장을 하고 나왔을 때, 뜬금이 없었기 때문에 관중들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침묵을 했어야 했는데, 관중들은 임재범이 나치복장을 하고 나왔을 때부터 계속 환호하고 있습니다. 임재범은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공연을 이어나갔고요.  이런 정황을 볼 때,  임재범은 대중(팬)들을 무의식적으로 자기 숭배로 이끌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충분히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임재범의 나치복장에 처음부터 환호하는 관객과 이들과 함께 자연스러운 임재범은 맥락의 부실함을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빠心을 가져와서 맥락의 부족을 망각한 겁니다. 이 광경을 한발짝 떨어져서 보면 당연히... 촌스럽고 유치하게 보이는 겁니다. 뜬금없는 나치복장은 부족한 맥락에서는 달리 해석될 여지도 그만큼 없기 때문에 나치복장 고유의 의미만 읽힐 수 밖에 없습니다.


대중 예술은 작품 외적인 맥락을 많이 활용합니다.  시연자의 외모, 카리스마, 그의 인생 역정 등 작품 외적인 맥락이 시연자가 보이는 작품 그 자체의 맥락으로 활용되는 부분이 많다는 뜻입니다. 임재범의 팬들이 맥락과 미감이 떨어지는 퍼포먼스를 봐도 별 동요없이 여전히 환호하는 까닭은 빠심도 빠심이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이렇게 임재범의 작품 외적인 맥락을 많이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임재범이야 그냥 수준이 낮은 퍼포먼스를 했구나 정도로 넘어가면 되는데... 이걸 두고 멋있다고 감탄하는 관객들을 보고 있자니 당혹스럽기 까지 한 겁니다. 진중권의 트위터를 봐도 처음부터 진중권이 모욕한 대상은 임재범이 아니었고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을 모르는, 아무 생각없는 관객이었습니다. 


임재범이 파시즘과 독재를 비판하기 위해 나치복장 퍼포먼스를 벌이고, 심형래가 한국적 비장미를 표현하기 위해 D-War를 만들어냈고, 이승연이 일본군국주의의 만행을 비판하고 위안부들을 위로하기 위해 위안부누드집을 발행했습니다. 이 셋 모두 다 뜬금없는 작품들입니다. 그래서 미학적으로, 심지어는 규범적으로도 비판의 대상이 된 겁니다.


이승연이 그토록 비난받는 이유는 이승연은 작품 자체의 맥락이 부실한 것으로 그치지 않고 작품 외적인 맥락 조차도 너무 부실했기 때문인 거구요. 어쨋든 제 결론은 대중 예술이건 순수 예술이건 예술은 맥락과 뜬금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임재범은 뜬금없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