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엄격하지는 못하지만 채식하는 사람입니다.
가축 사육 현실의 잔인함, 육식으로 인한 환경파괴, 이런 문제도 물론 채식 이유에 포함됩니다.
정 동물성 식품이 먹고싶으면 (고기보단 유제품-달걀이 든 빵과자가 문제ㅠ) 친환경 제품을 찾습니다. 

고로 <개만 반대> 아닙니다. ^^

한편 개 안 키웁니다. 키우긴커녕 동물이라면 종류 불문 가까이 오는 것도 질색입니다.
동물에 대한 애착이나 측은지심 역시 인류(?) 평균보다 떨어지면 떨어지지 높다고 할 수 없습니다.

고로 <개빠> 아닙니다. ^^


어쨌든, 저는 개고기 반대합니다.



문제는 '왜 개냐?' 인 거죠?
소돼지닭오리양 다~ 되는데. 포유류로만 한정해도 소 돼지 맨날 먹는데 왜 개는 안 되나?

제가 개만 반대는 아니라고 했지만, '내가 개를 좋아하니깐 개고기만 먹지말자~' 가 아니라는 뜻일 뿐입니다.
결국은 '왜 개냐?'를 얘기하게 되겠네요.


그런데요, 안 되는 건 개 뿐이 아닙니다. 우리는 법적으로 개고기'만' 못먹는 게 아닙니다.
이런 고기도 먹을 수 없습니다.

늑대고기, 바다사자고기, 반달가슴곰고기, 사향노루고기, 산양고기, 수달고기, 여우고기, 표범고기, 호랑이고기, 두루미고기, 매고기 등등.

먹지만 못하나요? 개는 마음대로 키우며 데리고 놀 수 있지만, 
귀여운 수달이나 사향노루는 덜렁 안고 집에 데려가기만 해도 위법입니다.
왜? 쟤네들은 야생동식물보호법이 보호하는 '멸종위기 동물'이니까요.


동물은 다 같은 동물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다 같이 귀한 생명이고 지구 생태계의 귀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회는 동물에 '급수'를 매기고 '차별'을 합니다. 아니 해야 합니다.

같은 야생동물이지만, 뉴트리아, 황소개구리, 큰입배스는 오히려 들에 물에 풀어놓으면 위법입니다.
왜냐. 역시 야생동식물보호법이 규정하는 '생태계 교란 야생동물'이니까요.

같은 야생동물이건만 겨우 '숫자가 적으냐 많으냐' 요거 하나 땜에 이리도 극과 극의 차별대우를 받습니다.

 
그런데 어떤 동물도 첨부터 멸종위기였던 것도 없고  첨부터 생태계를 교란시켰던 것도 없죠.
결국 '변화'에 따른 결과입니다.
개고기가 논란이 되는 것 역시, 저는 환경과 문화와 풍토의 '변화'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개고기가 논란없이 받아들여지던 시절은, 
먹을 것이 만성적으로 부족하고,
육식은 더구나 희박한 편이고, 

인간사의 작고 사소한 부분에 대한 고찰이 태부족하고, 
관습과 풍토에 대한 반대나 저항이 별로 허용되지 않던 그런 시절입니다.


지금은 달라요. 먹을 게 많다 못해 음식쓰레기가 한반도를 덮을 기세이고 
(여전히 굶는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보편적으론 분명 풍요가 대세)
주식인 쌀부터 아예 남아돌아 골치아프고, 한반도 특유의 질좋은 채소과일도 넘쳐 흐르는데
거기에 고기 우유 달걀까지 푸지게 먹어대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채식이 전통이자 체질인데도 말이죠. 
육식 체질의 서구인들조차 채식을 고급 트렌드로 가지는 마당에.

그러니 개고기는 이제 그저 기호식품에 불과합니다. 먹어도 그만 안먹어도 그만.
개고기를 합법화까지 시켜서 꼭 자유롭고 풍성하게 먹어야 할 절박한 이유가 없는 겁니다.

물론 기호식품도 인간에겐 필요합니다. 
커피가 사라지면 당장 낙이 없어질 분들 많을 겁니다.
하지만 '기호식품'과 '식량'은 분명히 막대한 차이를 가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한,

예전에도 누군가는 개고기를 반대했겠지요.
김씨네 꼬마 똘이는, 마당에서 같이 술래잡기하고 놀았던 착한 누렁이를
어른들이 무자비하게 잡아먹는 걸 보고 극심한 상처를 받았을 겁니다.

