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현재 시급 4320원인 최저임금을 2012년에는 노동자 평균 임금의 50%인 시급 541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고 손학규 대표도 이를 공언하고 있는데, 사회디자인연구소 김대호 소장이 여기에 이의를 제기했군요.

이 안이 "민주당과 진보를 지옥(정책적 대참사)으로 데려가는 '선의'는 아닐는지 철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떤 반론이 제기될지, 김소장의 주장이 타당한지 여부는 모르겠으나, 저는 김소장의 이런 접근 방식을 좋아합니다. '선한 의도'만 중요한 게 아니라, '선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겠죠. 일부를 아래에 옮겨봅니다.


[김대호] 민주당은 집권할 생각이 있나?
http://www.socialdesign.kr/news/articleView.html?idxno=6382

정말 최저임금 갈등이 이런 소수의 악덕 고용주를 한편으로 하고, 정의와 양심이 살아있는 절대 다수를 다른 한편으로 하는 힘겨루기라면, 그 얼마나 속 편한 일일까! 그런데 이런 속편한 대립 구도는 매우 예외적 경우이다.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최저임금제의 핵심 의미는 “한계 기업과 산업의 구조조정” 수단이다. 한계기업, 산업에 매여 있는 노동과 자본을 보다 생산성 높은 분야로 이전시키는 전략이다. 그런데 최저임금 기준을 맞추지 못해 문을 닫거나 고용을 감축하는 바람에 길거리로 내몰릴 노동자들을 보다 생산성 높은 분야로 이전시키는 작업이 잘 안된다면? 당연히 사회안전망(고용보험 등)을 통해서 충격을 완화해 주어야 한다. 고용가능성을 제고하는 교육도 시키고, 취업 알선도 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당연히 최저임금 상승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이런 나라에서, 그것도 고용률이 매우 낮고, 고용부담이 생기면 고용주나 가족을 투입할 수 있는 1~4인 사업체의 비중이 매우 높고, 무엇보다도 실업의 나락으로 떨어질 사람들은 대개 (국민연금이나 고용보험료를 제대로 내지 않아)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나라에서 평균 임금의 50%를 최저임금으로 삼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고용을 창출할 재벌대기업은 사실상 노사 담합으로 매출은 늘리되 고용은 줄여(늘리지 않고), 종업원들에게 1인당 GDP 대비 세계 최고 임금을 지급하는 전략을 취해 왔다. 공공부문은 생산성과 무관하게 1인당 GDP대비, 또 민간부문 대비 너무 좋은 처우를 누리다 보니 신의 직장이 되어 있다. 따라서 함부로 늘릴 수도 없고, 늘려서도 안 된다. 벤처중소기업은 생존과 번영의 자양분인 금융, 노동(인재) 등에서 총체적으로 억압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현실에서 도대체 어디서 한계기업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백만 명을 받아 안을 것인가?

왜 한국의 노인 자살률이 OECD 평균의 5배~30배가 될까?
이 명백한 사회적 대학살의 핵심 이유는 무엇일까? 노령연금이 지극히 부실한 가운데, 일자리조차 없기 때문 아닌가? 왜 지하철에 신문지 줍는 노인네가 그렇게 많을까? 그러므로 최저임금 정책과 복지 정책은 그리 많지 않는 악덕 기업 홍익대 청소노동자와 편의점 알바 생을 주된 수혜자로 삼는 것이 아니라, 오늘 폐지를 찾아 지하철을 헤매며 곤궁한 삶을 이어가다가 어느 날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수백, 수십만 취약(특히 노인)노동자들을 주된 수혜자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같이 임금격차가 크고, 무엇보다도 수익성과 교섭력이 좋은 곳이, 노동의 양, 질로 보나 1인당 GDP 배수로 보나 기여, 부담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근로조건을 누리는 곳에서는 양끝 단을 동시에 가운데로 밀어야 한다. 최저임금제로 하위 20%를 양극 분해하는 작업과 더불어 다양한 수단을 통해 상위 20%가 점진적으로 가운데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한마디로 중향평준화 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별히 한국은 최저임금을 연령별로(특히 65세 이상), 지역별로(수도권과 지방), 업종별(경비용역 업종 등)로 소폭의 차등을 두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한국의 기형적인 임금구조와 장시간 근로 상황을 감안할 때, 임금 감하가 수반되는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나누기, 최저임금 인상, 근로장려세제 도입 등 중향평준화 정책 패키지가 필요하다. 이렇게 하면 고용률 증대, 공평성 제고, 격차구조 완화 등을 다 달성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한계기업과 그 종사자들을 대책 없이 장외(비경제활동인구와 자영업자)로 밀어버리는, 너무나 모진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건 성북동 부자 동네 근처의 판잣집이 보기 싫다고,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나서, 거기에 살던 주민들 대다수를 눈에 안보이는 벽지로 보내 버리고, 일부에게는 판잣집보다 좀 좋은 연립주택을 지어 격차를 줄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OECD가 평균임금의 50%를 최저임금으로 권고한 것은 확신컨대 아래를 뚝 잘라 버려라는 얘기가 아니라, 그 50%가 부담이 없도록 임금격차를 줄이라는 것이 핵심 권고 일 것이다.

한국 노조 운동과 진보(좌파) 정당이 좀체 국민적 지지 저변을 넓히지 못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그것은 이들이 기본적으로 사회적 약자 내지 서민과 중산층의 삶의 처지와 조건을 모르고, 이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들이 지난 25~30년 동안 엄청나게 변화된 자신의 위상-얼마나 선택 받은 사람들인지!-을 잘 모르고, 북한, 동북아시아, 세계의 흐름을 읽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정책과 근로장려세제 정책은 민주당이 진보 시민단체나 등대 정당과 달리, 10년의 국정운영 경험을 가진,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을 살리는 책임있는 정당이라는 것을 과시하는 계기다. 5410원을 덥석 받은 민주당은 좌파연대에 치중한 나머지, 중간을 한나라당에게 떠미는 짓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원래 10년을 집권한 책임있는 정치세력이라는 것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이자 정체성이다. 연대, 연합의 기본은 자신의 독보적인 매력과 정체성을 살려 거기에 호응하는 대중들을 늘리는 것이다. 민노당은 그렇게 해왔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민주당은 자신의 정체성과 고유의 매력을 내팽개치고, 민노당, 진보신당, 시민단체에 가까이 다가가야 집권의 길이 열린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민주당은 불과 몇 년 전에 보수 vs 진보가 63 vs 35(그나마 문국현표까지 포함해서)였다는 것을 잊었나? 김대중, 노무현의 정신과 방법은 어디에 두었나? 민주당은 집권할 생각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