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외부 필자의 입을 빌어 이명박의 '도둑같이 오는 통일'에 대한 반론을 펼쳤네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6/22/2011062202391.html?newsplus

특별한 내용은 아니고, 현재까지 좌우 양측(양극단을 제외하고)이 인정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통일 인식을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봅니다. 조선일보가 이명박의 발언을 신속하게 제압(?)하고 나선 것도 이런 점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제발 헛소리 좀 작작하라는 일침이겠죠.

저는 사실 이명박의 주장처럼 통일이 어느날 느닷없이 다가올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좀 극단적으로 말해서, 자칫하면 내년 안에 북한에 긴급사태가 발생해 대선 자체가 실종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 극단적인 경우를 상정한 것입니다. 이런 극단적인 경우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확률로만 따진다면 위의 보편적인 통일 인식이 상정하는 상황이 훨씬 가능성이 높죠. 대통령씩이나 하는 인간이 저런 극단적인 상황을 당연한 것으로 아니 필연적인 것으로 상정해 얘기하는 것은 말 그대로 몰상식입니다. 이런 몰상식을 서슴없이 공식화하는 이유는 딴 것 없습니다. 그것이 그냥 '신앙'의 차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그래서 제가 이명박의 저런 표현에 대해서 기가 막히다고 본 것이구요.

북한이 이른 시일 안에 붕괴되고 그것이 남한의 흡수통일로 직접 이어질 가능성은 0.000001%에도 못 미친다고 보지만, 그래도 그런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의 파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정책 책임자는 그런 상황에도 대비해 대응 시나리오와 매뉴얼을 준비해야죠. 하지만 그런 유비무환의 대응 자세와, 그것을 실제 필연적으로 도래할 미래라고 규정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입니다. 전자는 정책 책임자로서 바람직한 자세이지만 후자는 그냥 싸이코 정신병자의 예수님 드립일 뿐이라는 겁니다.

이명박이 저런 판단을 내리게 된 정보 소스라는 것도 솔직히 믿어주기 어렵네요. 김정은 방중에서부터 최근의 정상회담 구걸 폭로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정권 출범 후 북한 동향에 대해서 제대로 판단하고 그것을 근거로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미래 지향적인 북한 인식이나 전략 등을 제시한 적이 있었나요?

그나저나 이명박이 한쪽에서는 정상회담을 구걸하면서 또 한쪽에서는 "북한 쟤네들 오래 못간다"고 계속 긁어대는 이유가 뭘까요? 저건 어떤 측면에서 봐도 양립 불가능한 접근 방식이거든요. 제가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심오한 전략과 정세 판단이 깔려있는 행동인지, 아니면 그냥 미련한데다 주변에 포진한 참모라는 새퀴들도 모두가 개허접들이라서 나오는 결과인지, 도무지 짐작하기가 어렵네요. 혹시 명쾌하게 정리해주실 분 계신가요?