그러나 누렁이를 죽이지 말라고 주장하긴 커녕, 아무말 못하고 넘어갔겠지요.
관습이란 게 그런 거니까요. 약자나 소수의 의견이란 게 그런 취급을 받았으니까요.


그러니 현대에 와서 개고기에 대한 반감, 그리고 개-인간의 반려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옛 시절과 달리 많이 터져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대의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봅니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으니까요. 살아남기도 힘들어 동물까지 살피고 챙길 여유 없던 시대와 달리,
지금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동물을 인생의 반려로까지 생각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동물들을 공장에서 볼펜 찍어내듯 화학적으로 사육해서 
잡아 먹기도 하고, 산채로 껍질을 벗겨 모피를 만들기도 하는 세상이지만,
(제대로 파악만 한다면) 그런 행위가 나쁘고 잔인하다고 다수가 인정할 수 있는
인식의 변화 역시 동시에 이뤄져 있는 거고요.


'왜 개만 못 먹나?' 라고 하지만 '왜 유독 개를 애완동물로 쓰는가?' 하는 점은 왜 고려하지 않을까요?
세상의 별별 동물을 다 애완동물로 키우는 세상인데도 여전히 애완동물하면 1순위 개, 2순위 고양이입니다.
아무도 살모사나 스컹크나 고슴도치가 개보다 더 '적절한' 애완동물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필 개가 보편적으로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까지 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그 이유는 논리적일 수도 아닐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어쨌든 개는 분명히 다른 동물과 '다르다'는 점입니다.


개가 이미 합법적 식용인데 불법으로 바꿔달라는 것도 아니고, 
유래는 모르지만 어쨌든 비식용인 상황에서
개의 그 '다름'을 이유로, 개까지 식용으로 돌리지는 말자는 건데, 
이게 정말 무리한 주장일까요?

하필 개만 우대하자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틀린가요?
아직은 법의 '보호'(정말 우습지만)를 받는 개까지 처참한 사육-식용의 굴레에 '합법적으로' 밀어넣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인가요?
(법과 상관없이 개를 많이 잡아먹고, 불법이라서 더 사육환경 잔인하다 해도, 합법화는 분명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죠.)

혹 논리적으로는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논리적인 게 꼭 옳은 거고 좋은 건가요?
제가 보기엔 개라도 먹지 말자는 주장은 '좋은' 주장이고, 개도 먹자는 주장은 '나쁜' 주장인데요?


이건 개의 입장, 동물의 입장에서만 좋고 나쁜 게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의 입장에서 그렇습니다.

개가 다른 동물과 '다르다'는 점 역시 그렇죠. 인간의 입장에서 다른 겁니다.
인간 위주죠. 인간이 보기에 개는 특별해서 먹어치우기엔 영 저어되는 측면이 있다는 겁니다.
이런 인간의 '심정'을 법과 제도에 반영하는 것이 나쁠까요?

그런 '심정'이 이해가 되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저도 개 좋아하고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들 '이해'는 안 됩니다. '공감'도 별로 안 됩니다. 
사실 동물을 애완화 하는 것 자체를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물을 필요로 합니다. 정확히는 동물과 부비고 사는 삶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도시화된 환경에서 애완화밖에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그 '심정'을 이해는 안 되어도 존중은 하고 싶습니다.
그러다보니 동물학대, 애완동물 유기 뿐만 아니라
개고기 역시 반대하게 됩니다.


우리가 금방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생태계를 위해서도 
늑대나 여우는 잡아먹지 말고, 황소개구리는 좀 처치를 하자는 것에
우리는 쉽게 동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당장 내 주변의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영향을 받는 문제인데,
게다가 어쨌거나 동물을 '살리자'는 방향의 이야기인데도
개고기 식용 반대를 그렇게 폄하해야 하나요?

개고기를 찬성하는 분들도, 제가 
"어릴 때 먹어본 여우고기 맛이 그리워서 도저히 못살겠으니, 야생동식물보호법 개정 투쟁에 동참해 달라~"
라고 하면 무시할 거잖습니까? ㅋㅋㅋ
"닭고기 돼지고기 먹으면 되지 꼭 여우고기까지 먹어야 해?" 
이럴 거잖아요? ㅋㅋㅋㅋ

그거, 사회에는 '입맛', '전통' 보다 중요한 문제도 많다는 것에 공감하기 때문 아닙니까?


그 공감, '개고기' 에게도 좀 나눠주시면 어떨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